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일보 연중기획

전남미래, 섬·바다에 달려있다

“대기업 납품업체는 수익 안정화 ‘그나마 행복’”

자체 부설연구소 설립…2차 가공품 연구·생산 개발

영세기업 비중 높은 탓 이상형 기업 모델 ‘확산’가능
 

수산물 가공업체는 특성상 단순 1차 가공에 치중할 수 없는 구조적 한계에 봉착한다. 2차 이상 고차가공을 하려면, 제품 개발과 함께 판로가 확보돼야 한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높다.사진은 업체 직원들이 미역 완제품을 포장하기 직전의 모습. /김우관 기자 kwg@namdonews.com

<14>완도 해조류 가공공장을 찾아서

‘전남산 수산물 생산량은 많은데, 왜 가공품은 상대적으로 저조할까’라는 의문이 취재 과정에서 떠나지 않았다. 과연 이런 문제점을 시원하게 풀어낼 해법은 없는지 자꾸만 뇌리에서 맴돌았다. 그래서 직접 해조류 가공공장이 있는 완도 현지로 떠났다.

지난 18일, 광주에서 지방도를 타고 2시간여 달린 끝에 해조류 공장이 있는 완도군 완도읍 농공단지 내에 위치한 (주)향아식품 공장에 도착했다. 약속 시간은 오전 11시였는데, 조금 지체한 탓인지 11시 10분께 사무실에 들어섰다. 이 공장은 지난 1988년 1월에 설립됐다고 한다. 당초에는 완도군 청산면에 위치한 조그마한 ‘청산식품’이라는 공장이었다. 그러다가 지난 2008년 (주)향아식품이라는 법인설립과 함께 김월성 대표가 취임하면서 지금의 위치에 터를 다지기 시작했다.

2차 가공품 생산 ‘경쟁력 배가’

해조류 가운데 건미역과 건다시마를 주력상품으로 생산하는 이 공장은 2012년 11월, 저염미역줄기 처리방법이라는 특허·인증을 따냈고 2014년에는 밀봉용 전복 미역국의 제조방법, 그리고 8월에는 매생이국 제조방법, 이듬해인 2015년 12월에는 켈프칩 제조방법 등을 따내면서 단순 1차 가공공장에서 2차 이상의 가공공장 대열에 합류했다.

제1공장 맞은편에 제2공장(HACCP 인증)도 가동이 될 정도로 회사경영에 탄력이 붙었다. 덩달아 매출도 늘면서 2015년 3월에는 자체적으로 부설연구소도 설립할 정도로 알짜경영에 돌입한 상태다. 이 대목에서 특히, 반가운 소식은 전남지역 가공 현황이 단순 1차 가공품 생산에 81% 가량 집중돼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중소기업에서 연구소를 설립했다는 것은 2차 이상, 즉 고차 가공품 생산에 시동을 걸겠다는 의미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향아식품을 좀 더 들여다보면, 앞으로 도내 가공공장이 가야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고무적인 현상으로 풀이된다. 이 공장은 대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회사에 연 매출 80~100억원 가량 정도 해조류 1차 가공품을 납품하고 있다. 납품 주력 제품은 실미역(48% 점유)과 자른미역(38%) 등 1차 단순가공이며 전체 매출액의 14%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2차 이상 가공식품은, 한창 제품 종류를 늘리는 ‘가정식 간편식’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업체 직원들이 자른 미역을 손질하고 있는 전경.

여기다 지난 2015년부터 수출도 이뤄지고 있는데, 미국 LA 현지 유통업체와 손을 잡고 건미역과 즉석국, 반찬류, 다시마스넥 등이 꾸준히 팔려나가고 있다. 이듬해인 2016년에는 중국에 미역줄기를 수출하는 등 수출국 다변화에도 온 힘을 쏟고 있다.

그러니까, 향아식품은 어려운 중소기업이 자금압박을 벗어날 수 있는 수익구조를 기본적으로 갖춘 탓에 안정적인 경영이 가능하다는 점을 발견할 수가 있다. 이런 경영구조 상태 라면, 2차 가공생산에 연구와 제품을 점차 늘려갈 수 있기 때문에 그렇다. 영세한 기업 비중이 많은 전남지역 현실을 감안할 때, 어쩌면 가장 이상적인 기업모델를 갖고 있는 셈이다.
 

향아식품이 개발한 다시마 고추 볶음고추장.

이처럼 여건이 좋아진 탓에 향아식품은 2차 가공품 생산에 돌입했다. 톳 된장국과 매생이국, 보리새우미역국, 성게미역국, 전복미역국 등 즉석 냉동 국종류가 바로 그것이다. 이와함께 반찬류로는 다시마장아찌, 김장아찌, 황칠전복장조림 등이 점차 소비자들의 입맛을 돋우게 한다. 여기다 장류로는 다시마볶음고추장, 멸치볶음고추장, 전복볶음고추장, 톳볶음고추장 등을 개발해 일반 가정집에서 식사는 물론 나들이에 나선 여행객들에게도 간편하게 휴대해서 먹을 수 있어 도시민들의 인기를 더해가고 있다는게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런 노력이 더해져 향아식품은 해조류 가공분야 기술을 우위로 한 업체로서의 명성을 쌓아가고 있는데, 기업부설연구소 운영과 함께 최근 3개년간 매출액이 평균 10% 상승됐다. 수출 역시 최근 3년간 평균 25% 가량의 수익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는 점도 큰 자랑거리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런 고공성장에도 불구하고 수산물 가공공장은 구조적으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한다. 우선 1차 가공 생산된 대부분의 제품을 대기업에 90% 이상 주문자 생산방식(OEM)이나, 유통업체 브랜드(PB)로 나가고 있는 한계점에 봉착하고 있는 현실을 들고 있다. 그나마 대기업에 꾸준히 물량을 제공할 수 있는 가공공장은 행복한 편이라면서 씁쓰레한 표정을 짓는다.

독자 브랜드 개발 유통 ‘한계’

설사, 가공공장이 어렵게 자본을 투입해 독자적인 브랜드를 만들어 유통할려고 해도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중소기업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호도나 기호도가 대기업에 훨씬 미치지 못하다는 측면이다. 사정이 이러다보니 회사 입장에서는 경영이 위험한 2차 가공품 개발에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는 이유다. 여기다 수산물 특성상 제품의 자동화가 어렵다는 점에 비춰볼때 통일되고 규격화된 계량용기화도 할 수 없다는 점도 2차 이상 가공품 생산을 주저하게 만든다고 한다.

이밖에도 단순 1차 가공품에 대한 규제는 까다롭지 않으나 2차 가공이상 제품에 대해서는 식품위생법이 적용되기 때문에 정부의 관리 감독이 한층 강화된다는 점도 중소기업의 부담으로 작용할 소지가 높다는 지적이다. 특히 올해부터는 식품 과대 광고 규제로 영세한 기업으로서는 제품 개발에 따른 막대한 홍보비도 감당할 없는 처지이기에 정부나 해당 지자체에서 공익광고 확대를 해야 될 필요성도 대두되고 있다는 것도 덧붙였다.

향아식품 관계자는 “갈수록 아이들이 수산식품에 대한 기호도가 떨어진데다, 제품 생산에 자동화 설비마저 어려운 여건 때문에 생산단가가 높아져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면서 “계절적으로 등락 폭이 큰 특성도 제품 개발에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결정적 이유로 작용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라고 꼬집었다.
/김우관 기자 kwg@namdonews.com

완도/김동관 기자 kdg@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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