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가치와 행복

사회적 가치와 행복

<윤석군 한국농어촌공사 전남지역본부장>
 

소확행, 휘게, 라곰, 오캄. 일상의 작고 소소한 행복을 추구하는 삶의 경향을 가리키는 단어들이다. 나라별로 뜻이 약간씩 다르긴 하지만 과도한 이익추구에서 벗어나 적당함과 조화로움을 추구한다는 의미에서 비슷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처럼 삶의 거창한 목표나 대단한 성취가 아닌 일과 삶의 균형을 찾는 워라벨이 주요 키워드가 됐다.

지금까지는 산업화 시대를 거치며 집단문화와 양적추구로 인해 생물학적 가난에서 벗어나는 것이 가장 큰 목표였다면, 이제는 물질의 과잉공급이 일상화 되면서 빈부격차, 고용불안 등 사회경제적 불평등과 구조적 문제부터 사회적 가치를 되찾는 것으로 삶의 목표가 변화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국민들의 삶에 대한 만족도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2018 UN세계행복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156개국을 대상으로 국민의 행복도를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는 57위로 조사되었다. 또한 지난해 국가별 삶의 질 척도가 되는 OECD 더 나은 삶 지수(Better Life Index)에서는 38개국 가운데 하위권인 28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특히 낮은 지수를 보인 부분이 소득, 공동체, 환경, 삶의 만족에 관한 것이었다.

이는 단기간 빠른 속도로 경제성장을 이루는 동안 개인 삶의 질과 같은 질적 성장을 돌아보지 못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나마 이런 변화를 감지하고 처음 공적인 부분에서 시도된 노력은 2014년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의원시절 ‘공공기관의 사회적가치실현에 대한 기본법’ 발의였다. 국회임기만료로 폐기되었지만 작년에 다시 발의되었고 최근의 정책적 변화는 더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정부는 국민 삶의 질 향상과 사회통합을 위해 공공부문에서 사회적 가치 실현을 선도해야한다는 의미로 ‘사회적 가치 실현을 선도하는 공공기관’을 국정과제로 선정했다. 삶의 주요가치 변화가 개인을 넘어서 사회전체로 확산되어 가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 주도하에 사회적 가치를 사회전반에 도입하려는 노력이 시작됐다는 점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이렇게 최근 들어 강조되는 사회적 가치의 정확한 뜻은 무엇일까? 사회적 가치는 사회적, 경제적, 환경적, 문화적 영역에서 공동의 이익과 공동체 발전을 추구하는 가치를 의미한다.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 실현은 공공기관 본래의 특성인 공공성과 다수의 행복을 추구하는 공익성, 배려와 책임을 통한 공동체성이 더해진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인권, 안전, 복지, 노동권, 사회통합, 기업간 상생, 양질의 일자리창출, 공동체 활성화,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환경, 민주적 의사결정과 참여 등 우리의 일상생활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것들을 범주로 포함하고 있다.

실제로 필자가 몸담고 있는 한국농어촌공사의 경우,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한 본격적인 활동이 진행 중이다. ‘사회적가치추진단’을 신설하고 ‘국민과함께 多가치’자문단을 꾸리는 등 공사 본연의 기능과 역할에 알맞은 특화된 사회적 가치 창출 모델발굴을 위한 종합계획을 마련하고 있다.

또 농어촌에 대한 사랑(愛)과 농어촌 환경(GREEN)을 바탕으로 공사만의 사회적 가치를 가꾸어 나가겠다는 의미를 담은 ‘농어촌愛GREEN가치’라는 이름으로 브랜드화 할 예정에 있다.

이런 움직임은 비단 한국농어촌공사 뿐 아니라 그동안 과도한 성과 추구에 머물러 있었던 공공기관들이 사회적가치 실현의 견인차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책적 환경 조성과는 별개로 모든 국민이 사회적 가치를 이해하고 공감하며 체감하기 위해서는, 실현 과정에서 국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반드시 필요하다. 정부가 주도하더라도 완전한 민간협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사회적가치는 보완적 측면에 머무르게 된다. 사회적 가치 확산을 위해서는 민간부문과 개인도 관심을 갖고 참여해야 한다. 개개인이 추구하고 있는 삶의 균형과 조화로움을 실현하는데 사회적가치 실현이 그 밑거름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노력들이 모여 사람중심의 가치를 바탕으로 협동하고 연대하는 사회, 더 안전하고 따뜻한 사회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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