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천 광주문화예술회관 관장
소확행(小確幸), 문화에서 찾다
<서병천 광주문화예술회관 관장>
3월의 어느 화요일 오전 11시, 공연장의 문이 열렸다. 보통 주말 오후 3시, 7시 30분이 일반적으로 공연에 최적화된 시간이라고 한다. 평소 같으면 주말 내내 북적였던 것과 달리 화요일 오전은 특히나 적막감이 감돈다. 과연 이 시간에 공연장을 찾는 이들이 있을까 반신반의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공연=주말’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공연장은 여유롭게 공연을 즐기는 이들로 북적였다. 비교적 평일 오전 시간이 여유 있는 주부들이 주 관객층일거라는 예상과 달리 양복 입은 신사부터 대학생들까지 관객층이 다양했다. 서울에서는 이미 오래전 많은 공연장에서 시작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 성공담은 익히 들었지만 실제로 북적이는 관객들을 보니 ‘브런치 콘서트’의 인기가 실감났다.
지난 2004년 예술의 전당에서 시작한 ‘11시 콘서트’는 예술 관람에서 소외됐던 주부 관객과 저녁 시간대 공연장을 찾기 어려운 자영업자들을 대상으로 시작해 큰 성공을 거둔 이후 공연계의 히트 상품으로 떠올랐다. 광주문화예술회관에서도 이러한 추세를 반영해 올해 3월부터 ‘김이곤의 11시 클래식 산책’이란 브런치 콘서트를 시작했다.
해설과 연주, 영상이 결합한 프로그램은 음악 애호가 뿐 만 아니라 음악을 처음 접하는 관객들도 쉽게 즐길 수 있다. 특히 음악 해설가 김이곤씨의 조리 있는 말솜씨와 해박한 음악지식으로 클래식에 보다 친숙해질 수 있도록 이끈다. 밀도 높은 1시간의 공연이 끝나고 관객들은 빵과 커피를 즐길 수 있는 브런치 케이터링 서비스를 즐긴다.
극장 카페나 잔디밭 벤치 혹은 갤러리에서 그림을 감상하며 브런치를 즐기며 공연의 여운을 나눈다. 그렇게 무심한 일상, 바쁜 일상 속 특별한 점을 찍는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1만원이면 충분하다. 이런 게 소확행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소확행(小確幸)’. 2018년 트렌드로 떠오른 소확행은 운동 후 시원한 맥주 한 캔, 베란다 텃밭 가꾸기, 밀린 드라마 몰아보기 등 소소한 일상 속 소박한 행복을 찾아가는 것이다.
소확행을 문화예술 속에서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시립예술단 공연을 비롯해서 문화예술 교실, 갤러리 전시, 인문학강좌, 프린지 페스티벌 등 우리 주변에는 소소한 즐거움을 줄 수 있는 것들이 많다. 조금만 발품을 들이면 된다. 소확행이란 결국 자신이 찾아가는 것. 경제 저성장 시대 많은 돈을 들이지 않고도 행복감을 얻으려는 노력은 작은 것에 감사하는 마음, 이것은 우리 삶을 더 풍요롭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