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농업 선구자 -42. 장흥 김대일씨>

42. ‘장흥 헛개 영농조합’ 김대일 대표

귀농 15년…헛개로 “농촌에 해답이 있다” 롤모델

도시에서 살다가 귀농…헛개나무 본격 재배

전국 재배면적 44% 차지…최대주산지 ‘우뚝’
 

김대일(39) 장흥 헛개 영농조합 대표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생소한 이름이던 헛개나무를 실속 있는 작물로 변모시킨 보기 드문 젊은 인재로 꼽힌다. /장흥 헛개 영농조합 제공

전남 장흥군이 ‘헛개나무’ 재배의 메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장흥의 헛개나무 재배면적은 지난해 기준 전국 재배면적의 44%(250㏊)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장흥의 헛개나무는 유기농 인증을 모두 획득했다. 유기농 헛개나무 열매는 한 해 평균 12t 가량 수확된다.

이처럼 장흥이 전국 최대 헛개나무 재배 주산지가 된 데는 김대일(39) 장흥 헛개 영농조합 대표의 노력과 열정이 큰 역할을 했다. 김 대표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생소한 이름이던 헛개나무를 실속 있는 작물로 변모시킨 보기 드문 젊은 인재로 꼽힌다.

상복도 많다. 그는 지난 2016년 ‘올해의 신(新)한국인 경영인 대상’을 수상했다. 앞서 지난 2011년에는 한국 신지식인으로 선정됐고 2012년에는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상을 받기도 했다.
 

헛개나무

■“농촌에 해답이 있다”…귀농·귀촌인 롤모델

지난 2003년 김 대표는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오래지 않아 ‘농촌에 해답이 있다’는 생각으로 귀농해 부모님과 힘을 합쳤다.

당시 도시에서의 삶을 경험한 그는 이제까지 아버지 세대들이 해오던 ‘보통 농사’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대규모의 수요 또는 필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새 농사를 개척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오랜 궁리 끝에 ‘간 해독에 교과가 좋다’는 헛개나무에 관심을 가졌다. ‘돈이 될 것 같았다’는 판단이었다.

그는 고향인 장흥군 장동면 임야에 헛개나무 7만5천그루를 심었다.

심고 나서 족히 10년은 기다려야 좋은 열매를 수확할 수 있는 헛개나무를 선택한 것은 그의 직관 또는 신념 때문이었다. 직장인들의 음주형태를 목격한 결과다. 소득과 생활수준의 향상으로 수명이 늘고 이에 따라 ‘건강’이 가장 중요한 덕목이 되어가는 세상의 변화에 대한 통찰력이었던 것이다. 부모님과 형제들의 무한 신뢰와 지원도 큰 힘이 됐다.

물론 그 전 시기에 한약재로 좋을 것이라 해 두충에 많은 투자가 몰렸다가 사업성이 떨어져 헛발질을 해야 했던 주위 선배들의 우려도 컸다. 마찬가지로 천덕꾸러기 신세가 될 것이라는 걱정이었다. 그러나 김 대표 등의 열의에 힘을 얻은 주위의 젊은 귀농인들이 합세하고, 그 가능성을 주목한 장흥군이 신활력사업의 하나로 이를 선택했다.

전통의학을 바탕으로 하는 대안의학을 새로운 깃발로 세운 장흥군의 사려 깊은 포석 등이 서로 맞아 떨어진 결과로 볼 수 있겠다.
 

김 대표의 정남진 장흥헛개 판촉활동 모습. /전남도 제공

■가공공장 유치…고용까지 늘어

그의 선전에 힘을 얻은 이웃 농가들의 활약으로 장흥군에만 250㏊ 가량의 식재 면적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장흥군은 중국의 값싼 헛개와 경쟁하면서 안정적인 소득을 확보할 수 있는 최소한의 면적인 300㏊에 금방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 대표와 뜻을 함께하는 주위의 헛개나무 재배농가들은 ‘순결한 유기농 헛개’를 무기로 든다. 수확이 줄고 농사에 일품은 더 들지만 좋은 농사를 위한 농심을 발휘하기로 한 것이다.

좋은 재료가 안정적으로 공급되는 이 지역에 좋은 가공공장이 유치됐다. 우수건강기능식품제조기준(GMP) 시설 가공업체 ㈜피엔케이(새롬)는 헛개나무 가지와 열매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헛개차, 헛개진액, 헛개환, 기능성 건강음료 등을 만드는데 일본에도 상당량을 수출한다. 서울 등 수도권의 유명 제약회사에도 끊임없이 재료를 공급한다. 일자리 창출의 효과도 상당하다.

헛개농업의 이러한 진전은 장흥군을 헛개산업지구로 만들고 있다. 장흥의 헛개산업은 농식품부의 향토산업 평가에서 2010년, 2011년 2년 연속 전국 최우수산업으로 선정됐고, 헛개와 헛개나무밭의 벌꿀을 이용한 화장품과 특화식품의 출현으로 주목받고 있다. 장흥군은 천연자원연구원과 한방산업진흥원을 설립해 헛개나무 연구·개발하는 기반을 마련하는 동시에 지역의 또 다른 명물인 편백숲과 연계한 관광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전남도도 미래 3대 소득 수종으로 헛개나무를 비록한 호두나무, 황칠나무를 선정해 이런 노력을 뒷받침한다.

김 대표는 “이런 성취는 선배 농업인들과 전남도, 장흥군 농정당국의 지도 덕분”이라며 “이제 제대로 된 일을 하기 위한 발판이 마련됐다”고 강조했다.
 

장흥 헛개 영농조합에서 판매 중인 헛개어린가지 제품.

■헛개나무 효능 과학적 입증

이런 가운데 헛개나무는 숙취를 해소하는 효능이 탁월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로부터 ‘집에서 술을 많이 빚어먹던 시절 술독에 이 나무를 빠뜨렸더니 술이 물처럼 헛것이 됐다’고 해 헛개나무로 불린다는 이야기도 있을 정도로 숙취 해소 등 간기능 개선에 효과가 있다.

또 헛개나무의 효능은 지난 2009년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과 전남대가 공동으로 진행한 임상시험에서도 확인됐다. 임상시험 결과, 간 기능 저하자군은 투여 12주후 GPT(67→47 U/L), 간 기능 손상자군에서는 γ-GTP(107→96 U/L)로 감소해 유의적인 차이를 보였다. 헛개나무의 간 기능 보호와 관련된 효능은 전통지식이나 동물실험을 통해 알려졌으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최초의 임상결과였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도 헛개나무가 간경화를 억제하고 알코올성 손상으로부터 간을 보호하는 효능이 뛰어나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헛개나무의 간 기능 회복 효과는 고의학서에도 또렷하지만 현대의 연구에서도 밝혀지고 있는 것이어서 그 수요는 계속될 전망이다.

/안세훈 기자 ash@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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