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사특집> ‘도전하는 삶’은 나이와 학력을 뛰어넘는다

현재 우리 사회가 직면한 가장 큰 당면 과제는 일자리다. 그중에서도 청년일자리와 고령화에 따른 노인 일자리 등이 현안이다. 지난해 청년 실업률은 9.8%로 외환위기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체감 청년실업률은 20% 이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청년장병들도 전역 후 진로 문제를 가장 큰 고민으로 꼽고 있다. 고령화에 따른 황혼취업 문제도 젊은 세대 못지않게 시끄럽다. 이런 상황에서 남다른 도전 정신으로 나이와 학력을 뛰어넘은 청년 사업가와 노인들이 있어 눈길을 끈다. 그들의 삶을 통해 우리사회 일자리 문제에 해법을 살펴본다.<편집자 주>

■대학보다 창업 28세 사장님

정무혁 ㈜에프엠컴퍼니 대표

패기와 열정으로 경호회사 운영
 

20대 청년대표가 설립한 경호업체 (주)에프엠컴퍼니는 청년들이 모여 꿈과 열정을 가지고 성장해 나가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5월 시민의 날 행사를 진행하는 모습.
완도국제해조류박람회에 참가한 직원들이 행사관련 수칙을 듣고 있다.
행사장 뒷편에서 관계자와 시민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모습.
청년의 날 공연장에서 통제 및 안전사고 예방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정무혁(28·사진) ㈜에프엠컴퍼니 대표는 젊음을 자산 삼아 ‘20대 사장님’ 꿈을 이룬 청년이다. 정 대표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취업을 위해 바로 군대에 다녀왔다. ‘그래도 대학은 나와야 하지 않겠느냐’는 부모님 권유도 있었지만 대학 대신 취업을 선택했다.

군복무를 마친 그는 어렸을 때부터 킥복싱 등 운동을 한 경험을 살려 경호회사에 취직했다. 4년 가까이 즐겁게 일했지만 회사 방침에 따라 반복적인 일을 해야만 한다는 생각에 창업을 결심했다. 함께 운동을 하며 경호일을 했던 친구들과 모여 자신들의 미래와 목표를 위해 경호 회사를 차렸다.

외식 사업이 대세인 청년 창업 분야에서 20대 청년이 경호업체를 차리는 것에 주위에서 우려도 많았다. 정 대표 본인도 두려움을 가졌다. 하지만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고, 좋아하는 일이기 때문에 열정을 가지고 일할 수 있다면서 도전장을 내밀었다. 무엇보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격언처럼 젊음은 그가 가진 최대 자산이었다.

올해로 창업 2년째인 그는 사업 초기 업계 ‘낯섦’을 이겨내고 착실히 성장 중이다. 일을 하나하나 해나가면서 성실함과 젊음 특유의 생동감을 인정받아 ‘믿고 맡기는’ 업체로 명성을 쌓았다. 현재 ㈜에프엠컴퍼니는 정 대표와 20대 직원 7명으로 구성돼 있다.

업무는 다양하다. 주요 인사 경호부터 의전수행, 행사안전 및 진행, 시설보안, 경비용역까지 담당한다. 광주 충장축제와 보성 다향 대축제, 완도 국제해조류 박람회, 목포 갈치축제, 고흥 우주항공 축제, 순천 팔마축제, 2018평창 동계올림픽 성화봉송(광주) 등이 에프엠컴퍼니가 활동한 행사들이다.

정 대표는 “직장을 그만두고 회사를 차릴 때 걱정도 많았고, 두려운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패기와 열정이 있으면 못할 게 없다는 각오로 도전했다. 도전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해낼 수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힘들어도 꿈이 있고, 좋아하는 일이어서 해낼 수 있다고 믿었다. 젊다는 게 가장 큰 재산이었다. 경호 업무가 체력적, 정신적으로 힘든 부분이 많지만 젊은 패기와 열정으로 계속 도전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황혼기’벤치 대신 다시 일터로

양희석씨 일흔살에 택배일 ‘삶의 활력’

김순임씨, 60대에 바리스타 꿈 이뤄
 

젊은이 못지 않은 체력과 열정으로 인생의 기쁨과 젊음을 되찾아 가고 있는 어르신들이 있다. 사진은 실버택배원으로 일하는 양희석 할아버지 모습. /정유진 기자 jin1@namdonews.com

나이가 들었다고 황혼기‘벤치’생활 대신 일자리를 새롭게 얻어 제2인생을 개척하며‘청춘 바람’을 불어 넣는 이들이 있다. 젊은이 못지않은 체력과 열정을 갖춘 실버택배원과 바리스타 60~70대들이다. 이들은 은퇴 이후 무료한 일상을 보내던 중 일하는 기쁨과 젊음을 되찾기 위해 다시 일터로 나서고 있다.

올해 70세인 양희석 할아버지. 2년째 실버택배원으로 일하는 그는 일을 시작한 후 건강과 젊음을 되찾았다. 그는 20여 년 동안 자영업을 하면서 직업병이 생겼다. 병세가 악화되자 병원에서도 일을 그만두는 것이 좋겠다고 권해 하던 일을 접었다. 쉬면서 건강을 되찾았지만 반복되는 일상의 무료함 속에 점점 생기를 잃어갔다. ‘이대로 세월만 보내선 안되겠구나. 뭔가 해야겠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던 그는 광주 동구시니어클럽협회 소개를 통해 실버택배에 나섰다. ‘다 늙은 나이에’ ‘그것도 택배라니…’ 하는 만류도 있었지만 택배 일을 하면서 양 할아버지는 다시 일하는 기쁨과 삶의 활력을 되찾았다.

그는 광주 동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낮 12시부터 오후 3시까지 1주일에 5일 일한다. 처음에는 실수로 잘못 배송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이제는 노하우가 생겨 30여개의 물건들을 빠르게 척척 배달한다. 택배가 오기를 기다리는 아이들과 주부 등 아파트 주민들의 ‘고맙다’는 말 한마디에 큰 힘을 얻는다. 양 할아버지는 “자녀들이 일을 하지 말고 쉬라고 했지만 일하면서 건강이 좋아지고 밝아진 모습들을 보며 지금은 많이 응원해 주고 있다”며 “택배가 오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볼 때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순임씨는 3년째 실버바리스타로 일하며 바리스타의 꿈을 이루고 있다.

김순임(63·여)씨는 ‘6070청춘다방’에서 3년째 일하는 바리스타다. 광주 동구 학동증심사 입구역에 위치한 청춘다방은 김씨를 비롯해 9명의 어르신들이 실버바리스타로 근무하고 있다.

커피를 좋아하는 그는 바리스타의 꿈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나이와 여성이라는 이유로 쉽게 도전하지 못했다. 그러던 중 4년 전 우연한 기회에 바리스타 양성과정을 접하게 됐다. 지금은 사람들에게 매일 커피를 만들어 주면서 그 꿈을 이뤄냈다. 출퇴근길 직장인들과 점심시간 잠깐의 여유를 즐기러 오는 사람들에게 맛있는 커피를 만들어 주고 있다. 손님들이 자신이 만든 커피를 마시면서 만족한 미소를 지을 때 피로감이 ‘싹’ 달아나며 활력이 솟는다고 말한다.

김씨는 “커피를 좋아하게 되면서 바리스타가 되고 싶다는 꿈을 꾸게 됐지만 나이와 여성이라는 벽 앞에서 두려웠다”며 “내가 만든 커피를 맛있게 마시는 사람들을 보는 것이 큰 기쁨이다”고 말했다.

/정유진 기자 jin1@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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