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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신안 태평염전을 가다

남도일보 연중기획

전남미래, 섬·바다에 달려있다

천일염 생산 넘어 문화 숨쉬는 현장으로 ‘탈바꿈’

염전 규모만 462만㎡… 단일 염전으론 국내 ‘최대’

근대 문화유산 제 360호 지정 ‘소금 역사 한 눈에’
 

태평염전 생산
염전의 생산주기는 매년 4월 15일 작업이 시작돼서 9월20일까지 보통 6개월간 진행된다.태평염전에서 생산된 천일염은 햇볕, 바람 그리고 장인의 땀과 열정이 묻어나는 고품질로 정평이 나 있다./태평염전 제공

<17>신안 태평염전을 가다

생명의 신비를 온전히 간직하고 있는 갯벌은 살아 숨 쉬는 땅이다. 특히 짱뚱어, 바지락, 대합, 낙지, 고둥 등의 다양한 어패류와 염생식물 군락이 펼쳐진 우리나라 서남해안 갯벌은 전 세계 어디서도 찾아보기 힘든 천혜의 청정생태계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네이처(NATURE)지에 따르면 갯벌은 숲의 10배, 농경지의 100배 이상의 가치를 가지고 있어서 지구 생태계의 0.3%에 불과한 갯벌의 경제적 가치는 5%가 넘는다고 보고한다. 세계 5대갯벌중에서도 유일하게 갯벌천일염이 생산되며, 생물다양성이 살아있는 최고의 생명갯벌인 신안 증도에서 어머니 품처럼 포근히 펼쳐진 대한민국 근대문화유산 360호인 태평염전을 만날 수 있다.

유네스코, 천일염 친환경생산품 인정

유네스코(UNESCO)는 이처럼 아름다운 섬과 갯벌 그리고 염전으로 이뤄진 신안군의 해양환경을 ‘신안 다도해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했다. 특히 태평염전에서 생산되는 갯벌천일염은 유네스코가 친환경생산품으로 인정하는 에코라벨을 쓸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돼, 그 생태학적 영양학적 가치가 세계적으로 인정 받았다.
 

소금이 출고 기다리는 중
오랜 시간 결정된 천일염은 소금창고 안에서 간수를 베어내는 과정을 거친다.

원래 태평염전은 1953년 6·25전쟁 후 피난민들을 정착시키고 소금 생산을 늘리기 위해 조성된 염전이다. 전증도와 후증도를 둑으로 연결하고 그 사이 갯벌에 조성됐다. 동서 방향으로 긴 장방형의 1공구가 북쪽에, 2공구가 남쪽에, 남북 방향으로 3공구가 있다. 염전 영역에는 목조 소금창고, 석조 소금창고, 염부사, 목욕탕 등의 건축물이 있다.

1963년부터 대평염업(주)이 운영하다가 문을 닫은 것을 1985년 태평염업사가 인수한 뒤 태평염전으로 상호를 변경해 지금에 이르렀다. 면적은 462만㎡로 국내에서 단일 염전으로는 최대 규모이다. 연간 1만6천t의 천일염을 생산하는데, 이는 국내 생산량의 6%에 해당한다. 근대문화유산으로서의 보존 가치를 인정받아 2007년 11월에 등록문화재 제360호로 지정됐다.

갯벌천일염은 전세계에서 사용되는 소금의 0.1%에 불과한 희소한 보물이라고 한다. 미네랄이 풍부해서 쓴맛이 없고 단맛을 내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프랑스 게랑드 소금보다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게랑드 소금보다 칼륨은 3배, 마그네슘은 2배 이상 많다는게 천일염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같은 천일염을 생산하는 천혜의 자연 여건도 지난 2015년 한 때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인근 천일염 생산 어가에서 빚어진 위생논란 때문에 불거졌다. 태평염전 역시 동종업계의 비난적인 여론 탓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전화위복이라고 할까, 이 때 논란됐던 공업용 장판은 친환경 장판으로 교체가 됐고 각종 염전 시설은 모두 친환경형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마련됐다.
 

외국인 소금 만들기 체험
이젠 태평염전은 단순 생산 가공을 넘어서 문화와 역사가 살아숨쉬는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사진은 외국인들이 신안 증도 생산지를 찾아 소금만들기 체험을 하고 있는 모습./태평염전 제공

이제 태평염전은 단순히 천일염을 생산하는 1차 가공에서 벗어나 추억과 낭만을 빚는 6차 가공산업으로 승화하고 있다. 태평염전 입구에서 우리나라 소금의 역사와 이야기를 자세히 볼 수 있는 소금박물관이 대표적이다. 소금박물관은 태평염전이 조성될 당시에 소금창고로 사용했던 유서깊은 석조 소금창고를 원래 모습을 유지하면서 개조해 만들어진 곳이다.

박물관 내부에는 소금의 역사와 문화, 미네랄과 천일염 등 소금에 대한 유익한 정보와 소금장인들의 일상과 천일염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염전역사의 귀중한 유적인 국내 유일 소금박물관은 대한민국 근대문화유산 제361호로 지정됐다.

느림·생태공간이 만들어낸 합작품

이런 탓에 태평염전은 새로운 삶의 생태환경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태평염전은 느림의 철학을 좇아 슬로시티 증도를 천일염과 생태 순응적 삶이 가득찬 공간으로 만들어 가고 있는 점은 인상적이다. 문화관광부의 예술창작벨트조성사업의 지원을 받아 뮤직퍼포먼스 그룹인 문화예술사회적 기업 노리단과 함께 탄소제로재활용놀이공원이 조성됐다.

또한 국내 유일의 태평염생식물원이 있다.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의 생태를 관찰할 수 있는 곳이다. 미네랄과 사포닌이 풍부해 바다의 홍삼으로 알려진 함초를 비롯해 겟메꽃, 해당화, 칠면조 등 100여종의 염생식물들을 관찰할 수 있다. 여기다 함초식당&소금항 카페, 소금동굴힐링센터, 소금밭 낙조전망대, 천일염 힐링캠프, 해양힐링스파, 세계발효음식센터를 만들었다. 앞으로는 세계 여러나라에서 생명을 살리는 소금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세계소금박람회를 증도에서 개최할 계획이다.

정구술 태평염전 생산부장은 “이제 태평염전은 자연과 삶이 어우러진 생명의 터전으로 자리매김됐다”면서 “자연에 거스리지 않고 오직 땀의 노력만으로 천일염을 거두는 소금장인의 열정이 빚어내기에 더욱 더 품질 가치가 높다”고 말했다.
/김우관 기자 kwg@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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