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스러운 스승의 날 차라리 없애자

엊그제는 서른일곱번째를 맞은 스승의 날이었다. 스승을 존경하는 풍토를 조성하기 위해 만들어진 날이다. 그런데 스승의 날을 맞아 폐지 주장이 이어졌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수십여 건의 ‘폐지’ 국민청원이 넘쳐났다. 대부분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현장 교사들의 목소리다. 교사들을 위한 날을 교사 스스로 없애자고 나선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올해 스승의 날은 어느때보다 혼란스러웠다. 사실 언젠가부터 일선 학교에서 스승의 날이 도래하면 교사는 교사대로 학생은 학생대로 심기가 불편했다. 명색이 스승의 날인데, 학생들 입장에서는 형식적이나마 뭔가를 해줘야할 것 같은 입장이고, 교사들은 카네이션 한 송이도 법에 저촉되지 않는지 따져봐야 하는 것이다. 스승의 날이 이렇듯 혼란스러워야 한다면 아예 폐지되는 게 바람직하다.

하지만 폐지되기 전에 교육당국과 학교, 학부모 등이 스승의 날이 갖고 있는 여러 의미에 대해 진중하게 토론하는 공론회장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김영란법과 같은 법의 잣대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다. 교사와 학생간의 특별한 관계형성 과정을 점검하고 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참된 기준을 마련하는 동기가 되도록 해야 한다. 교육계에서는 스승의 날을 ‘교사의 날’로 바꾸자는 제안도 나온다. 하루라도 교사끼리 자축하고 서로 격려하며, 교육부와 교육청은 학생·학부모가 아닌 교사의 목소리를 듣는 자리를 마련하자는 것이다.

김영란법 역시 이 기회에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다. 학생들이 카네이션 한 송이 제대로 달아주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하다못해 커피 한 잔도 대접해선 안 된다니, 그야말로 사회 통념을 벗어난 몰상식한 규제다. 국회의원들은 기업체 돈으로 여비서까지 대동해 해외여행을 즐기는 상황에서 행여 교사들이 커피 한 잔 대접받고는 그 대가로 특혜를 줄 것이라고 간주하는 발상부터가 옳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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