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여성들

조선의 여성들

<김세곤 호남역사연구원장>
 

3월 29일에 뉴욕타임즈(NYT)는 유관순 열사에 대한 부고 기사를 냈다. NYT는 ‘일제의 식민통치에 저항한 독립운동가 유관순’이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실었는데, “1919년 학생 신분으로 평화 시위를 이끌며 한국 독립 운동의 상징적 인물이 됐다”고 평가했다.

유관순(1902~1920) 서거 98년 만에 게재된 부고는 ‘간과된(Overlooked) 여성들’이란 제목 아래 인류사에 공헌한 여성 15명에 대한 소개의 일환이다. NYT는 1851년 창사 이래 부고기사는 주로 백인 남성들이었음을 반성하면서, ‘제인 에어’의 소설가 샬롯 브론테(1816~1855) 기사를 먼저 냈고, 동양여성은 유관순, 청(淸)나라 여성혁명가 추근(秋瑾)등 3명이다.

이렇듯 유관순 열사가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면 조선시대에 주목받아야 할 여성들은 없는가? 물론 있다. 필자는 10명의 여성에 주목 한다. 신사임당·논개·계월향·황진이·매창·허난설헌 ·송덕봉·홍랑·김만덕 ·김삼의당이 그들이다.

신사임당(1504∼1551)은 율곡 이이의 어머니이고 5만원권 지폐인물이니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지만 최근엔 현모양처 논란이 있다.

논개와 계월향은 임진왜란 때 순국한 여성이다. 논개는 진주 남강에서, 계월향은 평양성에서 의로움을 남겼다. 전북 장수군 출신 논개는 처음에는 유몽인의 『어우야담』에서 진주의 관기(官妓)로 알려졌다가 1750년 (영조 26)에야 의정부 좌참찬 권적의 최경회 시장(諡狀)에서 최경회의 부실(副室)로 밝혀졌다.

진주성 입구에는 ‘거룩한 분노는 종교 보다 깊고 불붙는 정열을 사랑보다도 강하다’로 시작하는 ‘논개’시비(詩碑)가 세워져 있다. 변영로의 시집 『조선의 마음(1924년)』에 실린 시이다.

계월향은 김응서 장군을 도와 왜장의 목을 벤 평양 기생인데 지금도 평양에는 월향동과 의렬사가 있다.

만해 한용운도 ‘계월향에게’란 시를 지어 계월향을 추모했다.

“계월향이여, 그대는 아리따웁고 무서운 최후의 미소를 거두지 아니한 채로 대지(大地)의 침대에 잠들었습니다…”

명기(名妓)로는 북에는 황진이, 남에는 매창이다. 송도기생 황진이는 송도 3절로 잘 알려진 인물이고 서경덕에 대한 흠모, 백호 임제가 지은 추모 시 등 일화가 많다. 부안기생 매창(1573∼1610)은 유희경의 연인이고 허균과도 교감하였다.

이화우(梨花雨) 흩날릴 제 울며 잡고 이별한 님

추풍낙엽에 저도 나를 생각는지

천리에 외로운 꿈만 오락가락 하노매.

매창이 유희경과 이별하고 지은 이 시조는 절창(絶唱)이다. 최근에는 『이매창 평전』도 나왔다.

한편 사대부 집안의 여류문인은 송덕봉과 허난설헌이 있다. 송덕봉(1521∼1578)은 ‘미암일기’의 저자 유희춘의 부인으로 양성평등에 앞장섰고, 시문에도 뛰어났다. 담양군 대덕면의 미암기념관에는 그녀의 문집 ‘덕봉집’이 전시되어 있다.

27세로 요절한 허난설헌(1563~1589)은 허균의 누나로서 여자로 태어난 한을 승화시킨 시인이다. 아내로서 남편의 사랑을 받는데 실패했고, 남매를 잃은 뒤에 뱃속의 아이까지 잃는 아픔을 겪었다. 허난설헌의 문집은 일본과 중국에 널리 알려졌는데, 강원도 강릉에는 허난설헌 생가가 있다.

홍랑은 삼당시인 최경창(1539∽1583)과 애절한 사랑을 한 함경도 홍원 기생으로서 영암군 군서면 ‘고죽사당’에는 그녀의 시조가 새겨진 시비(詩碑)가 있다.

“묏 버들 가려 꺾어 보내노라 님의 손대

자시는 창 밖에 심어두고 보쇼셔.

밤비에 새 닢 곳 나거든 나인가도 녀기쇼셔.”

김만덕(1739~1812)은 제주의 관기(官妓)로 제주 특산물을 서울 등지에 팔아 큰 부자가 되었는데 1790년부터 1794년까지 제주에 흉년이 들자 육지에서 곡물을 사들여 백성을 구제했다.

김삼의당(1769~1823)은 남원의 몰락한 향반 출신 여성 시인이다. 그녀는 한마을에서 자란 동갑내기와 혼인했는데 만나고 헤어질 때마다 시를 주고받았다. 『삼의당 김씨 시선』이 있다.

조선 시대 여성에 대한 부고 기획 특집을 언론사가 마련했으면 한다. 영어로도 번역하여 해외에 알리면 금상첨화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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