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농업 선구자 -36.곡성 이선재씨>

36. ‘곡성멜론㈜’ 이선재 대표

지역 농민들과 손잡고 해외시장 개척

소프트웨어에 집중…명품 브랜드 개발

차별화된 맛·향…세계인 입맛 사로잡아
 

‘곡성멜론’이 세계 최고의 명품 농산물 반열에 올라서는 데는 농업회사법인 곡성멜론㈜ 이선재(58) 대표의 역할이 매우 컸다. /전남도 제공

전남의 농업과 농촌은 큰 어려움에 처해 있다. 고령화와 인구 감소부터 자유무역협정(FTA) 등에 이르기까지 안팎에서 악재가 꼬리를 물고 있다.

하지만 혁신적이고 차별화한 아이디어와 수출시장 개척으로 이에 맞서는 농업인들이 있다.

농업회사법인 곡성멜론㈜ 이선재(58) 대표도 그 중 한명이다.

이 대표는 지난 2009년부터 곡성멜론 클러스터 사업단을 이끌며 멜론과 딸기를 재배하는 농민이다.

‘곡성멜론’이 세계 최고의 명품 농산물 반열에 올라서는 데는 이 대표의 역할이 매우 컸다.

■헐값에 낸 멜론이 그리 비싸게 팔리다니…

곡성에서는 꽤 오래 전부터 고품질 멜론이 생산되고 있었다. 그러나 농가가 개별로 판매하는 방식으로는 품질에 합당한 가격을 받기 어려웠다. 이 대표는 “농산물을 출하하면서 우리 멜론이 얼마에 팔리는 지도 모른다는 게 답답했다”며 “중간 거래상이나 공판장에서 알려주는 가격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많게는 8㎏ 한 상자에 1만원 이상 차이가 나는 것 확인하고 직접 팔아보기로 마음 먹었다”고 설명했다.

당시 중간 도매상이 더 이득을 보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심청영농조합’이다. 인근 40여 농가가 참여해 지난 2004년 출범했다. 당시 조합의 총무를 맡았던 이 대표는 조합원 개개인의 여러 의견과 의욕을 한데 모으는 일이 가장 힘겨웠다고 회상했다. 공동선별을 통해 전체적인 질을 끌어올리고 직거래를 통하자 농가소득이 오르기 시작했다.

법인 결성 전과 비교해 20~30% 가량 더 소득이 늘었다. 그러다 2008년부터 진행된 곡성멜론 클러스터 사업을 등에 업고 이듬해 1월 21일 창립총회를 열어 영농법인에서 농업회사법인 곡성멜론㈜로 재도약하게 된다.
 

■‘헐값’ 납품 최소화 직거래에 온힘

군내 200여 멜론 재배 농가들이 힘을 합쳤다. 심청영농법인의 성공을 지켜 본 사람들이 10만원부터 많게는 3천만원을 출자해 참여했다. 곡성멜론㈜는 지난 2016년 12월 기준 곡성군 관련 품목 재배농가의 64%인 210여 농가가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2009년 창립과 동시에 대표이사에 선임된 이 대표는 실질적인 소득증대에 집중했다.

공판장에 헐값에 납품되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직거래에 힘을 쏟았다. 또한 상품을 생산하는 데 그치지 않고 홍보와 마케팅에도 꾸준히 집중하기 시작했다. 클러스터 사업의 경우 대부분 50% 이상의 사업비가 하드웨어에 집중된다. 이 대표는 생각이 달랐다. 그는 “하드웨어는 향후 사유화로 이어지기 쉽다. 일종의 부작용이라 생각한다”며 “우리는 20% 가량인 선별장 하나만 짓고 대부분을 소프트웨어 즉 농가교육 및 홍보를 위한 비용으로 사용했다”고 밝혔다.

그렇게 ‘기차타고 멜론마을’과 ‘맘 愛(애) 담은 딸기’라는 브랜드가 탄생했다. 곡성멜론㈜는 짧은 시간 안에 국내 대형 유통업계에서 최고 가격을 갱신해 나갔다.
 

