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갈등과 반목…소통과 포용으로 풀어야

정치적 관용의 자세…다름을 인정하고 존중

폭력을 막는 단 하나의 해독제 ‘대화와 소통’

물질주의의 병폐 벗어나 행복한 사회공동체

상생(相生)은 표준국어대사전에서 둘 이상이 서로 북돋우며 다 같이 잘 살아가자는 의미를 갖고 있다.

역학적인 의미로 오행이 서로 생하는 관계로 표현하고 있다. 즉 사물 상호 관계에서 한 사물이 다른 한 사물을 발생시키고 조장시키는 관계를 이르는 말이다. 옛 의학서에는 상생 관계를 모자(母子) 관계로 설명하기도 한다.

인문학적인 관점에서 보면 노자의 도덕경 상편 제 2장을 보면 ‘유무상생’이란 구절이 나온다. 있음과 없음이 서로 함께 사는 대화합의 정신을 강조하고 있다. 미래학자들은 상생의 원리가 21세기 인류를 이끌 지침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상생은 생태학에서 파생된 개념인 공존(co-existence)이나 공생(symbiosis)보다 더욱 포괄적이고 적극적인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상생의 원리는 갈등과 대립의 연속이던 지난 세기, 갈등의 시기를 화합의 시기로 전환시킬 열쇠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인간과 자연, 동양과 서양, 종교와 종교 등 사회 모든 분야에서 상생을 통해 화합을 이루자는 것이다. 남도일보는 창사 21주년을 맞아 광주·전남의 발전을 위해 풀어야 할 상생 과제를 진단해보고 화합을 위한 새로운 다짐은 무엇인지 전문가의 조언을 들어봤다.
 

광주시와 전남도는 민선 6기 들어 에너지밸리 특별법 제정, 호남고속철도 2단계 무안공항 경유 등 민감한 과제에 대한 매듭을 풀기 위해 ‘광주전남상생발전위원회’를 출범시키는 등 양 지역의 상생을 위한 방안을 모색했다. 사진은 2016년 개최된 광주전남상생발전위원회 개최 후 참석자들이 광주·전남 화합을 위해 두손을 맞잡고 있는 모습. /광주시 제공

<정치>

광주와 전남은 그동안 상생 의지에 대한 문제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지난해 12월 광주전남 상생포럼발대식에서 주진우 기자는 “광주·전남 시도민들은 깨어있고 한국정치를 주도해 가는데 정작 정치인은 없다고 안타까워 하면서 깨어있는 한국 정치인을 양성해 달라”고 주문한 발언이 뼈 아프게 다가왔다.

1986년 11월 광주·전남 분리 이후 ‘광주·전남 행정협의회’, ‘광주 전남 상생발전위원회’ 등의 협의기구가 설치돼 공동발전을 위한 다양한 노력들을 해왔으나, 구체적으로 이해관계가 부딪히고 경쟁 관계 일때는 그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

지방선거 이후 광주·전남은 군 공항이전 및 무안공항 서남권 거점 공항육성, 한전공대 설립부지 선정, 에너지벨리 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를 위해 광주·전남은 통합경제권을 구축하고 큰 틀에서 시·도의 역할과 기능이 유기적으로 분담돼 동반성장의 길을 가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하지만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은 표심만을 의식해 광주·전남 상생을 깨는 공약을 남발했다. 한전 공대의 경우 광주지역 구청장 후보들이 서로 자신의 지역구로 유치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여기에 나주, 순천, 목포의 단체장 출마자들도 아전인수식으로 너도나도 유치 공약을 강조했다. 게다가 광주·전남 최대 현안 과제인 군공항 이전에 관한 구체적인 방안도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일부 후보들은 무안공항으로 이전이 마치 확정된 것 마냥 개발 이익의 규모와 이전 지역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시해야 한다며 여론을 호도하기도 했다. 또한 6·13 지방선거 과정에서도 네거티브 선거전은 치열했고, 특히 정당 내 경선을 거치면서 원칙과 기준이 흔들리며 불공정 시비가 불거지는 등 큰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전남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조정관 교수는 “정치라는 것이 결국은 잘살자고 하는 것인데, 상대는 악이고 나는 선이라고 하는 편협 된 생각을 버려야 한다. 생각이 다른 것에 대해서는 격렬하게 논쟁을 해야 하지만, 하나의 공동체를 위해서는 서로 다른 부분을 인정하고 존중하면서 함께 간다는 민주주의 의식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정치 지도자는 오피니언 리더층이 선도하는 역할이 필요하다. 실제로 작은 사안도 협치를 통한 문제를 해결하는 노력이 필요할 때다”고 말했다.

