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예술공간 집, 전현숙·성혜림 여성작가 2인전 개최

그림 속에 담긴 우리들의 자화상

광주 예술공간 집, 전현숙·성혜림 여성작가 2인전 개최

19일부터 내달 27일까지 ‘내가, 우리가, 그림이 되다’ 주제

작가 자신의 모습 직·간접적으로 형상화한 회화 20점 출품
 

전현숙 작 ‘가슴앓이’

어찌 보면 우리 모두는 누군가에 의해 그려졌을지도 모른다. 개개인의 표면적 모습은 아닐지라도 나의 마음과 비슷한 누군가, 혹은 나와 비슷한 감정을 가진 누군가, 또 나와 비슷한 생을 겪어가는 누군가에게 말이다. 같은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는 모두 ‘나’로 귀결되거나 ‘우리’로 귀결돼 어느 작가의 그림으로 그려졌을지도 모른다.

두 여성작가의 섬세한 시각을 통해 우리들의 모습을 돌아볼 수 있는 전시가 마련됐다.

광주 동구 장동에 위치한 ‘예술공간 집’은 19일부터 7월 27일까지 ‘내가, 우리가, 그림이 되다’를 타이틀로 전현숙·성혜림 작가 2인전이 열린다. 전시에는 두 작가의 작품 20여점이 출품됐다.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전현숙 작가와 성혜림 작가는 엄마와 딸처럼 25년의 나이 차가 있다. 세대는 다르지만 두 작가의 작품 출발점은 자신 스스로에게서 비롯됐다. 전시주제인 ‘내가, 우리가, 그림이 되다’라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 ‘나’로부터 출발한 두 작가의 그림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을 담고 있다.

스스로 “내 삶에서 나의 그림은 태어난다”라고 말하는 전현숙 작가는 자신을 닮은 인물들을 중심으로 그림을 그려간다.

어둡고 단조로운 무채색의 배경화면에 커다랗게 그려진 여인들은 모두 작가 자신이다. 남편과 아이 등 작가에게 밀착된 사람들, 상징적으로 보이는 물건들, 은근하면서도 짙게 베어든 감정들은 그림에 하나하나 담겨졌다. 어두운 배경 위에 밝고 화려한 색채, 선명한 이미지로 그려진 인물은 강렬하게 관객을 바라본다.

특히 이번 전시에는 전 작가만의 특징적 이미지가 시작되는 시점인 2008년 작품도 전시돼 그간 작품의 변화과정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다. 2008년 작품 ‘가슴앓이’에서 피노키오의 모습을 한 아들에게 젖을 먹이며 멍하니 먼 곳을 바라보는 표정의 여인이 그려졌다. 엄마이자 한 여성으로서 자신의 존재에 대해 시작된 고민을 어떻게 이미지화시켜 나아갔는지 알 수 있다. 작가이자 여성으로 살아오며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아이를 키우면서 ‘잠시 물러났던 나’와 단 한 번도 ‘사그라들지 않는 자아’는 그림 안에서 팽팽하게 공존한다.
 

성혜림 작 ‘소통’

성혜림 작가는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자신의 마음을 간접적으로 드러낸다.

어린시절 마냥 어른이 되고싶었던 마음은 뒤로 물러난 채, 어른이 돼 마주하게 된 세상의 부조리함, 불안함, 두려움을 더욱 크게 느껴가는 자신의 마음을 그려냈다.

천진난만한 표정의 아이가 아닌 외면하는 시선, 고개를 돌린 우울함과 외로움 가득한 아이의 모습엔 작가가 사회를 바라보는 마음이 그대로 스며들어있다.

이는 비단 작가만의 생각이 아닌,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이 대입된다. 이제 더 이상 어린이가 아닌 어른이라는 이름으로 많은 일들을 헤쳐나가야 하는 행복과 불안이 공존하는 어른들의 마음을 조용히 그려내고 있다. 작가 스스로의 마음에서 출발해 아이의 모습을 통해 그려냈지만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모습처럼 보여진다.

두 작가의 그림에서 ‘나’는 주인공이 돼 직접적으로, 또 간접적으로 작가 자신을 그림의 중심에 두고 있다. 그래서 두 작가의 그림엔 가장 친밀하고도 버거운 존재인 우리들 ‘자신’이 비춰지고 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문희영 예술공간 집 대표는 “전현숙 작가가 자전적 모습으로 자신을 직접적으로 드러냈다면, 성혜림 작가는 아이라는 존재를 통해 간접적으로 자신의 마음을 조용히 이야기한다”면서 “두 작가의 작품을 마주하며 ‘내 안의 나’를 돌아보며 나 자신에게 한걸음 더 다가가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전현숙 작가는 전남대학교를 졸업하고 지역화단을 넘어 왕성하게 활동하는 지역 대표 여성작가 중 한사람이다. 광주시립미술관 북경 레지던시에 참여했고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작품활동을 해오고 있다.

성혜림 작가는 조선대학교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다수의 기획전에 초대됐으며, 광주시 아트시내버스 작가에 선정되는 등 활발한 작품활동을 해오며 앞으로의 활동이 더욱 주목되는 신예작가이다. (전시 문의=062-233-3342)
/정세영 기자 jsy@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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