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콘 브레인(Popcorn Brain)

팝콘 브레인(Popcorn Brain)

<이승오 광주제일고등학교 교장>
 

며칠 전, 광주광역시교육청에서 개설한 학부모교실 개강식에서 중학교 학부모님을 대상으로 진로교육에 대한 강의를 한 적이 있다. 고등학교 진학을 앞둔 자녀를 두어서인지, 자녀들의 진로, 진학에 대한 불확실성이 무거운 표정들에 나타나 있었다. 학부모님들의 걱정을 덜어드리고자 하는 마음에, 강의 주제를 ‘고등학교 교육 무엇이 달라지는가?’로 정하고 90분 동안 학부모님과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화제가 바람직한 자녀교육관에 이어 자녀에 대한 이해로 넘어가면서, ‘지금 우리 아이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하여 많은 시간을 할애하였다. 입시, 성적, 진로, 건강, 외모지상주의, 부모님의 기대, 스마트폰 중독 등을 이야기하였는데, 가장 심각히 받아들이는 것으로 스마트폰 중독을 들었다.

여성가족부에서 전국 초4, 중1, 고1에 재학 중인 학령전환기 청소년 학생 146만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6년 인터넷·스마트폰 이용 습관 진단 조사 결과에 의하면, 20만 명의 학생이 중독 위험군에 해당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인터넷 중독보다 스마트폰 중독 위험군이 더 많은 것으로 발표하였다.

데이비드 레비(David Levy) 워싱턴대학교 교수는 첨단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나머지 뇌가 현실에 무감각하거나 무기력해지는 현상을 일컬어 팝콘 브레인(Popcorn Brain)이라 하였다. 이는 팝콘이 곧바로 튀어오른 것처럼 즉각적인 현상에만 반응할 뿐 다른 사람의 감정이나 느리게 변화하는 현실에는 무감각하게 반응한다는 것이다. 팝콘 브레인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미국 소아학회는 아동들의 스마트폰과 인터넷, TV 노출 시간의 엄격한 제한을 권고한 바 있다.

특히, 발달 시기의 특성상 청소년기에는 뇌의 인지기능을 담당하는 뇌의 전두엽 기능이 다양한 학습 자극을 통해 활성화되어야 하는데, 장기간 지속적으로 스마트폰을 사용하게 되면, 전두엽이 제대로 발달하기 어려워 충동을 조정하기 어렵게 되고, 학습 및 기타 활동에 비해 즉각적으로 재미와 만족감을 제공하는 인터넷 게임 및 스마트폰에 지속적으로 몰입하게 되고 만다.

CBS TV 프로그램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347회를 보면, ‘스마트폰으로부터 아이를 구하라’는 주제의 강연을 들을 수 있다. 강사는 청소년들의 무분별한 스마트폰 사용으로 사고능력을 관장하는 전두엽이 발달하지 못하여, 미래핵심 역량인 창의력, 비판적 사고력, 문제해결력을 갖추지 못하여 미래사회의 주역이 되기 어려울 것을 우려하면서, 우리 학생들이 대학 가기 전까지, 스마트폰 대신에 피처폰(단순 통화만 가능한 스마트폰 이전에 출시된 전화기)을 사용할 것을 힘주어 말하고 있다. 학교수업 시간에, 대부분의 학생들이 선생님들의 강의를 수동적으로 듣기만 할 뿐, 생각해보고, 발표하고, 써보는 적극적인 활동에 무관심한 아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은 청소년들의 무분별한 스마트폰 사용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미국 실리콘벨리의 학교는 학부모의 70%가 애플, 구글, 야후, 휴렛팩커드 등 정보통신 기업 임직원들임에도, 스마트폰은커녕 컴퓨터를 가르치지 않고 발도로프 교육을 실시한다는 이야기는 청소년들을 위한 미디어교육 중요성을 시사해주고 있다.

최근 대학입시에서도 학생부종합전형이 확대되면서 기초학업능력과 함께, 진로에 대하여 스스로 질문하고 자신의 꿈을 찾고 생각하며 학교공부를 통해 확인해온 학생, 다양한 교내활동에 참여하여 배려와 나눔, 협력의 인성과 리더십을 갖춘 인재를 발굴하는 추세이다. 스마트폰에 중독되어 실제 식사할 때나 친구들과의 만남에서도 스마트폰을 쳐다보면서 각각 단절된 대화를 하는 청소년들이 어떻게 가족이나 친구들과의 관계를 회복할 것인가? 광주시교육청에서 질문 있는 교실을 통하여 함께 배우고 나누는 교실수업을 구현하고자 하는 취지는 바로 여기에서 출발한 것으로 생각한다.

스마트폰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힘들어하는 우리 아이들을 위하여 가정과 학교와 사회가 모두 함께 나서야 할 때다.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