조선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지병근 교수는 “상생을 위해 정치적 관용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정치학에서 관용이란 사회에서 가장 싫어하는 세력에 대해서도 그 사람들이 말할 수 있고 표현할 수 있도록 하는 의지라고 말한다. 아무리 공산주의자가 싫더라고 정치적 표현을 허용하는 것이 사회의 관용수준을 보여준다. 우리나라 사회에서 가장 적대시하는 세력에 대해 관용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경제>

문재인정부 들어 최저시급이 인상되면서 곳곳에서 불협화음이 일었다. 고용주들은 직원의 휴식시간을 늘리거나 수당, 상여금, 식비 등을 없애 인건비 부담을 줄였고, 영세 업주들은 직원들을 내보냈다. 중소기업은 최대 경영 애로 사항으로 인건비 상승을 꼽았다. 최저 임금 인상의 압박을 견디지 못하는 중소 상공인들이 고용을 줄이는 상황에서 생산성 증가 없는 임금 인상은 허구이자 환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양극화 해소를 위한 최저 임금 인상의 실효성을 확보하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임경준 중소기업중앙회 광주전남지역회장은 “한국 경제가 성장 정체를 딛고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성장이 고용 창출과 국민소득 증대로 이어지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상생하며 조화를 이루는 공정한 경제 생태계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극적인 노사 합의로 법정관리를 피한 금호타이어가 이제는 노노갈등이라는 암초를 만나 경영정상화에 차질이 우려된다. 노조 대의원대회가 사조직들간의 정치적 목적으로 진흙탕싸움으로 변질되자 경영정상화 과정에도 제동이 걸리고 있으며 회사 안팎에서도 우려의 시선이 커지고 있다.

금호타이어가 해외매각과 법정관리라는 갈림길에 섰던 지난 3월 광주·전남 지역기업이 컨소시엄 구성을 논의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상생을 위해 지역 기업들이 얼마나 노력했는지를 노조는 알아야 할 대목이다.

정창선 광주상공회의소 회장은 지난 8일 기자간담회에서 “금호타이어 해외매각만큼은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다. 6개 기업이 컨소시엄 구성에 뜻을 모았다”며 “광주상의를 주축으로 지역기업들이 함께 뜻을 모은 이유는 일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금호타이어노동조합이 ‘자구안 합의서 제출’ 마지막 시점인 3월 30일 광주광역시 광산구 금호타이어 공장에서 3차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뉴시스

<사회>

최근 발생한 수완동 집단폭행사건은 국민적 공분을 샀다. 경찰이 왔음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점, 실명까지 일으킬 정도로 잔인하게 폭행한 점 등으로 인해 국민들은 불안감을 떨어야 했다. 경찰이 초기 대응이 미흡했다는 지적도 나오면서 공권력 강화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경찰이 조금 더 적극적으로 진압을 했더라면 피해자의 피해는 달라졌을 것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이번 사건을 보면서 우리 이웃들은 지치고 힘들 때 위로받기는커녕 소외감을 느끼며 불행감과 좌절감에 휩싸여 극단적인 행동을 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물음표를 낳았다. 각 개인이 저지르는 범죄 역시 넓게 보면 사회적인 문제의 결과물이며, 사회적 질병 현상을 개인적인 문제로만 치부하게 되면 사회적 질병이 고착 및 악화되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질 수밖에 없다. 남을 배려하고 상생하는 마음은 결국 나를 위한 일이고 이것이 바로 상생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폭력을 막는 단 하나의 해독제는 ‘대화와 소통’ 인 것이다.

사회의 구성원들이 상대방을 서로 배려하고 상생하는 마음을 통해 사회적으로 더 많은 가치와 행복이 창출되고 선순환 된다는 믿음을 갖는다면, 우리 사회는 물질주의의 병폐로부터 벗어나 서로가 행복한 사회공동체를 일구어 나갈 수 있다고 주문한다.

김영근 광주서부경찰서장은 “폭력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예방 및 의식개선, 가해자 처벌강화, 피해자 보호, 세 가지 요소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나한테 그런 일은 안 일어나겠지’ 하는 안일함과 ‘그 까짓 것 가지고 무엇을 그래’라고 생각하는 폭력에 대한 무감각과 관용이 또다시 폭력을 부르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문화>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2004~2023년)을 통해 건립된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지난 정권들의 외면과 사실상의 방치에 따라 조성사업은 축소됐고, 전당의 활성화는 지지부진 했다. 새 정부 들어 정상화에 대한 지역의 기대가 있었지만 문화체육관광부의 담당부서가 지역문화정책관으로 변경되면서 조성사업이 국책사업에서 지역단위의 산업으로 전락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사기도 했다.

여기에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입장 차에서 비롯된 사업추진 간의 혼선과 갈등은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과 전당 활성화를 더욱 지지부진하게 만들었다. 특히 전당의 정체성이나 5·18 사적에 대한 보존 문제와 맞물려 갈등은 커져만 갔다.

이에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지역 문화계 및 시민단체, 기업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이 산재한 상황에서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소통과 협업을 통해 아시아의 문화와 가치 그리고 광주의 문화콘텐츠 생태계를 활성화 시켜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문화 인프라, 인적자원, 개발역량, 비즈니스 모델에 이르는 다양한 부분들을 발전시키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전문가는 지적했다.

최규철 광주예총 회장은 “그동안 지역 사회에서도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 등 광주·전남 문화 발전을 놓고 다양한 목소리가 있어 왔다”며 “하지만 새 정부 들어 ‘문화도시 광주를 만들자’는 대의를 우선적으로 놓고 서로 지혜와 힘을 모아 합심해야 될 시기”라고 말했다.
/노정훈 기자 hun7334@namdonews.com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