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8주년 5·18광주민주화운동 전야제

그날 그 자리에 되살아난 민주정신…‘오월의 진실’메아리

광주 금남로서 ‘80년 5월 광주’재현…10일간 항쟁 거리극

시민들 주먹밥 나누며 대동정신 체험…한반도 평화 기원도
 

‘가자 도청으로’
제38주년 5·18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을 하루 앞둔 17일 오후 광주광역시 동구 금남로에서 열린 5·18민중항쟁 전야제 행사에서 1980년 상황이 재연되고 있다. /임문철 기자 35mm@namdonews.com
전남대학교 사범대 건물에 그려진 ‘광주민중항쟁도’ 일부를 체험하는 시민들의 모습.
전야제에 참여한 아이들이 고사리손으로 주먹밥을 만드는 모습.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행위로 5·18 적극 가담자 인명사전을 금남로 길바닥에 펼쳐놨다.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 하라! 시민여러분 진상규명을 위해 함께 투쟁해 주세요. 진실이 밝혀지는 그날까지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겁니다.”

5·18광주민주화운동 38주기를 하루 앞둔 17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는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 듯 했다. 전일빌딩 창문밖으로 진상규명을 외치며 호외를 뿌리는 시민배우와 구호를 외치며 함께하는 광주 시민들은 흡사 1980년 5월 당시의 모습을 방불케 했다. 시민군으로 분장한 시민배우들은 38년 전 10일간의 항쟁을 거리극으로 선보였다. 헌혈 동참·행방불명자 신고 방송, 총칼로 시민을 진압하는 계엄군, 시민을 진압하는 계엄군 모습 등을 그대로 재현했다. 또 5·18희생자들이 안장된 옛 망월묘역을 형상화한 100여개의 봉분이 무대에 마련됐고, 오월 어머니와 시민이 꽃을 바쳤다.

전야제를 통해 80년 그날로 돌아간 광주 시민들은 시민배우들과 함께 강제동원 역사 청산·세월호 진실 등 정부가 풀어내야할 과제들을 구호로 외쳤다.

시민들 가운데는 눈시울을 붉히는 이도 있었다. 김정기(68)씨는 “당시 계엄군에 맞서 시민군으로 활동하며 광주 시내를 뛰어다녔던 기억이 떠올라 나도 모르게 울컥했다”며 “진실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지금에 광주 시민 한사람으로서 감사하다. 40여년이라는 세월 속에서 감춰졌던 진실들이 이제는 밝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5·18 진상규명과 함께 전야제 등을 통해 앞으로도 우리 후세들이 5·18을 잊지 않고 끝까지 민주화에 참여 할 수 있길 바란다”며 당부했다.

이날 5·18 당시 주요 집결 장소혔던 금남로는 38주년 기념행사 전야제와 시민난장 등 추모 열기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보아라 오월의 진실 불어라 평화의 바람’이란 주제로 열린 이날 행사는 5·18에 익숙하지 않은 세대들을 위해 1980년 5월 광주를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는 29개의 체험부스가 마련돼 시민들을 이끌었다. 더불어 진상규명과 헌법 수록 등 남아있는 과제를 조명하고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는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오월 어머니집’과 ‘광주 엄마가 달린다’ 등 여러 단체들은 80년 5월 광주의 대동정신을 보여주는 주먹밥을 만들어 시민들에게 나눠줬다. 이 가운데 고사리 손으로 주먹밥을 만드는 아이들도 눈에 띄였다. 이른 아침 강진에서 올라온 계산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이었다. 박진희(12)양은 “5·18민주묘지를 참배하면서 희생자들께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됐다. 그분들의 희생을 통해 저희가 민주주의 국가에서 자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박정재(30) 교사는 “교과서를 통해 역사를 배우는 아이들에게 짧게 요약된 내용보다 직접 현장에서 보고 느낄 수 있는 시간이 중요할 것 같아 찾았다”며 “추모 열기가 뜨겁게 달아오른 역사 현장에서 배운 5·18을 가슴 깊이 새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역사적인 ‘판문점 선언’의 의미와 한반도 평화를 위해 남북이 노력한 발자취가 전시물로 등장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악수하는 사진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으려는 시민들로 줄을 이었다.

5·18 기록관 앞에서는 5·18과 6월 항쟁의 뜻을 잇기 위해 그려진 벽화 ‘광주민중항쟁도’ 일부를 지역작가들과 함께 그려보는 시민들도 있었다.

박미애(34·여)씨는 “5·18을 직접 경험하지 않았기에 항상 제3자 입장에서 바라봤는데 이번 행사에 참여하면서 생각이 달라졌다”며 “민주주의 국가에 살아가는 국민으로서 5·18을 다시한번 되새기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정희윤 기자 star@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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