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자책골·핸드볼 앞에 멈춰 선 크로아티아의 ‘큰 꿈’

첫 등장 뒤 20년 만에 결승진출…프랑스에 잡혀 우승 꿈 좌절

‘작은 나라, 큰 꿈(MALA ZEMLJA. VELIKI SNOVI.)’

2018 러시아 월드컵 축구대회에 나선 크로아티아 선수단의 버스에 붙은 슬로건은 이번 대회 크로아티아의 상황을 그대로 대변한다.

전쟁의 상처를 안고 독립한 지 20여 년. 인구 416만 명의 소국. 독립하고서 처음 출전한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3위에 오른 이후 세 차례 본선에서 조별리그 탈락한 크로아티아는 이번 대회에서 이런 수식어가 그라운드 위에서는 통하지 않는다는 걸 증명해 보였다.

유럽 유수 리그에서 기량을 쌓아 ‘황금 세대’로 손색 없는 이들이 불꽃 같은 투혼과 단단한 애국심을 품고 보여주는 축구는 세계 팬의 지지 속에 사상 첫 결승진출까지 일궈냈다. 이번 대회에서 크로아티아는 아르헨티나, 나이지리아, 아이슬란드와 함께 C조에 편성돼 조별리그부터 쉽지 않은 도전에 직면했으나 조 1위 후보였던 아르헨티나를 3-0으로 완파하는 등 3연승을 내달리며 16강에 올랐다.

덴마크와 16강전, 러시아와 8강전에서는 연달아 승부차기 접전 끝에 승리해 ‘투혼의 팀’으로 떠올랐다. 잉글랜드와의 준결승전에선 승부차기는 없었지만, 다시 연장전이 이어져 세 경기 연속 120분을 소화하는 강행군을 이어왔다. 그 끝에 맞이한 16일(한국시간) 프랑스와의 결승전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7위와 20위의 대결이라는 점 외에 많은 것을 상징하는 경기였다.

결승전 상대인 프랑스(6천523만 명·2조 9천251억 달러)는 크로아티아(416만 명·610억 달러)보다 인구는 15배, 국내총생산(GDP)은 47배 많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강대국이다. 늘 그랬듯 크로아티아는 초반부터 부지런히 움직이며 골문을 노렸으나 전반 18분 마리오 만주키치의 자책골, 전반 38분 이반 페리시치의 핸드볼 파울에 따른 페널티킥 실점 탓에 연이어 리드를 내주며 기세가 꺾이고 말았다.

결국 전반을 1-2로 뒤진 크로아티아는 후반 들어 폴 포그바, 킬리안 음바페에게 연속 골을 허용해 패색이 짙어졌다.

후반 24분 만주키치의 발에서 행운의 만회 골이 나왔지만, 우승으로 ‘큰 꿈’을 완성하겠다는 ‘작은 나라’ 크로아티아의 도전은 끝내 이뤄지지 못했다.
 

16일 러시아월드컵 결승전서 프랑스에 패한 크로아티아 선수들이 경기 후 서로를 위로하고 있다./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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