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선거 전남 동부권 단체장 무소속·평화당 돌풍

여수·광양 무소속, 고흥 평화당 당선, 순천·보성만 민주당 승리

지역 민심 이반 공천 잡음, 네거티브 전략에 유권자들 냉철한 심판

6·13 지방선거 개표 결과 전남 동부권에서 무소속과 민주평화당이 돌풍을 일으켰다. 더불어민주당이 서울과 광주 등 전국을 석권하다시피 한 압승에도 불구하고 정작 민주당의 안방에선 경고등이 켜진 셈이다.

지역별로 보면 민주당이 4년간 차지했던 여수시장은 전남도 정무부지사와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장을 지낸 무소속 권오봉 후보가 52.19%로 경찰서장 출신 민주당 권세도 후보(45.72%)를 눌렀다.

광양시장은 현 시장인 무소속 정현복 후보가 54.15%를 얻어 중앙당 차원서 유세 융단 폭격을 가하며 지원했던 민주당 김재무 후보(41.0%)를 13%포인트 차이로 제쳤다.

민주당이 12년간 차지했던 고흥군수는 광주시 경제부시장을 지낸 평화당 송귀근 후보가 52.62%로 기획재정부 부이사관 출신 민주당 공영민 후보(47.37%)를 누르고 당선됐다.

다만 순천시장은 민주당 허석 후보가 62.7%로 무소속 손훈모 후보(27.6%)를 여유있게 이겼으며, 보성군수는 민주당 김철우 후보가 50.9%로 무소속 하승완 후보(42.8%)를 따돌리며 체면치레했다.

전남 동부권에서 가장 인구가 많고 산업 규모가 큰 해양 관광도시 여수의 선거는 민주당 경선 때부터 우여곡절이 심했다.

권오봉 후보는 불공정 경선을 문제 삼아 경선불참 선언과 민주당 탈당 후 1주일여만에 무소속으로 여수시장에 출마해 결국 경선 승자였던 권세도 후보와 맞대결에서 승리하는 기염을 토했다.

권 후보의 이런 일련의 행보에 대해 지지자들의 뜻에 따른 것으로 설명했으나, 민주당의 성공을 바라던 시민들은 실망감과 함께 정치 철새라는 비난을 쏟아내며 서운함을 내비치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권 후보의 행보는 승리를 위한 신의 한 수가 됐다.

광양의 경우 민주당 경선 과정을 거치지 않고 일찌감치 단일후보로 확정된 김재무 후보와 무소속 정현복 후보 간 리턴매치는 선거 초부터 초미의 관심사였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민주당의 높은 지지세를 감안했을때 전남도의회의장 출신의 김재무 후보의 선전에 광양시 입성을 조심스럽게 예측하기도 했다. 하지만 자칭 ‘빛나리’로 부르며 탄탄한 지지기반을 갖추고 재선을 노린 무소속 정현복 후보의 벽이 탄탄함이 최종 결과에서 나타났다.

민주당 후보의 당선이 점쳐졌다가 평화당으로 넘어간 고흥도 예외는 아니었다. 12년간 집권한 민주당 후보로 공영민 전 제주발전연구원장이 일찌감치 포진했으나 두 번 내리 고흥군수에 도전한 평화당 송귀근 후보에게 자리를 내줬다. 송귀근 후보는 전국적인 민주당 지지도 강세에도 불구하고 한표 한표 모으더니 결국 2422표(5.25%) 차이로 승리하며 평화당의 자존감을 지킨 후보가 됐다.

다만 순천의 경우 경선 과정 없이 민주당 후보로 결정된 허석 후보가 ‘마약 커피 사건 기획설’ 등 끊임없는 악재에도 버티면서 무소속 단일화 후보로 나선 손훈모 후보를 큰 차이로 이겼다. 과거 새누리당 이정현 국회의원을 선택해 순천만 국가정원과 잡월드 등을 유치한 전략적 판단들이 이번에도 문재인 대통령과 집권당인 민주당으로 향하는 시민의 선택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전남 동부권에서는 무소속 후보가 다원화된 정당 구도 속에서도 선전을 이어갔으며 평화당도 당선자를 배출하면서 민주당과 비민주당 단체장들이 견제 구도를 이룰 수 있게 됐다.

이는 지역 민심에 이반한 일부 지역의 공천 잡음, 막판 열세·경합 지역에서 구사한 네거티브 전략의 부작용이라는 냉혹한 평가가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아울러 민주당 텃밭에서 유권자들이 이른바 ‘묻지 마 투표’를 하지 않았다는 의미도 있다.

지역 주민들은 “전남 동부권에서 무소속과 평화당의 약진은 선거 초반부터 예견됐다”면서 “민주당이 높은 지지율만 믿고 무조건 깃발만 꼽으면 당선 될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전남 동부권 취재본부

/박준일·윤종채·백충화·김현수·기경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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