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생태계 조성을 위한 제언

창업생태계 조성을 위한 제언

<신현구 광주경제고용진흥원장>
 

“한국 청년들은 모두 공무원을 꿈꾸는데 이런 경우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 매우 부끄러운 일이다. 젊은이들이 도전보다 안정을 추구하는 사회는 혁신이나 역동적인 변화가 일어나기 어렵다. 한국의 미래를 낙관하지 않는 것도 그 때문이다.” 2017년 8월, 세계적인 투자가 짐 로저스회장의 말이다.

청년들이 안정적인 공무원이나 대기업을 선호하고 중소기업 취업이나 창업은 기피하는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70만명에 달하고 이른바 삼성고시에도 20만명이 몰린다고 한다. 이는 청년들의 의식구조만이 아니고 부모세대들의 의식구조에도 기인한다. 어느 청년일자리 대토론회에서 발제자와 패널들이 청년들에게 안정적인 직장만을 바라볼 것이 아니라 창업이나 중소기업의 취업도 적극 검토해야한다고 조언을 하자, 방청석에 있던 대학생 한 사람이 한 말이 인상적이었다. “우리도 중소기업에 취업해서 함께 성장하기도 하고 창업에 도전해보고도 싶지만 부모님이 반대하시며, 1~2년 뒷바라지 해줄테니 공공기관이나 대기업에 취업하라고 하신다.”

급변하는 4차산업혁명시대에는 몸집이 큰 대기업보다는 혁신적인 비즈니스모델이나 기술을 가진 중소기업이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우수한 인재들이 혁신 창업을 할 때 성공 가능성도 높아지고 대한민국의 미래도 밝아진다. 그러나 한국의 혁신 창업은 급감하고 있다. 과거 벤처붐이 일어났을 때는 교수, 출연연구소 출신들의 창업이 전체 창업기업의 20%를 차지하기도 했으나 최근에는 4%대에 불과하다고 한다. 미국 MIT공대에서는 매년 900명이 창업에 뛰어 들고 있고 중국에서도 최우수인력이 창업의 길로 뛰어 들고 있지만, 우리 KAIST(한국과학기술원)에서는 매년 8명정도 창업하는데 그친다고 한다.

이렇듯 우리나라 우수인력이 위험성이 있는 창업을 기피하고 안정적인 직업을 선호하는 것은 그들의 의식문제라고만 치부할 것이 아니고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교육, 문화 및 각종 제도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음을 인식하고 이를 개선할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첫째, 기업가정신을 조기에 교육해야 한다.

유럽에서는 2006년 오슬로 어젠다를 통해 초·중·고교부터 기업가정신 의무교육을 권고한 데 이어, 세계경제포럼(WEF)도 2010년 전 세계에 기업가정신 의무교육을 권고한 바 있다. 미국의 애리조나 대학에서 13년간 추적한 기업가정신 연구에서 기업가정신 교육을 받은 집단과 그렇지 않은 집단의 창업이 무려 3배 차이를 보인다는 결과가 나왔다. 더욱 놀라운 것은 창업을 하지 않은 그룹에서도 기업가정신 교육을 받은 쪽이 연 수입이 27% 많고, 자산은 62%가 더 많더라는 것이었다. 이와 유사한 유럽의 실험에서는 취업률도 2배 높다는 결과를 얻었다. 결론적으로 창업을 하든 안하든 기업가정신에 대해 교육을 하는 것이 국가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둘째, 재정의 손실을 감수하는 모험적 R&D 및 금융지원이 있어야 한다.

우리 정부의 R&D 성공률은 90%가 넘는 세계 최고 수준이고 GDP 대비 R&D 투자 비중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기술이전율은 20%대로 OECD국가 중 최저 수준이다. R&D 예산 대부분을 실패하지 않을 것 같은 안정적인 과제에 투입하기 때문이다. 또한 경기가 안좋으면 정부가 기업의 자금난 해소를 위해 적극적인 금융지원을 약속하지만 창업기업 등 어려운 기업들에게는 그림의 떡인 경우가 많다. 대출조건 등을 완화시키지 않는다면 어려운 기업은 대출한도나 자격에 문제가 있어서 지원을 받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고 민간 금융기관에게 위험을 감수하라고 할 수는 없다. 정부가 일부 재정의 손실을 감수하는 모험적 R&D나 금융지원을 해야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셋째, 창업안전망을 적극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창업기업의 3년 후 생존율은 38%로서 OECD국가 중 최저이다. 더욱이 실패자에 대해 가장 가혹한 나라가 바로 우리나라다. 한번 실패하면 실패자로 낙인 찍히고 대부분의 경우 신용불량자가 되어 재기 자체가 어렵다. 알리바바의 창업자 마윈은 8번 실패하였고 미국의 트럼프대통령도 4번이나 파산을 한 경험이 있다. 이들이 우리나라에서 창업을 했으면 모두 재기불능한 신용불량자들이다. 신용불량의 공포가 제거되면 창업의지가 6.6배 증가한다고 한다. 창업자의 연대보증 면제를 조기 확대하고 기업회생절차도 개선하며 재도전자에 대한 금융지원 자격 확대와 재도전기회의 법적 보장 등이 필요하다. 재도전의 기회가 없으면 과감한 도전도 불가능하다.

누구나 평생에 한번은 창업을 해야한다고 한다. 100세 시대이다보니 60세에 정년을 한다고 하더라도 30~40년을 더 살아야 하기 때문에 무엇인가를 해야한다는 것이다. 누구나 쉽게 창업에 도전하고, 실패하더라도 재기하기 쉬운 사회적 분위기와 제도를 만들어 역동적이고 일자리가 넘치는 지역이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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