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을 지켜주는 소방차 길터주기

<구천회 전남 고흥소방서장>
 

최근 광주광역시 북구 운암동의 한 교차로에서 응급환자를 싣고 달리던 구급차가 다른 방향에서 달려오는 차량과 부딪히는 사고가 발생했다. 찰나의 순간, 구급차는 옆으로 넘어지고 구급차 안과 밖은 아수라장이 됐다. 밖으로 튕겨져 나간 구급대원은 아픈 몸을 이끌고 곧장 환자에게 엉금엉금 기어가 환자의 상태를 살폈다. 환자는 다른 구급차량으로 병원 응급실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졌다고 한다.

이 사고로 인해 119구급차 운전자가 결국 불구속 입건되었다. 도로교통법상 소방차, 구급차 등 ‘긴급 자동차’는 긴급상황 발생 시 신호·속도 위반을 할 수 있지만, 사고가 났을 경우 면책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사고의 잘잘못을 떠나 환자의 생명의 위급한 상황에서 한시라도 병원에 빨리 가기위해 위험을 무릎쓰고 구급차를 운전한 구급대원이 입건 되는 현실은 같은 소방공무원으로서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각종 화재, 구조, 구급 등 사고 발생 시 가장 중요한 것은 5분안에 소방관들이 현장에 도착하는 것이다. 5분이라는 시간이 누군가에게는 커피 한잔의 여유와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시간일 수 있고 약속을 기다리는 사람에게는 설렘 가득한 시간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소방공무원에게 있어서 5분이라는 시간은 생명을 구할 수 있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값진 시간이다.

화재발 후 5분 이내라면 소화기 1대로도 불을 끌 수 있지만 5분이 지나 10분이 되면 소방차 1대로도 불을 끄기 어렵다. 또한 심정지 환자의 경우 5분이 지나면 뇌사에 들어가기 때문에 소생률이 급격히 떨어지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소방차 및 구급차는 사이렌을 울리고 신호를 무시해가며 위험을 무릎쓰고 도로위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소방차를 타고 도로위를 달리다 보면 도로는 참 좁고 차는 참 많다는 생각이 늘 뇌리에 스친다. 더욱이 긴박한 상황에서 덩치가 큰 소방차를 타면 넓은 길도 좁게만 느껴진다. 하다 못해 불법 주·정차된 차량과 도로위 입·간판 등 장애물, 소방차를 앞서막은 차량들로 인해 화재현장에 도착할 수 없을 때는 목이 바짝 타들어 가는 느낌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소방차에 대한 진로양보를 의무화하고 위반시 과태료 100만원을 부과하는 소방기본법이 개정되었고 올해 6월 27일자로 시행되고 있다. 국민들의 자발적으로 소방자동차의 긴급성을 이해하고 소방통로를 확보해주는 것이 최선이겠지만 아직은 우리나에도 법령의 강제성이 필요해 보인다.

오늘도 우리 소방대원들은 현장에 1초라도 빨리 도착하기 위해 도로위 차량들과 불법 주·정차된 차량들을 상대로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 도로위를 달리다 긴급자동차의 사이렌 소리가 들린다면 잠깐의 여유를 갖고 주변을 살펴 소방차, 구급차가 보이지 않는지 확인하여 주길 바라며, 조금 불편하더라도 소방차가 지나갈 수 있게 도로를 비워두도록 하자.

사이렌 소리가 생명의 소리로 들리고 법의 힘을 빌리지 않고 긴급자동차가 제시간에 도착할 수 있는 그 날이 바로 오늘이었으면 함을 간절히 바란다. 이와 더불어 하루 빨리 긴급 자동차 사고 발생 시 운전자 처벌이 면책 되어 사고걱정 없이 보다 본연의 직무에 헌신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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