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홍의 역사소설 깃발

충무공 정충신 장군<98>-제7장 비겁한 군주

“거, 불상년들일세.”

“그렇게 볼 것이 아니여. 어느 나라나 풍속이 다르니까 그런 것도 있구나 해야지, 우리와 다르다고 불상놈, 불상년이라고 하면 무식하단 말을 듣지. 그들은 그것 뿐만이 아니여. 절에서 도닦는 열서너 살 안팎의 동승(童僧) 눈썹을 깎고 먹으로 눈썹을 그리고, 입술에 붉은 칠을 하고, 볼에는 연지를 찍고 난초꽃분을 바르고 채색옷을 입히고, 이렇게 여인의 태를 만들어서 거느리고 다니길 좋아한다는구랴. 왕도 그렇고, 태합도 그렇고, 관백도 그렇고, 제후들도 그렇다는 거야. 마치 가진 자들의 장식품처럼…. 왕이나 귀족들은 미소년을 궁중에 뽑아들여 궁첩이 많아도 그를 더 사랑하므로 여인네들이 질투심으로 죽이기도 하고, 혹 미소년들이 다른 여자와 놀아나면 데리고 노는 자들이 죽여버린다고 하더군.”

“죽여? 고 새끼들은 툭하면 사람 목을 치는 데는 도가 트였어.”

“본래 성질 급하기로 소문났지만, 칼을 늘 옆에 끼고 사니 여차하면 사람 두상을 열매 따듯 쳐버리는 습성이 있지. 그런 놈들하고 우리가 준비없이 붙었으니 연짱으로 깨지는 거고. 하지만 그보다 더 좋아하는 것이 음행이야. 조선에 쳐들어와서 아녀자를 겁탈하는데 꼭 금수(禽獸)들이더구만. 하지만 조선의 여자들이 그걸 용인하나? 당한 여자들이 칼을 물고 죽거나, 대들보에 목을 매어버리잖아. 고걸 그자들은 이해하지 못한다는 거야. 사용하라고 있는 몸뚱이를 왜 이렇게 자기를 학대하며 나뭇잎처럼 목숨을 떨구느냐는 것이지. 자기들은 남색까지 즐기는데, 음양의 교접을 금기시하는 게 이상하다는 것이야.”

“색이라면 남녀 구분없이 환장하는 놈들이라 새삼 놀랄 것도 없지만, 아마도 문장이 짧으니 축생(畜生)처럼 사는 것이겠지. 순결은 목숨보다 강하다는 것을 몰라. 실은 위선이고, 별것도 아니지만 말야.”

“그러면서 그자들은 음행을 예술로 승화시킨대나 어쩐대나. 통신사로 왜에 들어간 어느 학자에 따르면, 남창의 곱기가 여색보다 배나 되고, 그것을 사랑하니 혹하는 것이 또 여색보다 몇 배나 되도다. 사내 나이 13,14세로 용모가 어여쁜 자를 골라 머리에 기름발라 양쪽으로 땋아 늘이고, 연지분을 바르고 채색 비단옷을 입히고, 향사와 진기한 패물로 꾸미니 온 몸이 오싹하도다. 그러니 앉으나 서나 누우나 딸려서 추행으로 염병지랄을 다하고, 그런데 만일 밖의 사람과 통정하는 기미라도 보이면 질투하여 죽인다. 남의 처나 첩을 몰래 통하는 것은 쉬운 일로 알아도(도요토미 히데요시도 54세때 아들을 얻고자 애첩 요도 도노를 젊은 군관에게 붙여 아들 히데요리를 낳았다는 설이 있음), 주인있는 남창에게는 어느 누구도 말을 함부로 못붙인다는겨. 돈많은 부호나 무사들, 지체있는 사람들이 남첩을 가까이하니 남색 풍습은 왜에서 가장 고상한 귀족풍속이라 할 수 있다는 것이야. 그래서 통신사가 귀국의 풍속이 괴이하다면서 그대들은 어찌 양만 좇고 음은 없나 하고 물으니, 일본 접대사가 ‘학사는 그 즐거움을 알지 못하는 모양입니다. 알면 밤낮을 모르고 행할 것이외다. 그 오묘한 진미를 모르다니요’했다는 것이야. 동승들이 독특한 복색으로 왜의 전통악기를 연주하며 노래와 춤과 연기로 교태를 부리면 귀족놈들 뻑 간다는 것이지. 이 맛을 모른다는 것이야.”

“통신사는 그 재미를 모른다?”

“그렇지. 음양의 조화만 아니 모를 만하다는 것이지.”

“옛기 상놈의 새끼들. 정말 노는 꼴은 개돼지들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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