이계홍의 역사소설 깃발

충무공 정충신 장군<61>-제5장 정충신의 지략

권승경 부전장이 말했다.

“이 전투를 번개작전으로 부르겠습니다. 우리는 귀신잡는 백령(白領)입니다. 중과부적을 타격하는 데는 이 길밖에 없습니다. 적정을 탐색한 정충신 상황병이자 척후병이 고안한 전략입니다.”

권율이 고개를 끄덕이며 칭찬인지 격려인지 장수들을 향해 말했다.

“정충신 척후사령은 젊은 소년이라서 순수하고 애국정신이 투철하오. 집에 마누라가 있고, 먹여살릴 자식이 있으면 여러 가지 잡념이 생기는데 정충신은 총각이니 나라에 충성할 일만 생각하는 것이오. 권승경 부전장과 호흡이 잘 맞소.”

그러자 장수들이 정충신을 새롭게 보는 눈치였다. 권율이 다시 말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상황병의 지시를 잘 따르시오. 그것이 바로 내 지시올시다. 누구나가 제1, 제2, 제3의 권율이라고 생각하고 임하시오.”

장수들이 결의에 찬 자세로 두 손을 모아 읍을 했다. 그들은 서로 신뢰한다는 힘있는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권율이 다시 말을 이었다.

“긴박한 상황이니 세칙사항 몇가지 하달하겠소. 관병이든 의병이든 모두 동원해 골짜기 요소요소에 돌을 쌓도록 하고, 목책을 세우시오. 적의 예상 진출로에 쇠마름새, 솨말뚝, 철질려를 깔고, 돌과 화살을 확보해야 하오.”

“쇠마름새, 쇠말뚝, 쇠침이 어디 있습니까?”

그러자 정충신이 나섰다.

“아직은 충분치 않지만 곧 해결될 것입니다.”

정충신은 생각하는 바가 있었다.

권율이 독촉했다.

“장수들은 지금 나가서 병사들을 독려하시오. 웅치전 다음에 이치전이니 바로 방비해야 하오. 저들보다 우리가 먼저 기습해야 하오.”

회의를 마치자 모두들 막영 밖으로 나왔다. 뜨거운 해가 머리 위에서 타고 있었다. 계절은 한 여름의 복판에 와있었고, 산은 푸르른 녹음으로 울창했다.

정충신이 권승경에게 말했다.

“부전장, 저는 마을에 내려갔다 오겠습니다.”

“계획대로 도모해야지?”

“그렇습니다.”

정충신이 골짜기를 오르내리면서 대장간과 외장목수들이 산에서 나무를 내리는 것을 본 적이 있었다. 그는 권율과 권승경에게 예를 취하고 급경사의 산을 타고 내려갔다. 골짜기 요소요소에 병사들이 벌써 나무를 베어 목책을 세우고, 적의 예상 진출로에 쇠침을 깔고, 돌과 화살 등을 확보해 은신처에 비축하고 있었다. 일은 착착 진행되고 있었다.

정충신은 권율과 권승경에게 보고했던 병법을 다시 한번 음미해보았다.

“허수(虛數)를 늘리기 위해 산 봉우리마다 연기를 피워 많은 병력이 주둔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야 합니다. 낮엔 연기를 피우고 밤이 되면 봉화를 올리면 적들은 이렇게 군사 숫자가 많은가, 놀라서 동요할 것입니다.”

이렇게 제안했을 때 권율은 무릎을 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이로다. 연기는 저놈들의 깃발보다 더 큰 위력이 있을 것이다. 연기의 기세로 적의 의기를 누르고 밤에 봉화를 올리면 겁에 떨 것이다. 우리가 지형지세에 밝으니 선점해 기습을 하면 필경은 저놈들이 혼비백산할 것이다.”

정충신은 자신도 모르게 가슴이 벅차올랐다. 그들이 2만 군사가 아니라 10만이라도 자신감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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