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기상청 날씨와 생활

이맘때쯤이면 문을 두드리는 장마

<유근기 광주지방기상청 예보과장>
 

유근기 광주지방기상청 예보과장

이맘때면 찾아오는 장마는 여러 날에 걸쳐 지겹게 비를 내리곤 한다. 예로부터 ‘오뉴월 장마는 개똥장마다’라는 말이 있는데, 계속되는 비로 인해 피해를 주기도 하지만 동시에 가뭄해갈을 위해 약간의 쓸모도 있다는 뜻이다. 이것은 음력에 의해 유래된 말이기 때문에 양력으로는 6,7월을 가리킨다.

겨우내 수축되어있던 따뜻하고 습한 북태평양기단은 우리나라에서 멀리 물러나 있다가, 여름이 되면서 그 세력을 확장하여 6월 중순경이 되면 한반도 남쪽해상에 그 모습을 드러낸다. 한편, 차고 습한 오호츠크해기단이 동해상으로 세력을 확장하면서, 성질이 다른 두 기단은 세력싸움을 하며 전선(前線)을 형성하게 되는데, 두 기단의 세력이 비슷하면 빠르게 이동하지 못하고 한반도 부근에 정체하게 된다. 이렇게 정체된 전선의 가장 대표적인 것이 장마전선이다. 두 기단 세력의 우세에 따라 장마전선이 오르락내리락 하다가 북태평양기단의 세력이 강해지면 장마는 끝나게 되고, 본격적인 여름철 무더위가 시작된다.

장마시기라고 해도 주변 기압계와 장마 전선대의 발달 정도에 따라 구름 낀 날씨만 지속될 뿐 비가 내리지 않는 날이 수일 이상 지속되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남부지방의 장마기간 중 강수일수는 최근 10년 동안 평균 51%의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기상청의 30년간 장마 통계자료(1981년~2010년)에 의하면 남부지방의 장마 시작일은 6월 23일, 종료일은 7월 23~24일로 약 32일간 장마가 지속되었으며, 평균 강수량은 348.6㎜로 나타났다. 또한 작년 장마기간(6.29~7.29) 동안 광주와 전남지방에 내린 비의 평균 강수량은 185.5㎜로 전국 평균인 291.7㎜보다 적게 나타났으며 평년대비 약 50%정도 수준에 머물렀다. 이는 북태평양고기압의 세력이 다소 확장하면서 장마전선이 북상하고 활성화되어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많은 비를 뿌렸고, 상대적으로 남부지방은 북태평양고기압의 영향권에 들어 강수량이 적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는 연강수량의 약 60%가 여름철에 집중된다. 여름철에는 장마 외에도 저기압, 대기불안정, 태풍 등 집중호우를 일으키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으며 최근에는 여름철 평균기온이 점차 상승하면서 국지적인 집중호우의 빈도와 강수량도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오는 비를 막을 수는 없지만 사전에 대비를 철저히 하여 호우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 할 수는 있다. 내 집 주변의 막힌 하수구와 위험한 축대 등 시설물을 잘 정비하고 집중호우 시 바깥활동을 삼가며 시시각각 발표되는 기상예보와 특보에 귀를 기울인다면 안전한 여름을 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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