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해남 혈액 질환 ‘환경’ 탓일까?

이철갑 교수 “해남 사례 이례적…원인 밝혀야”

전남도, 다음달부터 의심 질환자 등 보완조사

예산 등 문제로 조사 수개월 지체·불안감 확산

지난해 혈액암 환자 2명이 발생한 해남의 한 중학교에서 최근 이 학교를 졸업한 20대 남성이 재생불량성 빈혈 판정을 받으면서 ‘환경 조사’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해당 학교 모습. /이보훈 기자 lbh@namdonews.com
지난 2016년부터 올해까지 전남 해남의 한 중학교 재학생과 졸업생 등 5명이 모두 혈액 질환 판정을 받으면서 발병 원인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해남의 사례가 이례적인 사안이라며 하루빨리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17일 이철갑 조선대학교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한 학교 학생들이 잇따라 혈액 질환에 걸렸다는 것은 분명 이례적인 사안으로 보인다”면서 “조사를 통해 발병 원인을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까지는 같은 학교, 같은 지역 학생들이라는 점 외에 환자들간 공통분모가 발견되지 않았지만, 환자 개개인이 살아온 환경과 건강 등 조사를 통해 이들의 공통점을 밝혀 발병원인을 좁혀야 한다”며 “보완조사에서 이뤄질 혈액암 의심질환자의 경우도 이미 발병한 환자들과의 공통점을 찾는 방법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7월과 8월 이 중학교 학생 2명이 혈액암인 급성림프구성 백혈병에 걸린 것으로 확인됐을 당시엔 일정기간 학교 내에 방치됐던 ‘우레탄 트랙’이 발병 원인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2010년 해당 중학교에 설치된 우레탄 트랙은 2016년 실시된 전남교육청의 성분 조사결과에서 납 성분이 1천439mg/kg으로, 허용 기준치의 16배를 초과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광주와 전남은 물론 우레탄트랙 교체가 이뤄진 전국 대부분의 학교가 납 성분 기준치를 초과했던 점 등 때문에 우레탄트랙을 발병 원인으로 단정짓기엔 무리인 상황이다.

발병 원인이 미궁에 빠진 사이 이 학교 졸업생인 20대 남성이 최근 혈액 질환인 재생불량성 빈혈 판정을 받으면서 지역민들의 불안감은 다시 확산되고 있다.

추가 환자가 나오는 동안 환경 조사는 예산 등의 문제로 7개월 넘게 지체됐다. 지난해 10월 전남도가 중앙암역학조사반에 역학조사를 의뢰했으나, 역학조사 실시 여부를 놓고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리면서 수차례 회의를 거친 뒤에야 결국 역학조사 전 단계인 ‘보완조사’ 실시가 결정됐기 때문이다. 특히 이 과정에만 3~4개월이 소요됐으며, 이후에는 3천여만원에 달하는 예산이 발목을 잡아, 국비 확보에 다시 시간이 지체됐다. 전남도는 보완조사에 필요한 예산이 확보되면 다음달부터 소아혈액암 의심질환자 등을 대상으로 발병 원인을 밝히기 위한 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전남도 관계자는 “예산이 곧 확보되는 만큼 이후 행정절차를 최대한 빨리 추진해 늦어도 다음달부터는 보완조사가 이뤄지도록 하겠다”며 “역학조사는 보완조사 결과를 보고 질병관리본부 등 전문가들과 다시 협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은창 기자 lec@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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