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자치의 새로운 시작에 부쳐

교육자치의 새로운 시작에 부쳐

<이승오 광주제일고 교장>
 

6·13 지방선거는 적폐를 청산하고 평화와 번영, 통일시대를 갈망하는 민의가 반영된 결과를 낳았다. 촛불혁명을 시작으로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을 파헤치고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 이번 6·13 지방선거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보면서, 새로운 시대 변화에 대비하지 못한 정치적 집단에 대한 심판이 얼마나 냉혹한지 모두 실감하였을 것이다. 교육감 선거결과도 17개 시·도교육청 중 14곳이 이른바 진보성향의 교육감이 당선되었다. 교육은 본질적으로 미래지향적이기 때문에 개혁적이고 혁신적일 수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사회에 지나치게 팽배한 진영논리로 접근하는 것에 동의하지는 않는다. 어쨌든 6·13 선거로 당선된 교육감의 임기는 시작되었다. 주민직선 3기 교육자치의 출발에 즈음하여 몇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첫째, 시대의 변화를 냉철하게 읽어내고 그것을 교육에 반영하는 미래지향적인 교육을 실천하는 것이다. 당선된 교육감 모두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준비하는 교육에 힘쓰겠다고 공약하였으니 기대하는 바가 크다. 그런데 국가교육회의 에서 발표한 대입제도 개편 시나리오를 보면, 학교 현장에서는 국가교육과정에서 제시한 핵심역량에 초점을 맞추어 학생들의 특기와 적성에 맞는 다양한 교육을 실행하고 있는데, 마치 인기투표하듯 결정한 대학입시제도로 인하여 또다시 과거처럼 한 줄 세우기 교육으로 회귀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교육감협의회를 통한 시·도교육청 간의 강력한 연대와 소통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둘째, 교사가 존중받는 학교문화 정착과 제도개선을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 굳이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질 못한다’는 말을 떠올리지 않아도 교육의 성패는 교단을 지키는 선생님들에 의해 좌우된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의 교육현장에서 교사의 위치는 어떠한가? 교사가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하는 공급자 중심의 교육에서 벗어나 교육수요자인 학생중심 교육으로 전환하는 교육패러다임의 여파로 교권이 추락하는 기현상들이 학교에 만연되어 있다. 교사에 대한 신뢰도 저하와 더불어 과중한 업무와 막중한 책임이 따르는 학교현장에서 OECD 평균을 초과하는 학급당 학생 수를 보살펴야 하는 교사는 힘겹기 그지없다. 교권의 핵심인 교수권과 평가권을 확실하게 보장하여, 교사로서 가르치는 보람과 함께 긍지와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셋째, 교육재정을 확충해야 한다. 특히, 지방교육재정을 확실히 늘릴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해마다 학교 예산을 편성하면서 느낀 점은 인건비와 시설유지비 등 경직성 경비를 제외하면 실질적인 교수학습활동 지원에 필요한 예산은 턱없이 부족하다. 교육복지 지원과 학교 교육 여건 개선까지 감안하면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이전수입을 대폭 늘리는 특단의 조치가 있어야 한다. 시·도교육청과 정부, 그리고 지자체 간의 긴밀한 협의가 매우 중요함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넷째, 통일시대를 대비하는 교육에 적극 나서야 한다. 한반도가 남과 북, 그리고 주변국가들 간의 군사적 대결 상태에서 벗어나, 동북아 평화의 시대로 접어드는 역사적 대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남북분단의 폐해를 고스란히 우리 다음 세대에게 물려줄 수는 없는 일, 통일시대를 살아갈 우리 학생들에게 평화와 번영의 남북관계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갖게 하는 통일교육을 위해서 17개 시·도교육청이 함께 나서야 할 것이다.

끝으로, 선거의 후유증이 최소화 되도록 해야 한다. 주민직선이 민주적 방법이지만 이른바 줄서기로 대변되는 부작용이 없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새로운 임기를 시작하는 교육감들은 이번 선거과정에서 자신들을 지지하지 않은 민심을 잘 읽고, 그들과도 함께 가는 포용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차별하지 않고 차이를 인정하는 다양성을 길러주는 교육을 하겠다고 강조하면서, 정작 시행되는 교육시책과 제도들이 이념적인 차별의 결과를 초래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주민직선 3기에 들어선 교육자치제가 지역교육의 독립적인 역량을 키우고 변화시킬 수 있는 실질적인 지방교육자치의 기회임에는 분명하다. 그렇지만 시·도교육청별로 지역인재를 육성한다는 명분을 강조한 나머지 교육이 자칫 지역주의에 함몰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광주의 학생도, 전남의 학생도, 부산의 학생도 모두 대한민국의 인재를 넘어 세계시민의 역량을 지닌 인재로 키워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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