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채용비리 없다”…‘은행고시’ 부활

서류전형·면접에 외부 전문가 참여

부정발생시 예비합격자 ‘풀’서 충원

은행연합회, 채용절차 모범규준 마련

은행권 채용에 필기시험인 이른바 ‘은행고시’가 부활된다. 면접에는 외부 인사가 참여해야 하고 부정합격자 발생에 따른 결원을 충원하기 위해 은행은 예비합격자 풀을 운영해야 한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은행연합회는 최근 이런 내용을 담은 은행권 채용 절차 모범규준을 금융당국에 전달했다.

모범규준은 은행이 채용 절차를 진행할 때 필기시험을 둘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권고사항이지만 모범규준에 필기시험이 언급됨에 따라 은행들이 필기시험을 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채용 절차의 공정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기존에는 KB국민은행, KEB하나은행, NH농협은행 등 일부 은행만 채용 절차에 필기시험을 뒀다. 다른 은행은 서류전형에서 지원자 상당수를 걸러내고 면접 등 절차로 최종합격자를 가렸다.

하지만 취업준비생들의 1차 문턱인 이 서류전형에서 ‘보이지 않은 손’이 작용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우리은행이 이번 상반기 채용에 10년 만에 필기시험을 재도입한 것은 이런 우려를 의식한 조처로 풀이된다. 우리은행은 인·적성 검사 수준을 넘어서 경제, 금융, 일반 상식 문제를 출제했다.

서류전형 자체의 공정성을 높이는 절차도 마련됐다. 모범규준은 서류전형을 외부기관에 맡기거나 외부 전문가를 서류전형에 참여하게 했다. 부정 청탁의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면접에 블라인드 방식을 적용해 면접위원에게 지원자의 개인정보를 제공하지 않도록 했다. 면접에 외부 인사가 면접위원으로 참여해야 한다. 단, 외부위원의 비율은 은행 자율에 맡겼다. 수출입은행을 비롯한 일부 금융공기업에서는 지난해부터 외부위원이 면접전형에 참여했다.

대학입시에서 볼 수 있는 예비합격자 풀도 운영한다. 채용비리로 인한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해서다. 부정합격자로 판정된 수험생의 합격을 취소하고 그 자리를 예비합격자 명단의 1순위자로 채우는 방식이다.

은행권에서 최근과 같이 채용비리 논란이 벌어진 적이 없었던 데다 부정합격자에 대한 합격 취소 개념조차 희박해 피해자 구제안 자체가 사실상 없었다.

모범규준은 채용비리의 온상이 된 임직원 추천제를 폐지하는 방안을 공식화했다. 시중 은행들은 공식적으로 추천제도의 존재를 부인하고 있으나 금융당국의 조사 결과에서는 그 정황이 드러나곤 했다. 모범규준은 아울러 채용 결과를 발표하기 전에 은행 내부의 통제담당 부서가 전체 채용 절차를 점검하도록 했다.

은행연합회는 다음 주 중으로 금융당국의 의견을 받고 모범규준을 확정해 다음달 의사회에서 이를 의결할 예정이다. 모범규준이 제정되면 각 은행은 이를 내규에 반영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은 모범규준의 내규화 여부와 내규 준수 여부를 점검할 방침이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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