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산을 다시 찾은 태조 이성계

무등산을 다시 찾은 태조 이성계

<김성식 조선이공대학교 교수>
 

지난 12일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위원회(UNESCO Grobal Geopark)가 무등산 일대 지질명소 20곳과 역사문화명소 42곳을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하였다. 지질공원은 지구과학적인 특징을 가진 지역을 보호하거나 교육 및 관광 대상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지질학적 특성 이외에 생물, 역사, 문화, 고고 등의 요소를 모두 포함하는 공원제도이다. 이번에 지정된 무등산 지질명소는 무등산 정상 3봉(천·지·인왕봉)과 서석대, 입석대, 전남 화순 서유리 공룡화석지, 적벽 등 20곳, 역사문화명소는 가사문학유적권, 죽녹원,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등 42곳으로 지질학적 중요성뿐만 아니라 생태학적, 고고학적, 역사적, 문화적 가치와 요소를 두루 갖춘 곳이다.

무등산의 지질학적 특징은 5억7천만 년 전 3번 이상 분출된 화산의 열기와 빙하의 냉기가 빚어낸 결과물이다. 천연기념물 465호 입석대와 서석대를 비롯한 무등산의 주상절리대는 너비가 9m에 이르는 국내 최대의 주상절리대로서 중생대 때 형성된 세계적으로 유래가 드문 지질구조이다. 환경부에서 인정받은 무등산 지질공원은 현재 23개의 지질명소와 22개의 역사 문화명소 6구간의 지오트레일을 갖추고 다양한 지질교육프로그램과 탐방해설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지난 12일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 받은 것은 그만큼 지질학적 가치가 중요하다는 것을 내포한다.

무등산의 역사·문화적 요소는 전설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무등산 전설 가운데 <인왕 全씨> 사성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이성계가 고려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왕국을 세울 꿈을 가지고 전국 산천의 신들에게 하락을 받기 위해 찾아다나며 무등산 여신에게 조선을 세우도록 허락해줄 것과 건국에 도움을 줄 것을 간절히 빌었으나 여신은 한마디로 거절했다. 역성혁명을 용인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낙심을 하고 있는 이성계 앞에 한 사람이 잘 차려진 음식상을 가지고 나타났다. 산에 오르느라 한참 시장한 이성계 앞에 잘 차려진 음식은 꿀맛이었다. 이성계는 음식을 먹으면서 찾아온 사람에 대해 물었다. 그는 대답하기를 자신은 왕씨인데, 운세를 보니 이씨의 나라가 설 것이 확실하고, 그래서 고려가 망하면 자신의 집안 역시 멸문지화를 당하게 생겼으니 제발 목숨을 구할 방도를 일러달라는 것이었다. 이성계는 하도 말이 간곡하고 행위가 기특해서 그럼 성을 바꾸라고 했다. 그 자리에서 이성계는 王자에 사람인자를 더해 全씨로 사성을 해주었다고 한다. 또한 이성계가 조선을 세우고 나서 나라의 여러 산천 신들에게 벼슬을 내렸으나 무등산은 그 혁명을 허락지 않았다 해서 벼슬을 주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벼슬이 없는 산이라는 뜻의 無等山이란 이름을 얻게 되었다고 한다.

무등산이란 지명을 얻게 된 숨은 이야기의 의미는 불의에 대한 항의이며, 저항이며, 거부라 할 수 있다. 다시 말하자면 부당한 권력이나 불의에 대해 항거해 왔던 호남인의 집단적 무의식이다. 이러한 전통은 임진왜란과 구한말 의병 중 60%가 호남지방에서 일어난 것과 광주학생독립운동, 5·18민주화운동, 어두웠던 70, 80년대 노동운동과 학생운동 등이 한국 현대사 비극의 현장에서 불의에 항거하고 정의를 지키려는 의협심으로 이어졌으며 이는 민주, 인권, 평등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역사적 정황이나 민속·문화적 시각에서 자연지리와 사회역사가 직조되어 역설의 땅, 호남에서 나타난 자유와 평등의 주인정신은 과거 적폐를 청산하고 정당한 민주주의와 인권을 정립하고자 하는 현시대에 바람직한 모습으로 구체화되어야 할 것이다.

호남지역이 가지고 있는 인문지리적 조건은 1178m밖에 되지 않는 무등산이 넓은 평야 가운데 우뚝 솟아 있기 때문에 모태의 표상으로 보고 있다. 평야에 강물을 대는 발원지로서의 무등산은 농사를 지어왔던 많은 사람들에게는 수유를 해주는 어머니의 젖가슴이었다. 농자천하지대본의 시대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구밀도가 높고, 물산이 풍부한 무등산 일대는 설화를 통해서 여신과 어머니의 이미지로 표현되었다. 따라서 전설에서 말해지는 무등산은 일종의 지모신적 자격을 획득한 것이며, 영웅을 탄생시킨 풍수지리적 명혈은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玄牝과 같이 산 아래 사는 사람들에게 풍양을 점지하고 약속해주는 믿음의 근원으로 승화되어 있다. 무등은 지금도 전국 농산물 생산량이 우위를 차지하고 자연환경이 살아 있는 모태의 땅으로서 자연지리적 기능을 다하며 우뚝 서 있다. 무등의 정의와 풍요는 호남에게 진정 축복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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