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보성 조성 방울토마토’ 임삼옥
생산에서 수출까지 1인 다역 ‘슈퍼 농부’
볼모지서 방울토마토 전국 ‘첫’재배 성공
수출시장 도전…지역경제 효자노릇 ‘톡톡’
전남 보성군 조성면 천동마을은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겨울에도 따뜻하고 온화해 시설원예의 적지이다. 보성에서 맨 처음 시설원예를 시작한 곳이다. 이 마을에서 농업인 임삼옥(73)씨는 국내 처음으로 방울토마토 재배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비자들이 낮선 방울토마토에 대한 시큰둥한 반응을 내비치는 상황에서 임씨는 열정과 노력을 다해 전남 농업의 방향을 제시했다.
■낯설어 팔기 어려웠던 ‘방울토마토’
천동마을이 고향인 임씨는 법대를 졸업한 지난 1968년 고향으로 돌아와 농사를 짓기로 마음먹었다. 아버지를 비롯해 많은 사람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으나 그의 생각은 바뀌지 않았다. 임씨는 “새마을운동이 한창인 때였다. 농촌이 잘 살아야 국가도 잘 될 것이라는 신념이 있었다”며 “식물이 성장하려면 거름이 필요하듯 고향마을을 잘 살게 만드는 데 거름이 되고 싶었다”고 회상했다.
그가 벼농사를 짓다 토마토 재배를 시작한 것은 거 많은 소득을 올릴 수 있어서였다. 비닐하우스에서 10년 정도 토마토 농사를 지었다. 그러다 외국에서 들여온 방울토마토 종자를 농업기술센터의 도움을 받아 재배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판매가 저조해 실망도 많이 했다. 낮선 방울토마토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이 시큰둥한 것이 문제였다.
임씨는 “일곱 농가에서 1t 정도 서울 가락시장으로 주말마다 가지고 올라갔는데 거들떠도 안 봤다”면서 “고민하다 서울 한 복판의 신세계백화점을 찾아가 바이어들과 담판을 짓고 납품계약을 맺었다”고 말했다. 이어 “아무래도 여유있는 사람들이 왕래하는 곳이라 수요가 있었던 것이다”고 덧붙였다. 그래도 판로가 시원치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가락시장에서 좌판을 깔아도 보고 ‘노점상’이라고 발길에 차이기도 하면서 부산, 대구 광주 시내에서도 팔았다. 2, 3년을 지나고 찾는 이가 많아졌다.
몇 년 후 0.7㏊의 단지를 조성해 전국 최초로 방울토마토 입식생산에 들어갔다. 유명 백화점을 찾아 시식회와 설명회를 개최해 한 해에 6천만원의 소득을 올렸다. 가능성이 보였다. 보성군에 7㏊(35농가)의 단지를 조성하고 보성 방울토마토협회를 결성해 회장을 맡았다. 일본 기술자를 불러 재배방법을 배우고 생산과 판매의 노하우를 쌓아갔다. 방울토마토가 고소득 작물로 급부상하면서 재배면적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강원도에서 제주도까지 재배농가가 전국에 생겨났다. 얼마 안 가 방울토마토는 과채류 중에서도 몇 번째 안가는 중요한 작목으로 자리를 잡았다.
■수출농업 기반 조성
갑자기 늘어난 생산량은 가격하락을 불러왔다. 임씨는 대구와 부산 등의 백화점에 납품을 하다 일본으로 눈을 돌리게 됐다. 국내의 가격이 하락할 때 일본은 가격이 높아 경쟁력이 있다는 판단이 섰다. 유통공사의 도움을 받아 수출하는 과정을 배웠다. 시험적으로 0.5t을 수출했다. 이듬해에도 수출은 이어졌다. 그런데 무역업체를 통해 수출을 해봐야 실적은 남지만 이익은 형편없었다. 이대론 안 되겠다 싶어 직접 일본 오사카로 건너갔다. 일본의 소비 실태와 유통 상황 등을 확인하고 돌아왔다. 지난 1990년 무역회사인 ‘보성무역’을 설립했다. 밤낮으로 무역실무와 일본어 공부에 매달렸다. 고생한 보람이 있어 지난 1995년 18t을 수출했고 3천600만원의 수익을 올렸다. 직접 수출에 나선 것이 주효했던 것이다. 시설을 확충하고 일본 사람들의 취향에 맞춰 포장디자인도 개선했다. 지난 1996년 22t·4천400만원, 1999년 40t·8천800만원의 수익을 올리는 등 방울토마토는 수출농산물로 당당히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임씨는 당시 일본을 오가며 국내에서 생소하던 파프리카를 눈여겨봤다. 지난 1998년 일본 도쿄의 무역회사 선라이즈사와 접촉하고 재배기술을 제공받아 7농가 1.7㏊생산 물량을 수출하기로 계약을 체결했다. 이듬해 12.1t을 생산해 4천500만원의 수출실적을 올렸다. 회사의 수출품목이 늘어난 것이다.
임씨는 수출을 통해 소득을 더 높일 수 있다는 판단이 섰다. 임씨는 해외 농산물 재배 및 유통 실태를 파악하고 안목을 높일 기회를 자주 만들었다. 시설원예에 뜻이 있는 농촌지도자 회원을 모아 일본, 중국 등으로 해외연수를 다녔다. 현장에서 체험한 내용은 보고서를 만들어 함께 토론하며 서로 농산물 수출에 대한 의지를 복돋아 주는 등 수출농업을 이어나갔다.
임씨는 “앞으로는 망고가 가능성이 커 보인다”며 “시장 변동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전망했다. 방울토마토 영농법인 후배들에게 맡기고 2선으로 물러난 임씨는 자신은 이제 평범한 농사꾼에 불과하다면서도 여전히 지역농업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시설원예 현대화 사업 ‘잰걸음’
이런 가운데 전남도는 올해 시설원예 농가의 수출 기반 구축을 위해 시설원예 현대화사업에 183억 원을 투입한다.
시설원예 현대화사업은 온실에서 작물을 재배하는 농가 가운데 농협 등과 공동출하 약정서를 체결한 농가에 관수·관비시설과 온실 환경관리시설을 지원해 원예작물의 품질 및 작업능률 향상을 위해 도입됐다.
농가에서는 이 사업을 통해 양액재배시설, 점적관수, 자동개폐기, 무인 방제기 등 시설원예 여건에 적합한 시설을 시군에 신청하면 지원이 가능하다.
전남도는 고품질 시설원예작물 생산과 생산비 절감을 통해 농가의 실질소득이 증대되고 일본과 동남아 등에 수출할 수 있는 기반 구축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남지역 시설원예 재배 면적은 4천660㏊로 전국의 10%를 차지하고 있다.
/안세훈 기자 ash@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