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에서 추억을 만들자

농어촌에서 추억을 만들자

<윤석군 한국농어촌공사 전남지역본부장>
 

혼자서 월든 호숫가에 들어가 자연주의적 삶을 실천했던 헨리데이비드 소로우. 그는 월든에서 일에 빠져 소모되는 도구적 삶에서 벗어나 스스로가 주인이 되는 주체적 삶을 살았다. 2년 2개월간 자연 속에서 보낸 그 시간은 그의 삶 전체를 결정짓는 중요한 시간이었다. 월든에서 그가 남긴 기록은 2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사람들이 소로우를 사랑하도록 만들었다.

소로우는 어떻게 월든에서 생활하게 됐을까? 당시 상황에 따른 선택이기도 했지만, 추측컨대 네살 때 보스턴에서 이사 오면서 숲과 들을 지나 월든 호수에 들렀던 일이 선명한 기억으로 남아서였을 것이다. 실제로 그는 책에서 이 기억을 자신의 뇌리에 새겨져있는 가장 오래된 추억의 장면이라고 말했다.

이렇듯 자연과 함께 한 추억은 단순한 휴식을 넘어서 삶 전체를 결정짓는 중요한 순간이 될 수도 있다.

우리가 소로우처럼 긴 시간을 자연에서 보낼 수는 없지만 전국에 있는 농어촌체험마을에서는 짧은 시간이나마 그런 체험이 가능하다. 한국농어촌공사에서 운영 중인 웰촌(www.welchon.com) 사이트에는 전국 농어촌에 대한 계절별 추천여행코스, 체험프로그램, 숙박정보와 같은 다양한 정보가 나와 있다. 이 사이트에는 7월의 무더위를 이기는 농촌여행지 전국 정보가 나와 있지만, 독자들을 위해 아직 입소문 나지 않은 우리지역의 숨은 진주 같은 마을 세 곳을 소개해볼까 한다.

녹음 짙은 숲속에서 쉴 수 있는 참된 쉼터가 필요하다면 광양 백학동 마을과 해남 대둔권역 조산마을이 제격이다. 광양 백학동 마을은 이름처럼 백운산 자락아래 학이 날개를 펴고 마을을 감싸 안은 형상으로 맑고 깨끗한 어치계곡에 자리잡고 있다. 마을 펜션도 있지만 카라반까지 있어 큰 준비 없이도 산과 계곡에서 캠핑을 즐길 수 있다. 특히 세미나실이 완비되어 있어 단체나 동호회 워크숍을 하기에도 적당하다. 연중 체험행사가 진행되는데 여름에는 풀벌레소리와 함께 나만의 도자기를 만들 수 있는 ‘텃밭에서 행복한 도자기체험’과 백학동 계곡에서 물고기와 다슬기를 잡는 물놀이체험을 할 수 있다.

해남 대둔권역 조산마을은 이번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대흥사가 있는 해남 두륜산 남서쪽 산자락아래 위치하고 있다. 마을 뒤편 구수골 봉동계곡에는 사방댐을 이용한 물놀이장이 있다. 두륜산 아홉 개의 골짜기 물이 합수해 이뤄졌다고 해서 구수골이라고 불린다. 시원한 계곡물이 찰방찰방한 사방댐은 아이들과 함께 여름 물놀이를 하기에 제격이다. 사방댐 옆으로는 삼나무와 편백나무 숲이 조성되어 있어 시원한 바람에 삼림욕하며 무더위를 식힐 수 있다.

숲과 바다를 함께 느끼고 싶다면 증도 설레미마을로 가면 된다. 증도는 원래 섬이지만 육지와 연결된 다리를 통해 언제든지 갈 수 있다. 마을 바로 앞에는 한반도 모양의 해송 숲과 해수욕장이 바로 닿아있어 섬여행의 낭만을 만끽할 수 있다. 우전해변 바로 옆에 있는 설레미캠핑장에는 야영장과 편의시설을 완전하게 갖춘 10동의 고정식 숙박시설이 있어 가족단위 여행객들이 함께 하기 좋다. 해송 숲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닷바람과 함께 해변을 걷다보면 더위와 묵힌 스트레스도 날아간다. 근처에 있는 신안갯벌센터와 우리나라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소금박물관, 태평염전을 둘러보는 것은 덤이다.

꼭 이 세 곳이 아니더라도 웰촌 홈페이지에 가면 92곳의 농촌 여행지에 대한 설명이 자세히 나와 있다. 92곳 중 어디로 떠나든 누구와 떠나든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 평생을 꺼내볼 수 있는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 보시길. 특히나 아이들과 함께 만든 추억은 아이들 뇌리에 새겨진 가장 아름답고 오래된 추억으로 반짝일 것이다. 소로우가 살았던 시대보다 더 속도지향적인 시대를 사는 모두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자연일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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