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대 몰락 예고한 대학 역량진단 결과

탈락대학 41곳 중 36곳이 지방대학…수도권은 5곳 불과

전라·제주권 50%나 제외…‘지역대학 고려’ 방침 무색

“정부 정책방향과 어긋나…지방대 위상 회복 방안 필요”

교육부는 지난 20일 ‘대학 기본역량 진단(역량진단)’ 1단계 결과를 발표했다. 4년제 대학 기준으로 ‘자율개선대학’에 선정 된 120개 대학은 정원 감축 권고 없이 일반재정을 지원받는다. 반면 선정 되지 못한 41개 대학은 2단계 평가를 거쳐 정원 감축 권고와 함께 정부 재정지원이 제한된다. ‘자율개선대학’ 선정 여부에 따라 대학의 명운이 달린 셈이다. 그런데 대학기본역량진단 1단계 가결과 발표에서 ‘2단계 진단’ 대상에 지역 대학들이 대거 포함돼 ‘지방대 죽이기’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2단계진단 40곳중 35곳 지방대인데 비해 수도권 대학은 5곳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대학교육연구소 자료를 토대로 지방대 죽이기 배경을 살펴본다.

◇ 탈락대학 87.8% 지방대

교육부는 ‘역량진단’을 통해 ▲대학이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갖춰야 할 기본 요소를 종합적으로 진단하고 ▲진단 결과 미흡한 대학에 정원 감축을 권고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2015년 1주기 ‘대학 구조개혁 방안’이 ‘지역대학’에 대한 고려가 부족했다면서 2주기 ‘역량진단’에서는 자율개선대학을 5개 권역별로 선정하는 등 권역별 균형을 고려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역량진단 결과 교육부의 ‘지역대학 고려’ 방침이 무색 할 만큼 지방대가 정원감축 대상에 대거 포함됐다. 대학교육연구소가 언론검색 등을 통해 종합한 결과, 수도권 대학은 평가 대상 대학 57곳 중 52곳이 ‘자율개선대학’에 선정 돼 91.2%(비율1)에 달했다. 반면 지방은 평가 대상 104곳 중 68곳이 ‘자율개선대학’에 포함돼 65.4%에 불과했다. 결과적으로 정원 감축 대상이 될 ‘자율개선 탈락 대학’ 41곳 중 36곳(87.8%)이 지방대였다.

역량진단 결과에는 종교·예체능 계열 위주 대학과 편제 완성 후 2년이 안 된 대학 등 26곳은 특수성을 감안해 진단에서 제외했다. 이들 대학까지 포함하더라도 자율개선대학 비율(비율2)은 ‘수도권’이 73.2% 나 된다. 이에 비해 ‘전라제주권’은 절반(50.0%)에 불과했다.

◇평가제외 대학 대거 수도권 몰려

수도권대학이 지방대학보다 월등히 좋은 결과를 받은 이유는 먼저 평가 제외 대학이 대거 수도권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이들 대학을 제외하면서 수도권 자율개선대학 선정 비율이 높아졌다. 즉 1차로 수도권대학 71곳 중에서 절반인 36곳을 자율개선대학으로 선정하는데, 수도권 ‘평가 제외 대학’ 16곳을 제외하면 사실상 55곳 중에서 36곳을 선정했다는 의미다. 반면 다른 지역은 평가 제외 대학이 1~5곳이라 이들 대학을 제외하더라도 큰 차이가 없었다.

또다른 이유는 ‘권역별 50% 선정(1차)’이라는 칸막이가 없어진 전국 단위(2차) 선정 때, 수도권대학이 대거 포함된 점도 주 이유다. 자율개선대학 120개 대학 중 ‘95곳은 1차 권역별’로 선정됐다. 나머지 25곳은 ‘2차 전국 단위’에서 선정된 것으로 파악됐다. 문제는 2차로 선정된 25곳 중 16곳(64%)이 수도권이었다. 반면 지방은 충청권 5곳, 부산울산경남권 2곳 등 모두 합해 9곳이었다. 전라·제주권 대학은 2차 선정때 한 곳도 포함되지 않았다.

◇지역사회서 대학 역할 고려 필요

이번 발표는 ‘예비 자율개선대학’이다. 이의 신청 및 심의, 부정·비리 제재 적용 과정을 거쳐 8월 말에 최종 확정된다. 하지만 대학가에서는 이변이 없는 한 결과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대학구조개혁평가(현대학 기본역량 진단) 1주기에 이어 2주기에도 정원 감축은 상당 수 지방대 몫이 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 2015년 1주기 구조개혁평가 현재 대학 기본역량진단 평가)당시에도 하위(D·E)등급을 받은 수도권대는 11곳인데 반해 지방대는 23곳이 됐다. 교육부의 대학평가에서 지역대학이 홀대받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여기에 ‘시장’ 즉, 학생 선택을 받지 않아 대학들이 자연 감축하는 규모까지 고려하면 지방대 정원 감축 규모는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지역대학가에서는 교육부가 역량진단 평가의 당초 취지를 살려야 한다는 지적을 한다. 교육부는 2017년 ‘대학 기본역량 진단 및 재정지원사업 개편 시안 발표’ 때 학령인구 감소 대응 방향으로 “지방대학이 지역 발전에 필요한 인재를 충실히 양성할 수 있도록 육성 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수도권대학은 교육여건에 맞게 적정 규모로 운영될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는 정책 방향을 밝힌 바 있다.

광주의 한 사립대학 관계자는 “이번 진단평가 결과를 놓고 지역에서는 ‘지방대 죽이기’로 해석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이는 당초 교육부가 공언했던 정책 방향과 부합되지 않는다”면서 “지역사회에서 대학이 차지하는 역할과 비중이 매우 크다는 점을 고려해 지방대 위상 회복을 통한 ‘공공성과 협력의 가치’를 회복시키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명식 기자 msk@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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