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사 직영점은 주 52시간…“글쎄요”

소규모 유통점은 제외…전산 단축 논의도 지지부진

#광주 충장로의 한 휴대전화 판매점에서 근무하는 A씨는 오후 9시를 훌쩍 넘겨 귀가하는 일이 많다. 퇴근 후 들르는 고객들을 상담하고, 번호이동 전산 마감(오후 8시) 후 업무를 정리하다 보면 저녁도 거르기 일쑤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전국 이동통신 유통점 중 이통사 직영점을 제외한 대리점과 판매점에는 주 52시간 근무가 적용되지 않는다. 개인이 운영하는 대리점과 판매점은 대부분 10인 미만 사업장이라 300인 이상 기업에 우선 적용된 주 52시간에서 제외된다.

이들 대리점과 판매점은 전체 유통점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인력 규모로 치면 약 6만명 가량으로 추정된다.

대리점과 판매점 직원들은 주 6일, 하루 10시간 이상 근무하는 경우가 많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가 올해 3월 유통점 종사자 1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하루 10시간 이상 근무한다는 응답자가 61.8%에 달했다. 주간 평균 휴무일은 주 2일 미만이 78.9%였다.

유통점이 장시간 근무에 시달리는 이유는 퇴근 이후나 주말에 방문하는 고객이 많기 때문이다.

올해 전국이동통신집단상권연합회 조사에 따르면 개통 신청이 가장 많은 시간대는 오후 5∼8시로 전체의 70%에 달했다.

이통사의 전산 운영시간도 이러한 현실에 맞춰져 있다. 일반 전산 운영시간은 현재 오전 8시∼오후 10시이며, 통신사를 옮기는 번호이동은 오전 10시∼오후 8시다.

이통 3사는 주 52시간 근무에 대비해 작년 11월부터 전산 마감 시간을 오후 6시나 7시로 앞당기는 방안을 논의해왔지만 서로 입장이 엇갈리며 좀처럼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3사 중 LG유플러스가 전산 단축에 가장 소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객 불편 증가와 함께 현재 경쟁 구도가 굳어지는 것을 우려한다는 관측이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근로시간 단축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전산 단축은 대리점과 판매점의 매출이나 이익이 맞물려 있어 이해관계자들이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다.

판매점들로 구성된 한국이동통신유통협회가 이렇다 할 입장을 정하지 못하는 가운데 정부 차원의 중재 역시 지지부진하다.

방송통신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통사와 유통점 등 이해관계자들이 합의할 사안으로 직접 개입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통유통협회 관계자는 “업계 내부 입장이 엇갈리는 데다 정부마저 중재에 소극적이라 전산 단축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다”며 “전산 단축에 따른 업계 손실을 줄이기 위한 방안을 정부와 이통사가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오승현 기자 romi0328@namdonews.com/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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