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여성재단, 10일부터 ‘묻고, 묻지 못한 이야기’전

아이들 음성으로 듣는 80년 오월 광주

광주여성재단, 10일부터 ‘묻고, 묻지 못한 이야기’전

문선희·윤세영·오진하 작가, 당시 이야기 형상 ‘눈길’
 

문선희 작 ‘두두두두두’

“집 앞으로 진짜 탱크가 지나갔어요. 탱크나 장갑차가 지나가도 아스팔트 바닥이 깨지지 않는 걸 보고 참 신기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총소리가 많이 났어요.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큰 소리요. 탕탕탕. 우리집 거실에 총알이 들어왔어요.”, “전쟁 같았어요. 사람들을 때리고 잡아가는 것도 보고, 묶어놓은 것도 봤어요. 사람들이 굴비 엮듯이 엮여 있었어요. 그리고 죽은 사람들은 길 한쪽에 덮어놨고요.”, “며칠 만에 청소차가 오니까 좋았는데 청소차 앞에 시체처리반이라고 적혀 있었어요.”

‘38년 전 당시 어린이들은 광주의 오월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물었더니 돌아온 답들이다. 무시무시한 목격담을 읊조리는 아이들 목소리는 귀엽기 그지없다. 그 어린이들은 이제 40~50대를 걷는 중장년층이 됐다. 그리고 이들의 이야기가 사진과 회화, 영상에 물든다.

광주여성재단은 오는 10일부터 7월 31일까지 재단 내 8층 여성전시관에서 기획전 ‘묻고, 묻지 못한 이야기’를 연다.

이번 전시는 38년 전인 1980년 5월18일 광주의 한복판에서 일어난 5월 민중항쟁을 추모하는 자리다. 사진작가 문선희씨와 회화작가 윤세영, 오진하씨 등 3명의 여성작가들이 전시를 꾸린다.
 

윤세영 작 ‘엄마를 기다리는 너’

이색적인 것은 전시장에서 그 때의 기억을 전하는 이가 어린이라는 점이다. 작가들은 아이들의 감각적 기억을 통해 5·18이라는 거대사를 이념이나 정치적인 관점이 아닌 정서적인 관점에서 풀어낼 생각이다.

작가들이 특별히 아이들에게 주목한 이유는 무엇일까. 아이들의 증언 속에는 당시 시민들의 용기와 희생 같은 숭고한 의지뿐 아니라 혼란, 불안, 공포, 분노 같은 지극히 인간적인 감정들까지 여과 없이 드러나 있다. 좌·우의 이념 대결에서 벗어나, 국가 권력의 폭력 앞에 속수무책으로 노출된 평범한 아이들의 생생한 증언을 통해 ‘국가란 무엇인가, 무엇이어야 하는가’를 묻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문선희 작가는 당시 초등학생이던 아이들 80명을 인터뷰해 2년 전 책으로 엮은 바 있다. 그 중 30여명의 이야기를 실제 어린이 목소리로 재연해내 이번 전시에서 들려줄 요량이다. 또 문 작가는 그 아이들이 당시 살던 집 근처를 수없이 돌아다니며 동네 벽에 초점을 맞춰 셔터를 눌렀던 사진작품들을 내걸 예정이다. 사진작품 속 담벼락들은 세월의 흔적을 자연스럽게 머금으며 당시 5·18의 상황을 증언해준다.
 

오진하 작 ‘균열’

윤세영 작가와 오진하 작가도 당시 인터뷰를 한 어린이가 되어 작품을 선보인다. 실제로 두 작가는 문 작가의 책 속에도 등장하는 당시 어린이들이다.

5월 당시 7살이었던 윤 작가는 동생을 업고 일을 하러 나간 엄마를 불안한 마음으로 기다리던 경험을 작품화했다. 또 당시 11살이던 오 작가는 ‘모든 것이 가장 중심의 미세한 균열로부터 시작됐다’는 의미심장한 뜻을 작품에 담았다.

염미봉 광주여성재단 대표이사는 “어김없이 또 5월이 왔다”며 “광주의 오월을 주제로 작업하는 여성작가들을 발굴해 소개함으로써 아픈 역사를 기억하고 추모하고자 한다”고 전시 취지를 설명했다.

전시 오픈식은 10일 오후 4시 전시관에서 진행될 예정이며, 전시 관람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다.

/정세영 기자 jsy@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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