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일보 연중기획

전남미래, 섬·바다에 달려있다

저온경매장 시설 전무 '신선 수산물' 유통 허점

부산감천항 국제도매시장 ‘유일’…현대화 속도 더뎌

전남 위판장 70% 이상 시설 노후화 개선 한 목소리
 

신선한 수산물을 보급하기 위해서는 저온경매장 시설 등 시설 현대화가 이뤄져야 하지만 추진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사진은 항공 촬영된 여수수협 전경./전남도 제공

<15>수산물 유통의 중요성

경제학에서 말하는 유통의 정의는 “상품이 생산자에서 소비자, 수요자에 도달하기까지 여러 단계에서 교환되고 분배되는 활동이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수요자와 공급자의 욕구를 동시에 충족시켜야 상품의 교환과 분배가 이뤄진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수요자는 보다 싼 가격에 좋은 상품과 서비스를 받길 원하고, 반면 공급자는 보다 이윤을 많이 남겨 물건을 팔려고 하기 때문에, 각기 상반되는 욕구를 충족시키는 유통 활동은 어렵다.

수산물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수산물은 농산물과 달리 손상이나 부패되기 쉬운 상품 특성 때문에 소비자들은 싸고, 신선한 수산물을 공급받기는 좀처럼 어렵다. 따라서 발생하는 유통비용 증가는 공급자의 이윤을 감소시켜 공급자, 소비자 모두에게 불만족스러운 상황이 된다. 실제적으로 수산물 유통 비용은 상품 판매가격의 51.8% 가량을 차지해 농산품이나 다른 상품에 비해 매우 높은 편이다.

수산물 유통비용 높아 경쟁력 저하

산업이 제대로 발달하려면, 판매와 공급이 적절하고 활발하게 이뤄져야 함은 당연하다. 이런 의미에서, 수산업에서 중간 유통과정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특히 ‘청정 수산’이라는 전남의 경우는 수산물 유통의 중요성이 남다르다.

전남 수산물 생산량 비중은 2017년 기준으로 전국 대비 57% 가량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2015년 47%, 2016년 52%를 각각 점유한 것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그래서 전남의 수산물 유통체계의 개선과 발전은 더욱 절실한 실정이다.

그러나 앞에서도 지적했지만 수산물이 갖는 특성상, 유통에 많은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수산물은 농산물이나 축산물과 달리 선도 저하 현상이 매우 빨라 적절한 품질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어획 직후부터 소비까지, 전 과정에서 온도관리가 가장 중요하다. 선도 관리가 상품의 가치를 말하기 때문에 저온유통체계 확립이 무엇보다 필수적이다.

만에 하나 생산에서부터 소비자의 식탁에 오르기까지 일관된 저온유지 및 관리가 부실할 경우, 급속한 선도 저하로 상품가치가 바로 하락한다. 설령, 선도가 떨어진 수산물을 식품이나 가공원료로 사용한다 하더라도 제품 품질이 떨어지고, 심지어 식용으로 이용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등 안전상 치명적이어서 사회 문제로 비화되는 것을 지금 껏 화 목격하곤 했다.

선박에서 하역작업을 거친 뒤 경매에 나온 조기. 상온에 장시간 노출되면 선도가 떨어지기 쉽다./전남도 제공

이런 탓에 수산물 경매가 이뤄지는 위판장 시설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위판장 시설의 노후로 인해 위생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그래서 설득력을 더해준다. 2016년 기준, 전국 산지위판장은 총 213군데로 경남 54군데, 전남 51군데로 우리나라 전체 위판장의 50%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전남의 경우, 10년 이상된 위판장은 36군데로 전체 70.58%를 점유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나마 냉동이나 냉장, 오폐수 처리시설이 없는 곳은 64.7%(33군데)에 이르러 선도 유지 및 위생관리에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 수산물 저온경매장이 설치된 곳은 부산 감천항 국제수산물도매시장이 유일할 정도다. 현대화 시설 설비가 신속히 요구되는 대목이다.

이처럼 저온 경매장이 없는 탓에 선박이 입항한 뒤 하역 작업을 거쳐 경매가 이뤄지기 전까지 저온상태로 수산물을 보관할 장소 미비로 상온상태에서 노출되고 있다. 물론, 선박에 따라 어느정도 차이는 있으나 짧게는 1~2시간, 길게는 7~8시간 이상 경매가 이뤄질때까지 위판장 바닥에 노출되기 일쑤다.

이런 이유때문에 수산물 경매시간이 새벽에 이뤄지긴 하지만 여름철에는 기온이 올라 불가항력적이라는게 현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비록 기온이 오르기 전인 새벽에 경매를 하더라도 여름철에는 새벽부터 온도가 올라 부패와 세균증식이 급속히 진행되는 바람에 선도관리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현지 열악한 시설 상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설사 경매가 빨리 진행됐더라도 유통 전 단계인 재포장 시설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산지 위판장에서 말하는 저온시설로는 냉장 및 냉동창고와 얼음제조인 제빙과, 얼음을 저장하는 저빙시설, 그리고 중도매인의 저온작업장 등이 있다.

이 가운데 중도매인의 저온작업장은 경매 뒤 낙찰 받은 수산물을 소규모 포장하기 위한 시설로 산지단계의 저온유통체계 구축을 위한 절대 필요한 시설이다. 그럼에도 산지 중도매인은 대부분 영세한 탓에 대부분 시설을 보유하고 있지 않을 뿐 아니라 집계 자료 또한 전무한 실정이다.

따라서, 보다 건실한 유통체계 개선 마련을 위해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이뤄지고 있으나 시장 규모나 국민 건강보호 측면에서 따져볼때 아직도 미흡한 실정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수산물 유통법’ 실효 미지수

그나마 지난 2016년 3월 28일,‘수산물 유통의 관리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시행됨에 따라 위생적이고 신선한 수산물 공급이 기대되고 있으나 효과는 아직도 미지수다.

전라남도 역시 지난 2015년부터 올해까지 저온저장시설 보급 확대를 위해 전 행정력을 동원, 지역별로 특색있게 시설 보완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나 여건상 추진은 더디기만 하다. 특히 장흥 바이오식품산업단지내에 60억원을 들여 스마트산지거점유통센터를 추진하고 있음은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양근석 전라남도 해양수산국장은 “전남은 수산물 생산량이 전국에서 가장 많은 지역이어서 최신식 유통관련 시설 보강은 현안중의 가장 시급한 일이다”면서 “국민들에게 안전한 수산물을 제공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우관 기자 kwg@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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