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거래를 통한 사법 농단’ 바로잡아야 한다

‘재판거래를 통한 사법 농단’ 바로잡아야 한다

<박상신 소설가>
 

사람의 몸속 종기를 보라. 시간이 흐르고 방치하다보면 종기의 환부는 넓게 퍼지고, 그 뿌리 또한 살 속 깊은 곳까지 파고든다. 그리고 어느 순간이 되면 그 종기는 곪아 터지고 생명까지도 위태롭게 만들고 만다. 이젠 아프더라도 그 환부를 과감히 도려내야 한다. 그리고 상처가 완쾌되기까지는 치유의 과정과 많은 시간들…, 그리고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도 훗날, 그 상처 자국은 주홍글씨처럼 고스란히 흉터로 남는다.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유령처럼 법조계 주위를 맴돌던, 그래서 사법부 내에서도 소문만 무성했을 뿐 좀처럼 그 의혹의 실체는 파악되지 않은 채 주위를 맴돌았다. 하지만 근자에 그 의혹은 재판거래와 판사의 블랙리스트(동향 사찰)문건이라는 사법 괴물로 떠올라 사법부 전제를 비웃듯 그 실체를 드러내고 말았다.

지난 5일은 대한민국 사법 역사상 수치스러운 날이라 아니할 수 없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등 특별조사단(안철상 행정처장)은 이날 언론 브리핑을 통해 ‘양승태 사법부’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 비실명으로 98개 문건을 공개했다. 그 문건들의 내용은 가히 폭발적이고 혀를 내두를 수준이다. ‘대한민국 사법부가 맞나’하는 의구심과 동시에 일어나서는 안 될 ‘상상 그 이상’의 일들이 일어났음을 방증하는 문서들이다.

사법부란 어떤 곳인가.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고 헌법 103조는 말한다. 이는 삼권분립 정신에 의거 사법부가 독립하여 공명정대하게 판결하라는 것이다. 아울러 국민에게 부여받은 사법권을 법과 양심에 따라 엄정하게 행사함과 동시에 민주적 기본질서와 국민의 인권 보호를 통해 억울함 없는, 공명정대한 재판을 수행하라는 국민의 준엄한 명령이기도 하다.

하지만 ‘양승태 사법부의 6년’ 그들의 사법 거래는 훗날, 사법의 암흑기로 기록할지도 모른다. 그 기나긴 시간의 터널 속, 양승태 사법부가 벌인 수많은 재판거래의 행적들을 보라. 그 어디에도 민초의 설움을 닦아주는 판결도, 사회적 약자의 억울함을 헤아리는 판결도, 존재하지 않았다. 또한 그 재판에는 헌법의 준엄한 가치도, 법률의 지고지순한 인권도, 도덕적 기반을 둔 법관의 양심도, 이미 휴지통에 버려진 채 그곳에는 힘없고 고달픈 국민의 원성만이 덩그렇게 존재할 뿐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고매한 척 대법관 행세를 주저하지 않았고 부정한 권력에 빌붙어 호가호위하는 여느 부역자들과 다를 바 없는, 삶을 영위해 나갔다. 인간의 양심 속, 도덕적 잣대는 버려둔 채 말이다.

상고법원이라는 달콤한 열매에 취해 국민의 애환에 귀 기울이는 대법관은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그들의 행동은 참으로 개탄스럽고 어처구니없는 ‘사법 농단’의 작태라 아니할 수 없다.

이번 조사를 지켜보던 대다수 법조인이나 법학자들은 이번 사태를 사상 초유의 ‘재판거래를 통한 사법 농단’이라 규정지으며 한목소리로 외친다. 반면 그들은 이번 사태로 자칫 ‘사법부 전체의 불신으로 이어질까’하는 두려움마저 든다며 자조 섞인 말도 잊지 않았다.

KTX 해고 승무원 판결, 전교조 법외노조 판결 등 여타의 헤아릴 수 없는 비양심적 판결들이 양승태 사법부의 재판거래문서를 통해 드러났다. 이는 사회적 약자의 억울한 내용이 담긴 최종심 판결을 정권의 입맛에 맞게 고쳐 아무런 죄의식도 없이 갖다 바치고 흥정했던 ‘더러운 재판 거래행위’로 역사는 기억할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헌법과 법률에 따라 양심의 소리로 판결하고, 소외되고 억울함을 호소하는 사회적 약자들에게 귀 기울이는 수많은 판관의 가슴은 천길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느낌일 것이다. 하지만 어둠이 깊어질수록 새벽은 일찍 찾아오는 법이다. 이번 기회에 나머지 문건들도 과감히 밝혀야 한다. 오히려 사법부일수록 그 진상을 명명백백 밝히고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의뢰하여야 한다.

대한민국의 건국 이후 ‘재판거래와 판사 사찰’이라는 사법 농단의 상처 자국은 긴 시간 흉터로 남겠지만, 그 환부를 읍참마속(泣斬馬謖)의 심정으로 과감히 도려내고 바로잡아야 한다. 그리고 국민의 공명정대한 사법부로 거듭나야 한다. 그것만이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란 사실을 ‘김명수 사법부’는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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