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홍의 역사소설 깃발

충무공 정충신 장군<65>-제5장 정충신의 지략

“자네가 작전가인가?”

“나만 작전가가 아니라 전라도 지방에서 일어난 모든 의병장들이 다 작전가요. 지금 너도나도 일어나고 있소. 담양의 고경명 장군이 진산 골짜기에 와계시고, 동복현감 황진, 해남군수 변응정, 김제군수 정담 나리들은 웅치에 있소. 그리고 위대기, 공시억, 권승경, 노인, 임계영, 김극추, 유사경, 노홍, 양응원, 선거이, 문위세, 황박, 김제민, 고성후, 김억희, 김충선, 변이중, 김익복, 라덕명, 신여극, 김팽수, 이대유, 김율, 이인걸, 백민수 등 유림들이 모두 의병을 일으켜 진을 치고 있소.”

“그 정도면 그놈들은 다 디졌네. 전라도 사람들이 보통 용맹에, 보통 머리간디? 그들이 모두 출병했는디 뼈도 못추리겠고만. 그란디 진용은 갖추었는가?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물이여.”

“물론이지요. 웅치전은 웅치전대로 진용을 갖추었지만, 우리 이치전 부대 진용을 말씀드릴 것 같으면, 대장 권율, 선봉장 황진 김보원, 후군장 김율 김여건 김복흥, 기병장 겸 부전장 권승경, 제1편비장 공시억, 제2편비장 위대기 장수로 구성되어 있소. 또 선거이 고성후 김팽수 이대유 등 의병장 수급(首級)만도 이십여 명이나 됩니다. 나는 첩보임무를 수행하는 척후사령이고요. 여기에 성님이 별군 유격대장을 맡으면 천군만마를 얻은 것이 되지요. 보다시피 우리는 관병보다 의병의 기세가 더 높소. 다들 나라 걱정해서 일어난 것이요. 다른 고장 놈들은 난리낭개 도망가뿔지만 전라도 사람들은 낫이건 쇠시랑이건 도끼건 들고 전장으로 뛰어든 것이요. 성님조차 그동안 나라에 불만을 품고 왜놈들 무기 만들어주었지만, 농사짓고 나무하던 사람들마저 너도나도 들고 일어난 것이란 말이요. 성님이 이제라도 제 정신이 돌아옹개 내가 기쁘요.”

“나가 쪼까 철이 덜 들었단 마시. 생각이 짧았네. 자네가 나를 일깨워주어서 고맙네. 한디 험산준령 이용하는 것도 좋지만 강물도 이용할 줄 알아야제. 지형지물을 잘 이용해야 써.”

“그 전략은 나하고 상통(相通)하구만요. 강을 어떻게 이용한다는 것입니까?”

“장수, 진안, 무주에서 발원하는 금강의 상류와 지류를 이용해야제. 부리면 방우리와 제원면 천내리, 용화리를 지나 영동으로 빠져나가는 봉황천과 기시천, 금산천, 조정천을 배수지로 삼아서 한꺼번에 몰아불면 고것들 그물에 걸린 물고기여. 완주 동상면에서 발원하는 만경강 지류로 몰아붙여도 괜찮제. 호남평야의 젖줄인 만경강의 고산천, 소양천으로 몰아서 미리 파놓은 모래구덩이에 생매장해버려도 된당개. 용담 쪽으로 밀어붙여서 수장시켜버려도 써. 나가 선죽도에서 그런 전략으로 한 오십 명 왜 수군놈들 물고랑에 묻어버렸제.”

“말씀만 들어도 오지요. 하지만 지금 말 사치할 때가 아닙니다. 행동으로 옮겨야지요.”

“내 무훈을 뭘로 보상할겨?”

“성님, 사나이로 태어나서 나라를 생각하는 것이지, 상훈에 우는 인간이 된다고요? 모처럼만에 성님답지가 않소. 명색이 대장 말 듣는 호기로 전선에서 장렬하게 산화해야 한다고 해야 할 양반이 상훈 하나에 용맹을 팔다니요.”

“아, 또 나가 실수해부렀구마이. 왜 나는 동상한티 이렇게 어벙할까. 나도 정신이 박힌 사람인디 말이여.”

“실수는 병가지상사지요. 걱정할 것 없습니다. 성님이 이치재로 올라오면 나가 권율 장군께 소개시켜 드리고, 정식 직함을 만들어 발령 내도록 할 것이요.”

“자네가 어른스러운 것은 일찍이 눈치챘지만 이렇게 빈틈없이 어른스러운 것 봉개 나가 동생 삼을 만하네. 동상 만난 것이 천운 같고만. 그리고 나가 동생만 같어. 좌우간 동상이 당차부링개 나가 좋네.”

“성님이 순수하고 진실하고 속도 깊응개 나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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