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격전지를 가다> 전남 해남군수

민주·평화·무소속 ‘치열’

전직 기초·광역의회 의장, 축협 조합장 출사표

잇단 비리 군수 낙마… 청렴·도덕, 엄격한 잣대

6·13전국동시지방선거 전남 해남군수 선거는 절대 강자가 없는 격전지 중 격전지로 꼽힌다. 앞서 3명의 군수가 낙마한 탓에 후보들은 모두 자신이 해남 명예회복의 적임자라며 청렴성과 도덕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먼저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이길운(52) 후보가 여당의 높은 지지율을 등에 업고 해남을 누비고 있다. 이 후보에 맞서 민주평화당에선 전남도의회 의장 출신인 명현관(55) 후보가 ‘인물론’을 내세우며 한 표를 호소하는 중이다. 무소속 이정우(58) 후보도 빼놓을 수 없다. 해남·진도 축협 5선 조합장 출신으로 지역에서 잔뼈가 굵은 이 후보는 ‘청렴’을 무기로 무소속 바람을 만들어내겠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해남 민심은 그리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지금 껏 군수 3명이 연속으로 비위에 휘말리며 중도하차하는 상황을 지켜본 지역민들 사이에선 “제발 임기만 지켜달라”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실제로 지난 20일 전남 해남군 해납읍에서 만난 조영순(67·여)씨는 “해남 꼴이 말이 아니다”며 “다른 지역 사람들 보기 창피스럽다. 어찌 해남에 이렇게 인물이 없는지 모르겠다. 이번엔 적어도 임기라도 잘 채우고 내려올 양반에게 한 표 줄란다”고 말했다. 같은 마을에 사는 임점례(71·여)씨도 “다른 건 모르겠고 청렴이 가장 중요하다”며 “세 후보 모두 좋은 사람들이지만 선거를 또 치를 순 없다. 해남 사람들은 모두 그 생각뿐일 것이다”고 밝혔다.

후보들도 저마다 청렴과 도덕성을 강조한 공약을 선보이며 민심 잡기에 나서는 모양새다. 민주당 이 후보는 “부조리한 관행은 반드시 끊고, 적폐를 만들지 않겠다. 해남다운 것을 찾아 하나라도 제대로 완성하겠다”면서 “반성으로 시작하고 소통으로 완성하겠다”고 밝혔다. 평화당 명 후보도 “깨끗한 군정을 위해 군수 본인부터 혁신하겠다”면서 “청렴의무화를 실시하기 위해 업무추진비 공개와 군민참여 행정을 제도적으로 단계별 확대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무소속 이 후보는 ‘청렴계약 이행서약서’를 군민과 1:1 체결하는 방식으로 선거운동을 진행하며 군수 당선시 군정을 깨끗하게 이끌어 가겠다고 약속했다.

해남군수 선거의 또다른 쟁점은 민주평화당 후보와 무소속 후보가 민주당 바람을 얼마나 잠재울 수 있느냐다. 평화당은 전남도의회 의장 출신인 명 후보가 지역구 윤영일 국회의원과 시너지를 내면 민주당 이 후보에 맞서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명 후보는 수년전부터 군수 선거를 준비해, 조직력 면에서 다른 후보들을 크게 앞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무소속 이 후보는 이번 선거를 정당정치의 폐해를 뿌리뽑는 기회로 보고 있다. 잇따른 군수 낙마로 정당정치의 부작용을 실감한 지역민들이 정당의 굴레에서 벗어나 인물을 보고 한 표를 선택할 거란 분석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 후보는 6천여명의 지역 축협 조합원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민주당, 평화당 후보들과 밀리지 않는 싸움을 자신하고 있다.

그러나 두 후보와 달리 민주당 이길운 후보는 최근 선거 운동 과정에서 치명상을 입었다. 과거 해남군의회 의원들과 국외연수 도중 화투판을 벌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지역민들로부터 눈총을 받은 것. 이번 선거가 청렴과 도덕이라는 기치 아래 치러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 후보의 입장도 많이 곤란해졌다. 하지만 이 후보는 지역에 부는 민주당 바람을 앞세워 이 같은 문제를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민주당 이 후보는 “내가 살아오면서 잘 한 일만 있을 수 있었겠느냐”며 “저는 앞만 보고 가려고 한다. 장관실 문을 직접 열고 들어가 예산을 따올 수 있는, 그런 힘있는 여당 후보를 지지해주시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은창 기자 lec@namdonews.com·해남/이보훈 기자 lbh@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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