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은 ‘공평 과세와 실질 과세라는 상식의 기준점’을 제시하라

국세청은 ‘공평 과세와 실질 과세라는 상식의 기준점’을 제시하라

<박상신 소설가>
 

몇 달 전의 일이다. 평소 알고 지내던 후배 A의 체납세금 관련 딱한 처지를 알게 되었다. 며칠을 고민 끝에 수수방관만 할 수 없어 A와 동행해 관할 세무서로 향했고 면담 후 돌아오는 발걸음은 무거워질 수밖에 없었다. 상담한 국세 공무원의 전형적인 갑질과 방만한 업무태도와 맞닥뜨리면서 하루아침에 그 기관, 적폐의 묶은 때를 씻겨내기에는 시기상조란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대략, 사건의 요지는 이러했다.

5년 전, 갑자기 찾아온 병마로 인해 경제적 어려움에 살았던 A는 평소 알던 B의 달콤한 제안에 솔깃한 나머지 자신의 명의를 대여해 준 일이 있었다. 그날 이후, 명의를 빌려 간 실제 사업자 B는 A의 명의의 사업자로 유흥주점을 운영하였고 한 달 새 카드깡이란 불법행위를 통해 수천의 부당이득을 취했다고 했다. 그 사실을 듣고 난 A는, B의 달콤한 제안이 기망에 의한 거짓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고 뒤늦은 후회를 했으나, 때는 이미 늦은 상태였다. 이에 관할 세무서는 명의 대여자인 A와 실제 명의사용자인 B를 관할경찰에 고발했으며 그 고발로 인해 A와 B는 경찰조사와 재판에 회부돼 벌금형이란 유죄의 죗값을 치러야만 했다. 명의대여를 해준 A는 그 당시 B가 불법행위를 할 사실을 전혀 예상치 못했으며 단지 관할 세무서의 대면 조사와 고발로 B의 불법행위를 뒤늦게 알게 되었다고 했다.

명의대여는 어떠한 변명의 여지도 없는 잘못된 행위다. 하지만, 그 잘못된 행위로 인해 A는 법의 처벌도 달게 받았고 수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자신의 잘못된 행동을 뉘우치고 반성하는 착한 심성을 가진 사람이다.

그러던 어느 날, 국세청으로부터 한 장의 고지서를 받고 난 후, A의 삶은 꿈도, 희망도, 산산조각이 난 채 암흑의 동굴을 걷고 있었다. 그 고지서의 봉투를 뜯는 순간, 청천벽력과도 같은 수천만 원의 세금폭탄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5년 전, 명의 대여자로 법적 처벌로 다 끝난 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세금(개별소비세, 종합소득세 등)은 실제 사업자인 B에게 부과되지 않았고 자신에게 부과된 것이다.

5년 전, 명의대여로 법(여신금융업법 위반)의 처벌도 받았고 B에게 명의만 대여했을 뿐 실제 그 사건과 관련, 한 푼의 소득도 발생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관할 세무서 개인 납세과 팀장은 일반 국민의 상식과 잣대로는 도저히 납득할 수도 없는, 수준 이하의 답변을 늘어놓을 뿐이었다.

처음 찾아갔을 때 주무부서인 납세담당 직원은 ‘법원 판결문’만 제출하면 A에게 부과된 세금은 정정도 가능하며, 실질과세의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면서 취소의 뜻을 내비쳤다. 그래서 며칠 후, A는 실낱같은 희망을 찾은 듯 기뻐했으며 생업도 포기한 채 그 직원이 요구한 법원판결문을 부랴부랴 준비해 첫 대면자인 납세담당 직원과 면담을 이어나갔지만, 어쩐지 그 직원은 아무런 말도 없이 고개만 떨구고 있었다. 그리고 그와 동석한 납세과 팀장이라는 분이 ‘법원 판결문’으로는 취소하기가 부족하다는 말과 함께 ‘경찰서의 피의자 신문조서나 검찰의 신문조서’를 새롭게 요구하고 나섰다. 하는 수없이 A는 생업을 잠시 미룬 채로 경찰서와 검찰청을 오가며 그가 요구한 서류준비를 위해 분주하게 뛰어다녀야만 했다. 생업과 서류준비를 오가는 사이, 서너 달이 훌쩍 흘렀다. 그리고 관할 세무서 납세과 팀장이 요구한 서류를 보완하고 제출한 결과, 그 팀장의 최종 답변은 “본인에게 부과된 세금은 실제 사용자가 누구인지 모르니 취소해 줄 수 없다”라는 궁색한 변명과 궤변뿐이었다.

사실 A의 ‘법원 판결문’에는 명의대여자 A와 실제 사용자 B의 실명이 정확히 게재되어 있다. 그런데도 납세과 팀장의 궁색한 변명은 여신 금융업법 위반과 조세범 처벌법의 명의 대여자는 다르다는 것이다. 판사의 판결문 속 내용(명의 대여자와 명의 실사용자)도 믿지 못하는 국세 공무원, 그의 자의적인 해석과 판단을 지켜보며 어느 국민이 그 팀장의 궁색한 변명을 상식적으로 납득하겠는가!

마치 그 상황은 국민의 눈에는 옛날식 ‘갑질 문화’에 사로잡힌 국세 공무원의 전형적 횡포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 ‘납세자 보호 담당관실’에 항의도 했다. 그 역시, 민초의 어려운 처지는 그들 눈에는 들어오지 않는 게다. 그들의 눈에는 오직 낡아빠진 내부 훈령 따위가 더 소중한 잣대처럼 보였다.

이제라도 과거의 틀에서 과감하게 탈피해야만 한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의 목표인 ‘국민의 눈높이’에서 그 해답을 찾을 때이다. 일선 세무서는 우선 국민이 이해할 정도의 과감한 혁신을 필요해 보인다. 과거의 갑질 문화와 낡아빠진 법규와 제도를 혁파하고, 타성에 젖은 공무원의 인적청산과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평과세와 실질과세라는 상식의 기준점’을 제시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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