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일보 연중기획

전남미래, 섬·바다에 달려있다

‘단순가공’ 넘어 ‘고차가공’만이 경쟁력 담보

해조류 전국 90% 생산 불구 자본·전문인력 부족 ‘악순환’

2차 이상 가공업체 21% 불과…道, 향후 5년간 3천여억 투입
 

해조류는 우리가 상상이전 시대부터 인류의 먹거리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고문헌이 남아있다. 그만큼 해조류는 과거, 현재, 미래에도 인류의 식량자원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사진은 완도 금일도 앞 바다에서 김을 채취하는 장면./전남도 제공

<13>전남산 유통·가공 -해조류

해조류는 우리가 상상하는 이전부터 인류의 먹거리로 작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아마도 인류가 수렵과 채집활동을 시작했던 시기였을 것이다. 문헌에 남아있는 기록을 보면 우리 조상들이 해조류를 즐겨 먹었음을 알 수 있다. 12세기 중엽 송나라 사절단으로 고려에 거주한 서긍은 ‘고려도경’에 “해조류와 곤포 등을 귀천없이 즐겨 먹는다. 짜고 비린내가 나지만 자꾸 먹으면 먹을 만하다”고 적었다.

‘삼국유사’에도 해조류가 등장한다. 기이편 연오랑 세오녀 설화에 “연오랑이 바다에 나가 고기를 잡고 해초를 뜯으며 생활했다”라는 구절이 나온다. 학자에 따라서 연오랑의 해초가 김, 파래, 다시마 중 하나라 주장하지만, 뒤섞여있는 해조류를 분류해 먹기 시작한 것은 이후의 일로 추정할 뿐이다.

해조류, 미래식량자원 각광

이같은 역사를 품고 있는 해조류가 최근 또다시 새롭게 조명되면서 슈퍼푸드로, 미래식량자원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더구나 해조류는 다양한 형태로 가공 활용이 가능해, 자신의 가치를 한층 뽐내고 있는 매력적인 자원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기도 하다. 해조류는 의약품이나 기능성 식품 등 가공 개발 활용할 수 있도록 알긴산, 푸코이단 등 풍부한 영양소를 함유하고 있다.

전남은 이렇게 다양하고 활용도가 높은 보석의 원석같은 해조류의 최대산지이다. 전남의 해조류 생산량은 전국 생산량(120만5천t, 2015년 기준) 가운데 90%인 108만5천t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이를 구체적으로 분류하면, 다시마가 43만t, 김 31만3천t, 미역 29만9천t 이다.

그러나 이들 수산물 원료들이 가공원료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원물 가격이 싸고 생산량은 풍부한 대신 변동 폭이 없고 일정해야 경쟁력을 갖는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해조류는 대부분 양식을 통해 생산되기 때문에 이같은 요건을 충족한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자원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원석이라도 세공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 가치는 천차만별로 변할 수가 있다. 전남산 해조류 가공은 단순가공위주로만 이뤄지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아쉬움이 많이 남는 대목이다. 이는 자료에서도 충분히 입증하고 있다. 전남 수산물 생산량(2015년 전라남도 자료)은 129만3천t으로 전국 275만2천의 47%를 차지한다. 이는 전국 생산량 2위인 경남 60만t, 3위 부산 36만3천t을 압도하는 수치다.
 

최근 김 수출시장이 다변화되고 있다.세계 109개국에 수출될 정도로 전 세계인의 건강식품으로 각광을 받고 있어 어촌 소득 창출에 큰 힘이 되고 있다. 김 가공공장에서 김을 포장하고 있는 모습./전남도 제공

그러나 수산물 가공품 현황에서는 전남은 부산에 1위 자리를 내주고 2위 자리로 주저 앉는다. 생산량 2위인 부산은 가공품 분야에서는 43만1천t으로, 전국 가공품 생산량 128만3천t의 33.6%를 점유하고 있다. 이는 전남의 18.6%를 훨씬 상회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단순가공에서 고차가공으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많은 돈과 전문인력이 절대 필요한데 현실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영세한 전남의 단순가공업체로서는 이를 극복해야 할 인력과 시설투자가 이뤄지지 않아 이를 부추기고 있다. 여기다 80% 웃도는 1차 단순가공업체들이 원초를 활용한 단순가공에만 집중하고 있어, 고차가공으로 전환하려는 모험에 선뜻 나서지 못한 것도 큰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남 도내 가공업체 수는 총 1천159개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단순 1차 가공업체 수는 937개, 2차 이상 고차가공업체는 222개로 나타났다. 단순 1차가공업체 중에서도 77% 가량인 889개는 김과 굴비를 제조하는 업체로 드러났다.
 

해조류를 고차가공으로 활용하기 위한 연구작업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전남도 제공

하지만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김의 성장세는 고무적인 현상으로 풀이된다. 전국 80% 물량을 생산하는 김은 지역 내 마른김 업체에서 1차 가공을 거쳐 전국 김 수출업체의 조미 김과 스넥 김 등 2차 가공을 통해 일본이나 중국, 미국 등 전 세계 109개 나라에 수출될 정도로 어촌의 새로운 효자품목으로 자리매김됐다. 수출은 지난 2010년 1억달러에서 2017년에는 5억달러로 증가할 정도로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는 건강식품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여기다 미역과 다시마는 완도를 중심으로 대량양식돼 전복의 천연먹이로 공급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전복생산량은 지난 2016년 1만2천t을 생산해, 3천400여억원의 어가소득 창출 효과로 이어졌다.

전남도, 가공산업 연착륙 ‘심혈’

전라남도는 지난 2004년부터 도내 가공산업 연착륙을 위해 전국 수산분야 예산의 44% 가량인 3천480억원을 지원했다. 산지 가공공장 육성을 위해 293개소에 2천444억원, 공동가공시설 현대화 사업에 8개소 69억원, 처리저장시설사업 19개소 342억원, 전통발효식품 보관용기 현대화 사업으로 젓갈용기 24만개 교체에 98억원을 각각 투입했다. 또한 수산물 가공산업 기반조성을 위해 벌교꼬막 웰빙타운 조성 사업 1개소 99억원을, 신안 게르마늄·영광 설도 젓갈타운 조성 등 2개소 206억원, 목포 서남권 수산식품산업 거점단지 조성에 222억원 등 4개소에 527억원을 투자했다.

전남도는 이를 바탕으로 앞으로 5년간 수산물 가공업을 어촌경제의 중심으로 육성하기 위해 3대 분야, 9개 과제에 총 3천376억원을 투입하는 등 보다 활발한 지원사업을 벌일 계획이다.

양근석 전남도 해양수산국장은 “우리가 가진 값진 보석의 원석인 해조류를 고차원적인 산업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다각적인 정책을 개발하고 있다”면서 “이런 논리를 통해 정부로부터 각종 지원책을 이끌어내겠다”고 강조했다.

/김우관 기자 kwg@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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