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잡은 농촌…귀농인·정주민 갈등 먼나라 이야기

귀농인 선입견·농촌문화이해 부족으로 감정싸움

축사 냄새 때문에 다투고, 인사 안해 남남 되기도

강진군 마량면 원포마을 등 화합으로 갈등 치유

마을 워크숍과 봉사활동으로 서로에 대한 이해

郡 농업기술센터, 귀농·귀촌 공모사업서 최우수

강진 인구 10%가 귀농인, 귀농사관학교도 준비
 

귀농·귀촌이 우리사회 한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귀농, 귀촌인과 정주민 간의 갈등도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사진은 ‘감성화합마을’ 사업을 통해 리모델링된 강진군 마량면 원포마을 마을버스 정류장에서 귀농인과 지역민들이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강진군농업기술센터 제공

 

 

치열하고 각박한 도시생활을 떠나 귀농, 귀촌을 꿈꾸는 사람들이 늘면서 ‘귀농’은 어느새 우리사회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도시인들은 은퇴 후 여유로운 삶을 위해 또 자연과 함께하는 전원생활을 꿈꾸며 귀농 계획을 세우곤 한다. 하지만 현실은 이상과 다르다. 정주민과 갈등을 겪다 마음고생 끝에 다시 도시로 되돌아가는 ‘역귀농’이 발생하는가 하면, 농지 문제 등으로 지역민과 법적 다툼을 벌이는 귀농인까지 생기고 있다. 이미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정주민과 귀농인 간의 갈등. 이같은 갈등 사례를 짚어보고 이를 슬기롭게 풀어낸 전남 강진군의 이야기도 함께 살펴봤다.

◇정주민-귀농인 갈등=전남의 한 마을에서 한우를 사육하고 있던 정주민 A씨의 옆집에 귀농인 B씨가 전입해 왔다. 한우 축사는 특유의 냄새가 발생하기 마련이고 소에게 먹이기 위한 조사료에서는 시큼한 악취가 발생하는데, 귀농인 B씨는 이 냄새를 참지 못했다. 결국 그는 정주민 A씨에게 “공기 좋은 시골에서 살고 싶어 내려왔는데 축사 악취 때문에 못 살겠다”고 불만을 표시했고, 이후 둘은 말도 섞지 않는 사이가 되고 말았다. 정주민 A씨에게 B씨는 어느날 나타나 축사 냄새를 문제삼는 ‘골칫거리 도시인’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인사 문제로 남남이 된 마을사람들도 있다. 농촌에서 평생을 살아온 전남의 모 마을 사람들은 젊은 사람들이 이웃 어른들에게 인사를 잘하고 다니는 모습에 익숙하다. 하지만 이 마을에 전입온 귀농인 C씨는 마을 공동행사나 공동작업 현장엔 전혀 얼굴을 비치지 않았고, 또 마을사람들을 그저 모르는 사람이라 생각하고 인사도 하지 않았다. 결국 C씨를 못마땅하게 생각한 마을사람들과 C씨는 연일 갈등을 빚게 됐다.

이처럼 정주민과 귀농인 간의 갈등은 귀농인에 대한 선입견, 또 귀농인의 농촌문화 이해 부족에서 비롯된다. 사소한 일로 시작된 갈등이 눈덩이처럼 불어 법정으로 간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 2012~2015년 귀농인구 1천가구를 조사한 결과 ‘주민들과의 갈등·고립감’은 소득 부족, 농업노동 부적응에 이어 역귀농 이유 세번째에 꼽혔다.

 

 

 

원포마을 귀농, 귀촌인 지역민이 함께한 현장견학 모습.

◇감성화합으로 융화된 강진=갈등을 딛고 일어나 정주민과 귀농인 모두 한 마을사람이 된 곳도 있다. 강진군 마량면 원포마을과 현천마을, 장동마을 등 강진 관내 5개 마을은 귀농갈등을 겪다 강진군이 추진한 ‘감성화합마을’ 사업을 통해 새로 태어났다. 이들 마을은 적게는 3가구부터 많게는 11가구까지 귀농가구가 살고 있다. 적은수 같지만 작은 시골마을에서 3~11개 가구는 전체 가구수의 10~30% 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큰 수치다. 강진군은 귀농인구가 점차 늘자 갈등 사례도 적지 않다고 보고 해당 사업을 지난해 특수시책으로 추진했다.

강진군농업기술센터에서 귀농업무를 담당하는 윤지웅 주무관은 “갈등을 봉합하려면 서로에 대한 이해가 먼저라고 보고 감성화합마을 사업을 시작했는데, 사업을 추진하자 속앓이를 하고 있던 마을 이장님들과 귀농인들이 먼저 신청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며 “그만큼 갈등의 골이 깊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감성화합마을 사업을 통해 군은 지역민과 귀농인이 섞일 수 있도록 귀농극단 ‘청자’를 만들었다. 공연을 준비하고 마을사람들에게 연극을 선뵈는 과정을 겪으면서 정주민, 귀농인이 서로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을 갖자는 판단에서다. 특히 독거노인과 노인 요양원 등 귀농인과 지역민이 함께한 봉사활동은 시너지 효과가 컸다. 봉사활동을 통해 가까워진 이들 사이에 갈등은 설 자리를 잃었고, 그 자리엔 대신 우애와 신뢰가 자리잡기 시작했다. 그 사이 원포마을 마을버스 정류장은 귀농인과 지역민의 만남의 장으로 탈바꿈했다. 귀농인의 재능기부와 정주민의 손길을 거친 오래된 버스정류장은 마을 사람들이 언제나 담소를 나눌 수 있는 정이 넘치는 곳으로 변신했다.

강진군의 이번 사업은 결국 농식품부 주관 ‘귀농귀촌 지역사회발전 공동사업 우수사례 공모전’서 전국 1위인 최우수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귀농갈등이 늘어나는 현실에서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를 이해해 나가는 ‘감성화합’이 귀농갈등의 해결책으로 인정받은 셈이다.

 

농산물 재배 교육을 받는 귀농, 귀촌인과 정주민들.

◇‘귀농 1번지’ 강진군 비결은?=강진군은 지난 2007년 전국 최초로 귀농인 지원 조례 제정, 도시민 농촌 유치에 심혈을 기울인 결과 1천200가구 2천900여명이 귀농해 농업을 제2의 직업으로 삼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강진 인구가 3만7천여명임을 감안할 때 강진 거주 인구의 약 10%에 육박하는 인구가 귀농인으로 채워진 셈이다. 군은 귀농 정착 지원 보조사업과 빈집 수리 지원 사업 등 다양한 사업을 통해 귀농·귀촌인들이 조기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 사업들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 도시민 농촌 유치 평가에서 우수상을 수상하면서 국비 1억원을 포함한 총 사업비 2억원을 확보해 예비 귀농인들에게 팜투어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특히 강진군은 올해 13억원을 투입해 예비 귀농인들이 숙소 걱정 없이 강진을 둘러보고 거주할 곳을 선택하고 영농체험을 통해 귀농 후 경작 작목을 선택할 수 있도록 체류형 ‘귀농사관학교’를 조성할 계획이다.
/이은창 기자 lec@namdonews.com·강진/이봉석 기자 lbs@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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