■외국 수입업체가 먼저 인정

좋은 품질 덕에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연간 1천t이 넘는 생산량을 팔기에는 내수시장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이 대표는 “많은 논이 하우스로 바뀌고 있었다”며 “특히 기후가 따뜻해지고 ‘멜론이 괜찮다’는 소문에 재배 농가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고 말했다. 이어 “멜론 가격이 내려갈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려야 했다. 곡성멜론㈜의 강점은 친환경 재배를 통한 균일한 품질에 있다. 이는 해외시장에서 인정받는 조건이 됐다. 일본 바이어들이 일본산보다 우수하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일본 시장을 목표로 한 그루에 단 ‘한 덩이’의 멜론을 달아 키우는 등의 노력도 아끼지 않았다. 일본·대만·말레이시아 등에 2010년 30만 달러, 2011년 50만 달러를 수출하는 등 곧 국내외에서 명품 멜론으로 인정받았다. 이 대표는 안정적인 판로 확보로 농가소득 증대헤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1년 전남도 농업인 대상을 수상했다. 2012년에는 곡성멜론㈜가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 지정하는 대한민국 대표농장(Star Farm)에 선정되기도 했다.
 

곡성군은 곡성멜론의 세계화 및 융복합화를 통해 대한민국 대표 멜론으로 위상을 높이고자, 올해부터 6차 산업화 지구 조성사업을 추진한다. 사진은 지난 17일 곡성멜론을 올해 첫 수확하고 있는 모습. /곡성군 제공

■위기를 기회로…딸기 수출 길도 열어

2013년 이후 엔저 현상으로 멜론의 주요 수요처인 일본으로의 수출이 막혔다. 다행히 동남아 나라들이 딸기에 대한 수요가 늘어났다. 그동안 거래했던 바이어들이 곡성멜론(주)의 브랜드인 ‘맘 愛(애) 담은 딸기’에 신뢰를 보내줬기 때문에 적기에 판로의 다변화가 가능했다. 멜론의 브랜드 가치가 딸기의 수출 길도 열어준 것이다. 최근 환율 변동으로 일본 수출길이 다시 열리고 있다. 이 대표는 새로운 시장개척을 위해 중국과 러시아, 유럽 등지와도 꾸준히 접촉 중이다. 신선도 유지와 물류비용 등 넘어야 할 산이 만만치 않지만 충분히 도전해 볼만 하다는 계산이다.

이 대표는 전남도농업기술원과 협조해 보다 단단하고 당도도 더 높은 신품종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또 곡성군에서 추진하고 있는 농업특구지정을 위한 노력에 발맞춰 농촌융복합산업 사업자 인증을 받고, 6차 산업화에 대한 그림도 그려놓고 있다. 곡성멜론㈜는 2015년 농식품 파워브랜드 대전에서 대통령상과 2016년 제22회 세계농업기술상 수출농업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한편 곡성군은 멜론의 세계화 및 융복합화를 통한 위상 제고를 위해 올해부터 3년간 6차 산업화 지구 조성사업을 추진한다.

이 사업은 곡성의 대표 관광지인 기차마을과 대표 소득 작목인 멜론을 연계해 관광 상품화함으로써 곡성멜론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멜론 재배농가의 소득증대 향상 및 지역경제 활성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사업을 이끌어갈 곡성멜론 6차산업화 사업단은 지난 4월 출범했다. 사업단은 곡성지역 특산물인 멜론으로 관광수요 창출, 고용창출, 1·2·3차 산업의 선순환을 통해 지역내 전체 산업의 균형 및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할 계획이다.

또한 전국적인 브랜드 인지도를 바탕으로 그동안 신선멜론 위주의 생산·판매단계의 한계에서 벗어나 지속 발전할 수 있는 6차 산업으로써의 발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안세훈 기자 ash@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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