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인드 채용 면접, 편견유발 최종학교 사항 없다

<형광석 목포과학대학교 교수>
 

얼마 전 ‘블라인드 채용’에 면접위원으로 참여했다. 언론보도를 통해 지난해 5월 이후 ‘블라인드 채용’이 이뤄지고 그에 따른 긍정적 효과가 크다고 들었다. 예전처럼 어떤 학교를 졸업했는지를 명시했다면, 채용되지 못했을 지원자가 ‘블라인드 채용’ 제도를 통해 합격하고 업무 수행도 잘하는 덕에 기관의 분위기가 더 밝아지고 업무 생산성도 높아졌다는 내용 등이다.

입사지원서를 보니, ‘최종학교’는 없고 ‘최종학교 소재지’가, 무엇을 전공했는지는 없고 학교교육이나 직업훈련을 통해 이수한 과목명, 교육과정, 교육시간 등이 눈에 띈다. 지원자의 학력수준, 즉 고졸인지 대졸인지를 알지 못한다. 지원자의 전공도 알기 어렵다. 그가 받은 교육사항에서 채용분야 직무에 적합한 인재인지가 드러날 뿐이다.

예전에 학교에서 겸임교수 위촉서류를 검토하거나 어떤 기관의 채용면접위원을 할 때 반사적으로 지원자가 어떤 대학을 졸업했는가를 맨 먼저 확인했다. 수십 년간 아주 깊은 잠재의식으로 자리 잡은 ‘학력 차별’의 발로라고 생각한다. 대졸자는 고졸자보다, 명문대학 졸업자는 보통대학 졸업자보다, 서울 소재 대학 졸업자는 지방대학 졸업자보다 직무에 상관없이 더 적합하리라는 고정관념이 강한 탓이다. 우리사회에서 학벌은 붙박이장처럼 ‘선별 장치’(screening device)로 과도하게 작용했다. 타당하지 않은 편견이자 선입관이 채용과정을 지배했다.

교육은 개개인의 인적자본을 늘리는 투자행위이기에 좋은 교육기관에서 공부한 기간이 길수록 당사자의 역량이 배양되지 않는다면 헛수고에 불과하다. 학벌이 좋다고, 즉 가방끈이 명품이고 길다고 해서 역량과 인성도 반드시 그렇다고 보기 어렵다. 문제는 개개인이 무엇을 해낼 수 있느냐, 그동안 어떤 일을 해왔느냐 보다 어떤 학교를 나왔느냐에 무게중심을 뒀다는 점이다.

지원자의 인성과 역량을 잘 보지 못하고, 그가 입은 겉옷을 보고 채용했다가 홍역을 치른 경험을 가끔 듣는다. 명문대 졸업자는 인성도 제법 괜찮을 거라는 믿음이 강하다. 필자가 접해본 그들은 대체로 훌륭하지만 ‘왜 저렇게 행동하지?’라는 물음을 불러일으키는 이도 적지 않다. 듣건대, 지방의 어느 기관과 직업학교는 각각 서울 명문대학을 졸업한 친구를 채용했다가 홍역을 치렀다. 그들이 근무한 기간이 짧았음에도 구성원들은 사분오열됐다. 그 후유증을 수습하는데 상당한 시간을 투자해야 했다. 그들은 겉옷이 보여주는 잠재역량은 출중해 보였으나 구성원과 함께하는 연대능력은, 보여주는 인성은 그에 미치지 못했다. 직장생활은 혼자 놀음이 아니고 집단 놀음이기에 서로 어깨동무하겠다는 태도와 자세가 부족한 인재는 효율적인 성과 극대화를 추구하는 조직의 생리에 적합하지 않다.

<지방공공기관 블라인드 채용 가이드북>(행정안전부, 2017년 9월)의 표지에 제시된 핵심어는 평등한 기회, 공정한 과정, 편견 없는 채용, 실력평가채용 등이다. 이 네 가지 말 중에서 하나만 택하라고 하면, ‘편견 없는 채용’을 들고 싶다. 편견을 유발하는 최종학력과 최종학교를 전혀 알지 못하니, 지원자 모두는 면접위원에게 백지상태로 다가왔고 채용하고자 하는 직무에 적합한 실력을 갖췄는지를 검증하느라 면접 중에 집중했다. 면접장에 들어오고 자리에 앉는 자세를 우선 봤다. ‘이름은 무엇이지요?’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해보세요?’ 음성, 발음의 정확성, 얼굴색 등을 살폈다. 취업하고자 하는 기관은 무슨 일을 하고 기관장이 누구인지, 교육사항과 경력을 어떻게 활용하여 채용분야의 직무를 수행할지, 나를 뽑아주지 않으면 안 될 이유는 무엇인지, 구성원 간에 갈등이 생기면 어떻게 풀어갈지 등을 논리적으로 현실에 근거하여 설명하는 능력을 집중해서 봤다. 업무수행 중 몰입하는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도 주요 관심사였다. 면접을 마치고 나가는 태도와 뒷모습을 유심히 지켜봤다.

편견을 유발할 만한 사항을 원천적으로 배제하면, 학벌이나 성별에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기회가 평등하게 주어지고 과정도 공정해지면서 실력평가 채용이 평범한 일상으로 자리 잡겠다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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