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홍의 역사소설 깃발

충무공 정충신 장군<64>-제5장 정충신의 지략

“저 삼지창이랑 쇠도끼를 왜놈 병사들한티 납품할 것이요?”

“그래야제. 주문받았응개. 하지만 동상 말 들응개 생각 좀 해봐야겠구만.” 그러더니 곧이어 스스로 답했다. “안줘도 될 성 불러.”

“잘 생각했소. 저것 가지고 산으로 올라갑시다. 한 사람이 아쉽소. 그리고 대장간을 산으로 옮깁시다. 검을 만들고, 화살을 만들고, 탄환을 만들고, 쇠침과 쇠창을 만들어야지요.”

“그것은 어려워.” 그가 단박에 잘랐다. “워낙에 무겁고 힘을 쓰는 장비들인디.”

“걱정 놓으쇼. 우리 의병들이 밤에 실어가면 되지요. 왜놈 새끼들 눈치채지만 않게 해놔요. 야밤에 쥐도새도 모르게 옮겨놓을 팅개요.””대둔산 골짝에 우리 동지들이 이 박히듯 박혀 있제. 그들도 무장하고 있어. 독화살, 쇠도끼, 철질려, 쇠도리깨, 쇠창을 갖고 있어.“

“성님이 그들을 앞세워야지요. 대장이람서요. 그러니 성님이 장수요.”

“나가 나가서 싸우면 허벌나게 잘 싸우제. 금산사 허봉 스님의 수제자여. 스님이 검을 휘두르면 검날이 안보여부러. 축지법을 쓰는 분이네. 금방 금산사에서 조반 자신 분이 이백 리 밖 지리산 천은사에서 이른 점심을 드신 분이랑개. 그래서 비호라고도 하제. 나는 허풍을 잘 칠 줄 모르는 사람이여.”

“아주 잘 됐습니다. 장합니다. 성님 덕분에 지원군이 저절로 생겼네요. 나라가 생기가 돕니다.”

“더 모아야 써.”

두 사람은 어느새 의기가 투합했다.

“성님 동무들은 이곳 지리에 능한 사람들잉개 써먹기 좋은 병사들이겠구마요.”

“두 말하면 개소리제. 이곳 산세는 모두 빠삭하당개. 고향땅잉개. 그리고 나가 대장이라고 안했간디? 호출하면 다 나와부러. 동상들은 신원리, 세동리에도 숨어들어가 있고, 운주 소양 부귀 산골짜기, 금산 산골에도 박혀있어. 대둔산 골짜기는 물론이고, 대성산, 서대산, 국사봉, 천태산, 월양봉, 성주산, 양각산, 베틀봉, 소로봉, 덕기봉, 서쪽에 오대산, 진악산, 마이산, 망월산에 박혀 살면서 기회를 엿보고 있당개. 나가 요이땅, 하고 호출하면 다 나와부러.”

그가 뻐기며 자신감을 보였다. 단순한 사람은 세워주면 오장육부까지 꺼내주는 순박성이 있었다.

“그럼 대출 성님이 대장을 하고 의병을 일으키쇼. 그게 창의요. 지금 시간이 없소. 저 자들이 공격해오기 전에 우리가 역습을 해야 합니다.”

“그래서 왜군 놈들이 빨리 삼지창, 쇠침 맹글어달라고 오두방정 떨었구만? 그놈들이 내일 중으로 주문한 물건 찾으러 올 것인디?”

“그렁개 서둘러야지요. 그런 것은 가지고 찌라시 놓으라고 있는 것이요. 그놈들이 남의 나라 도둑질했는디, 이런 것 가지고 사라진다고 시비 붙겠소?”

“그 말은 맞다. 한디 나는 누구 소속으로 할 것인가.”

“성님 부대는 독립 의병부대라니까요. 자발적으로 일어나서 군사를 일으킹개, 창의라고 하지요. 축지법을 배웠다면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는 홍길동부대나 같소. 특수임무 유격부대요. 성님하고 성님 동상들은 이곳 지리에 빠삭항개 별군으로 편성해서 기습전에 나가도록 하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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