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반복을 끊자고 호소한 문재인 대통령

역사의 반복을 끊자고 호소한 문재인 대통령

<최혁 남도일보 주필>
 

문재인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으로 막을 내린 ‘6·13 지방선거’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문 대통령은 18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에서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아주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고 국정에 대해 국민의 높은 지지를 받았다. 지역주의 정치, 분열의 정치 구도 속에 기득권을 지켜나가는 그런 정치도 이제 계속될 수 없게 됐다”며 “제가 정치에 참여한 가장 주요한 이유 중에 하나, 목표를 이룬 셈”이라는 감회를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이는 노무현 대통령 때부터 꿈꿔왔던 일이고, 3당 합당 후 30여 년 세월 동안 많은 사람이 눈물 흘리며 노력한 결과”라며 “지역주의 정치와 색깔론에 의지하는 분열의 정치를 벗어나야 우리 정치가 발전할 수 있다고 믿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새로운 정치를 마련해준 국민께 다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울산에서 당선된 송철호 당선인을 거론하며 지역패권정치가 종식돼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지역주의·색깔론에 기반한 분열과 대립의 정치는 청산돼야 한다. 기자는 지금이 조선 이후 600여년을 관통해온 패거리 정치를 청산해야할 시점이라 여긴다.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은 당이 잘해서라기보다는 문 대통령의 인기에 힘입은 것이 사실이다. 문 대통령의 현재 영향력은 절대 권력을 휘둘렀던 조선 왕들보다 더 ‘힘이 쎄다’고 할 수 있다. 그 ‘쎈 힘’을 어떻게 발휘해야 패권정치를 종식시킬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역사는 돌고 돈다. 분명히 그렇다.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힘을 모아 권력을 잡는 일은 시대에 상관없이 반복됐다. 그 구심체는 조선 조(朝鮮 朝)에는 붕당(朋黨)이었다. 지금은 정당(政黨)이다. 붕당은 지연과 학연으로 이뤄졌다. 이에 반해 정당은 이념과 사상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그렇지만 실상은 현대 정당정치 역시, 이념보다는 인맥에 의해 굴러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많은 이들이 이념의 실현을 위해 정치를 시작하지만 막상 정치생명 연장을 위해 이념을 팽개치는 경우가 많다. 그러고 보면 개인의 권력욕은 이념이나 사상보다 우위에 있다. 물론 이념을 지키다 죽어간 이들도 많다. 우리는 그런 사람들을 정치인이라 부른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그럴듯한 이념과 사상으로 옷을 입혀 권력욕을 희석시켰을 뿐이다. 그들은 정치꾼이다. 즉 패거리다. 정치인이 모인 정당(政黨)과 패거리가 모인 파당(派黨)은 다르다.

엄격히 말하면 조선 이후 현대에까지 우리 정치는 ‘패거리 정치’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조선시대 당쟁사는 살육의 투쟁사다. 밀리면 죽었다. 멸문지화를 당하기 일쑤였다. 조선시대 처음 시작된 붕당은 지역과 학파를 매개로 해 결정됐다. 현대사에 있어서의 정당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지역별로 지지기반이 크게 갈렸다. 고려 말부터 조선 초기까지 정권을 잡았던 인물들은 경기와 충청을 기반으로 해 활동하던 인물들이었다.

이른바 기호사림파(畿湖士林派)다. 기호는 경기도와 충청지역을 의미한다. 조선 개국을 열었던 훈구·개국공신(勳舊開國功臣)들의 후손들은 사림이 돼 조정에 진출하면서 기호사림파가 됐다. 경기도와 충청지역 인사들은 1392년 조선 건국 이래 조정의 주도권을 계속 쥐고 있었다. 이들의 집권은 선조 1575년까지 계속됐다. 조상들로부터 권력기반을 이어받은 기호사림파는 정권을 장악하고 타 지역 사람들의 벼슬진출을 차단했다.

이들은 선조 때 이조정랑 추천문제를 놓고 심의겸을 중심으로 해 ‘공식적으로’ 똘똘 뭉쳤다. 서인(西人)의 탄생이다. 심의겸의 집이 서울 서쪽인 정릉동에 있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영남과 전라도 지역 학문계통을 기반으로 한 영남사림파(남명학파 및 퇴계학파)는 170여 년 동안 기호세력의 두꺼운 벽을 뚫고자 했으나 번번이 실패했었다. 기호파 사림들의 견제가 너무 심해 정권 장악이 어려웠다.

그러다가 김효원을 중심으로 해 이조정랑 추천논쟁에서 승리해 정권을 장악했다. 김효원의 집이 서울 동쪽인 건천동(現 인현동)에 있었기에 김효원 주변으로 관료들은 동인(東人)이라 불리게 됐다. 동인과 서인은 이후 죽고 죽이는 살육전을 벌인다. 내부적으로 의견이 갈려 동인과 서인은 북인과 남인, 노론과 소론 등으로 다시 나눠지고 거기서 다시 또 세포분열을 하기도 했다. 수없는 반목과 대립이 반복됐다.

그 비극의 정점은 1589년에 일어난 기축옥사(己丑獄事)다. 서인이었던 송강(松江) 정철(鄭澈)은 정여립의 반역사건을 조사하면서 1천여 명에 달하는 영남·전라 사림을 죽였다. 500여명은 유배 보냈다. 정철의 보복에 멸문지화를 입은 가문이 많다. 서인은 기축옥사를 통해 다시 정권을 잡았다. 이후 조선의 당쟁사는 피의 당쟁사가 됐다. 그 비극은 현대에 들어 지역패권주의로 변했다. 문 대통령의 소회가 절박한 이유다. 역사의 반복이 여기서 그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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