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농업 선구자 -40. 강진 김기운씨>

40. ‘강진 초당림’ 김기운 회장

전남 산림산업 새로운 발전 모델 제시

50년 반평생 ‘백합나무’대량 재배 성공

1천 ha 규모 …전국 최대 조림지 명성
 

초당 김기운 회장은 1968년부터 편백, 테다, 백합 등 경제수림 위주로 조림을 시작해 ‘강진 초당림’을 일궈냈다.
/ 전남도 제공

전남 강진군 칠량면 초당리에 위치한 전국 최고 규모의 조림지(造林地) ‘초당림’.

이곳에 들어서면 하늘을 향해 곧게 솟은 450만 그루의 나무가 임야 1천㏊를 뒤덮고 있다. 숲 사이로 훤히 난 임도(林道)만 해도 50㎞가 넘는다.

초당림은 백제약품 창업자 초당 김기운(98) 회장의 작품이다. 김 회장은 지난 50년간 초당림에서 작심 있게 나무를 키워왔다. 국내 최초로 고급 목재 수종인 백합나무를 대량으로 심어 재배하는 데 성공했다. 김 회장은 초당림 조성을 통해 모두 3만4천여명의 일자리 창출을 이뤄내기도 했다.

무엇보다 그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숲 조성에 힘써오며 전남 산림 산업의 새로운 발전 모델을 제시했다.
 

강진 초당림의 초기 조림장면. /전남도 제공

■후세 위한 통 큰 투자의 기쁨

초당림엔 편백 132만여 그루, 데다소나무(미국 삼엽송) 150만여 그루, 백합나무 30만여 그루, 삼나무 18만여 그루 등 경제 수림 17종 450만 그루의 나무가 심어져 있다. 경기도 포천의 국립수목원 다음으로 크다. 물론 인공조림으로는 가장 큰 규모다. 원래 이 지역의 일반적인 수종이 아니었던 백합나무를 잘 키워 이제는 경제성으로 주목받는 나무로 바꿔놓았다. 정부도 이 나무를 주목하고 널리 권장한다. 그의 작은 보람의 하나다.

경관의 뛰어남과 숲의 다면적인 가치도 훌륭하지만, 얼마 전부터는 물 푸짐하게 흐르는 계곡이 개구쟁이들의 놀이터로 활용되면서 초당림은 이제 어린이 등 여러 세대를 설레게 하는 기쁜 장소 중 하나가 됐다.

깊고 단정한 수풀 속의 새 물놀이장, 강진군과 함게 벌인 이 사업은 남도에 명소 하나는 보탠 셈이다.

이러한 초당림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는 않았다.

김 회장은 당시 민둥산이던 이곳을 뿌리가 자생력을 갖도록 자갈밭에 구덩이를 파고 흙을 넣었다. 자갈밭이라는 악조건, 가뭄 , 한파 때문에 심은 나무의 절반이 죽는 등 시행착오를 겪었다. 여러 번의 대형 산불로 까맣게 탄 숲을 보며 후회도 해봤다. 그러나 나는 ‘다시 한 번 해보자’며 다시 일어섰다. 이것이 초당림의 시작이었다고 김 회장은 회상했다.

김 회장은 우리 산림 면적의 20% 가량만 겨우 돈이 되는 나무인 점을 늘 염려한다. 경제수림을 집중적으로 만들지 않으면 목재를 거의 수입해 쓰는 우리는 얼마 가지 않아 금값을 주고서야 근근이 나무를 사오게 될 것이라는 걱정이다. 전남도가 숲 가꾸기 사업에 큰 노력을 벌이는 것은 만시지탄의 느낌이 없지 않지만 향후 잠시도 게을리 말아야 할 일이라고 강조한다. 산림 산업의 국제적인 통찰과 장기적인 예지를 발휘해 경제성 높은 숲으로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 최대의 인공조림지인 전남 강진군 칠량면 명주리 초당림을 찾은 관광객들이 편백나무와 백합나무 숲 사이를 걸으며 즐거워하고 있다. /전남도 제공

■인목불이(人木不二)

김 회장에게 있어서 사람과 나무는 하나였다.

사업 키워나가며 학교를 지어 인재를 양성하는 일을 벌였고 함께 큰 숲을 지었다.

전남 무안의 초당대와 백제고등학교 등이 인재를 키우기 위한 큰 그림이었음을 함께 생각하게 한다.

그의 얼굴 들여다보니 ‘나무’가 있고, ‘숲’이 있다. 그의 생애는 더 큰 숲으로 보인다.

초당의 본래 사업은 사람 살리는 약업이다. 광주, 목포, 서울 등지의 백제약품과 초당약품이 건실한 인재와 수풀을 키운 근본인 셈이다. 1920년생인 초당은 명예회장으로 회사의 일도 챙기며, 아직까지 초당림을 아름답고 튼실하게 하는데 매일 정정한 힘을 보탠다. 마치 큰 나무 같다.

초당림의 인상과 구석구석을 살피면 당초 이를 세웠던 이의 꿈과 통을 짐작할 수 있다. ‘아낌없이 주는’존재인 나무들의 세상, 이 숲은 미래 세대에게 자연의 큰 호흡과 생각을 아낌없이 주고자 배려와 사랑을 쏟아 부은 감동의 현장이다. 내게 돌아올 잇속을 전혀 생각하지 않고 50년이 훨씬 넘는 세월을 심어 나무의 세상을 지었다. 이윽고 저 큰 숲을 착한 사람들의 심성과 합쳐져 ‘더 나은 세산’만들어 가리라. 초당의 ‘큰 숲’지은 그 뜻 헤아려본다.
 

지난해 약 3천500여명의 관광객이 다녀간 제1회 초당림 숲속 힐링 축제 모습. /강진군 제공

■ ‘힐링 명소’ 발돋움

이런 가운데 강진 초당림은 ‘힐링 명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난달 29일부터 이틀간 칠량면 명주리 초당림 일원에서 열린 ‘제2회 초당림 숲 속 힐링 체험’ 행사에 비가 오는 등 궂은 날씨에도 2천500여명의 관광객이 다녀갔다. 이번 행사는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다.

관광객들은 누워서 보는 숲 속 하늘·압화체험·우드버닝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특히 숲 해설가와 함께 편백나무와 백합나무 숲길을 걷는 산책 프로그램이 인기가 끌었다.

관광객들은 삼림욕을 즐기며 해설가가 연주하는 피리소리를 감상했다.

초당림 명물인 약 2.5㎞의 데크길은 아름다운 숲길 외에도 산새소리와 물소리 등 힐링의 명소에 걸맞은 자연 친화적인 환경으로 초당림의 매력을 배가시켰다.

숲 속 마켓에서 판매한 파프리카, 목이버섯, 표고버섯, 블루베리 등 칠량면 농·특산품들은 모두 팔렸다.

사유림으로써 그동안 일반인 출입이 제한됐으나 이번 행사 기간 1년 365일, 단 2일 천혜의 자연을 관광객에게 공개했다.

지난해 제1회 초당림 숲속 힐링 축제에는 3천500여 명이 몸과 마음을 힐링하고 돌아갔다.

/안세훈 기자 ash@namdonews.com

강진/이봉석 기자 lbs@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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