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나도 여전히 ‘빽빽’…소방차 못가는 아파트 주차장

광주 남구 한 아파트서 ‘아찔한’ 상황 발생할 뻔

전용구역 버젓이 주차…“참사 보고도 안전 망각”

‘얌체 행위’로 비상시 무용지물…내달부터 과태료

화재발생에도 여전한 불법 주·정차
지난 10일 오전 1시 42분께 광주 남구 봉선동 한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해 구급대원 등이 출동했지만 불법 주차된 차들로 구급차가 빠져나가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사진은 불이 난 다음날 여전히 소방차전용차구역 등에 불법 주차된 차량들이 늘어서 있는 모습. /임소연 기자 lsy@namdonews.com


화재발생에도 여전한 불법 주·정차
지난 10일 오전 1시 42분께 광주 남구 봉선동 한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해 구급대원 등이 출동했지만 불법 주차된 차들로 구급차가 빠져나가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사진은 불이 난 다음날 여전히 소방차전용차구역 등에 불법 주차된 차량들이 늘어서 있는 모습. /임소연 기자 lsy@namdonews.com
“큰불이었으면 어쩔뻔 했어요…소방차 전용구역까지 차들이 세워져 있었으니…”

지난 10일 오전 1시 45분께 광주 남구 봉선동 한 아파트에 거주는 하는 김모(40)씨는 잠을 자던 중 갑자기 들리는 사이렌 소리에 놀라 깨고 말았다. ‘무슨 사이렌을 울리나’해서 베란다 창문 밖을 열어보니 구급차 1대가 주차된 자동차들과 소방차 6~7대 사이에서 나가지 못하고 있었다. 김씨는 무슨일인지 살피다 옆에 단지 한 아파트에서 뿌연 연기가 피어오르는 걸 보고 불이 난 사실을 확인했다.

김씨는 혹여나 응급환자가 발생한 것은 아닐까 걱정하던 중 소방차들이 재빠르게 다른 장소로 이동해 구급차가 지나갈 수 있는 입구를 만들었다. 구급차가 환자를 이송해 빠져 나가기까지 5분여 정도가 소요됐다. 이날 주차된 차들은 주차공간 뿐만 아니라 ‘소방차전용 구역’ 양 방향까지 모두 점령한 상태였다. 아파트 안에 마련된 소방차 전용주차구역은 화재가 났을 때 고가 사다리차를 펼칠 수 있도록 마련된 최소한의 공간이다. 비상시를 대비해서 평소에도 구역 앞뒤를 비워둬야한다.

김씨는 “만일 구급차안에 있던 사람이 응급환자이거나 큰 불이 났었다면 이라고 생각하니 아찔하다”면서 “응급환자는 골든 타임이 중요한 데 아파트 주민들이 주차공간이 부족하다고 소방차전용구역까지 주차를 해 구급차가 지나 갈 수 없는 사태가 발생한 것은 제천 참사 등 ‘교훈’을 망각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결국 불은 출동한 119에 의해 15분 만에 진화됐다. 이 불로 집주인 김모(60)씨와 김씨의 딸이 연기를 흡입해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소방당국은 주방 가스레인지에서 불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정확한 화재 원인과 피해 규모를 조사 중이다.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화재 발생 후 5분 경과 시 1분이 지날 때마다 인명 생존율이 25%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화재 연기로 인한 심정지·호흡곤란 환자가 4~6분 내에 응급조치를 받지 못할 경우 산소 공급 부족으로 심각한 뇌 손상을 입는 것으로 드러났다. 화재 사고에서 소방차와 구급차의 신속한 출동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설명해주는 대목이다.

‘아찔한 상황’은 이 아파트만의 문제는 아니다. 오래된 다세대 생활주택과 아파트 대다수가 주차 공간 부족으로 인근 아파트 진입도로까지 불법 주차가 만연한 실정이다. 이렇다보니 ‘소방차 전용주차구역’과 주위 역시 불법 주ㆍ정차로 소방차량 통행이 원활하지 못하다. 지하 주차장이 없는 아파트는 이중주차가 일상화돼 상황이 더 심각하다.

이런 실정에도 소방차 전용주차구역 설치가 의무가 아닌 주택건설기준 권고사항인 탓에 단속 방법이 전혀 없다. 지역 소방본부에서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개별 단속·계도를 권하는 것이 전부다. 이 때문에 정부는 다음달 10일부터 아파트나 다중밀집시설 주변 등에 소방차전용주차구역 설치를 의무화했다. 이 구역에 주차해 소방차 진입에 지장을 주면 최고 백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할 방침이다.

소방 관계자는 “법령 개정이나 부족한 주차장 문제 해결 등이 돼야 하는 것도 맞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민의식 개선이다”면서 “지정된 주차구역에만 꼭 주차하고, 화재는 언제든 우리 주변에서 일어 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고 준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임소연 기자 lsy@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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