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일보 연중기획

전남미래, 섬·바다에 달려있다

<23>강진 가우도

‘출렁다리’낙조에 ‘남도 정취’흠뻑 빠져든다

소의 멍에 닮아 붙여진 ‘섬 이름’…관광객만 연간 90만명 쇄도

2012년 출렁다리 건설 이래 서남해안 관광지 중심 역할 ‘톡톡’

영랑·다산 혼백 서려 있는 가족·연인 단위 ‘최고 힐링지’각광
 

가우도는 출렁다리가 만들어지면서 관광객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지난 한해만 90여만명의 관광객이 찾으면서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사진은 망호출렁다리 사이로 일몰 광경이 황홀하기만 하다.

강진만 한 가운데 자리잡은 가우도(駕牛島)가 전국 관광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육지를 잇는 출렁다리가 설치되기 전에는 그저 평범한 작은 섬이었다. 주민들은 강진만에서 나오는 황가오리, 바지락, 낙지, 돔과 같은 특산물을 캐면서 사는 일상 어부였다.

지난 2012년 섬에 출렁다리가 들어서면서 주민들의 생활패턴이 완전히 바뀌었다. 이때부터 늘기 시작한 관광객은 지난한해 동안 90여만명이 들이닥쳤다. 전국 으뜸 관광섬으로 거듭난 것이다. 전남도의 정책 지원도 한 몫했다. 전남도는 2015년 2월, 가우도를 ‘가고싶은 섬’으로 지정했다. 가우도의 천지개벽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어느덧 가우도는 서남해안 관광 중심지로 급부상했다.

가우도만이 갖는 지정학적 요소도 이를 거들었다. 인근에는 고려청자박물관과 한국민화뮤지엄, 청자판매장이 10분 거리에 있다. 이 곳에서 30여분 정도 승용차로 달리면 미항 마량항에 도달한다. 완도 금일도로 향하는 길목이다. 마량서 금일도와 연륙이 됐다. 장보고대교 개통으로 금일, 신지를 거쳐 완도읍까지 논스톱 일주가 가능해졌다.

반대편으로 눈을 돌리면 해남 땅끝마을로 가는 요충지다. 가는 길목에는 대흥사, 미황사 등 유명 사찰도 사정권에 들어온다. 남도여행의 중심지가 된 이유다.

▶가우도 유래

가우도(駕牛島)는 강진만이 흐르는 8개 섬 가운데 유일한 유인도다. 강진읍 보은산이 소(牛)의 머리에 해당되고, 섬의 생김새가 소의 멍에(駕)에 해당 된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하늘에서 내려다 보면 섬 전체가 거북이를 닮았다. 가우 마을이 자리 잡은 터가 거북이 머리 형상이라고 한다.
 

거북이 모형을 그대로 닮은 가우도 안내판.

1789년까지는 대구면에 속하다 뒤에 보암면(현재 도암면)에 편입됐으며 1914년 행정개편 당시 도암면에 속해 오늘날에 이르렀다. 600여년 전에 고씨(高氏)들이 20여가구가 자리를 텄으나 현재는 경주김씨가 가장 많이 살고 있다. 14가구, 32명이 집단촌락 형태로 명맥을 잇고 있다.

마을 뒷산 동쪽 중간지점에는 후박나무 군락지가 있다. 적어도 50~70년생된 200여그루가 있는데, 마을의 안녕과 풍어를 기원했던 서낭당 터가 있다. 정월 대보름에는 제사를 지냈으나 6·25이후 중단됐다. 산 정상 북쪽 8부 능선에는 평평한 터가 동서로 약 200여m가량 펼쳐다. 말달리기를 했던 놀이터다. 강두재 문화관광해설사는 인근 마량항에서 제주도로 말이 오갔는데,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일몰 광경도 놓칠 수 없다. 석양이면 학(鶴)이 모여들어 해, 산, 구름, 소나무와 함께 거북과 학이 함께 어우러진 십장생(十長生) 마을로 주민들은 장수했다고 알려졌다. 이처럼 섬 하나를 두고 갖가지 많은 스토리텔링이 존재한다. 좋은 관광자원이 갖는 매력 요소다.

▶‘출렁이지 않는’출렁다리

가우도 명물인 전혀 출렁이지 않는 ‘출렁다리’2개가 육지와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 지난 2012년 만들어진 출렁다리는 대구면을 잇는 저두 출렁다리(438m)와 도암면을 잇는 망호 출렁다리(716m)다.

하늘에 떠 있는 뭉게구름을 베개 삼아, 다리 아래 흐르는 강진만 조수를 벗삼아 걷는 출렁다리는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연일 35도를 웃도는 폭염이 맹위를 떨치고 있는 지난 19일 오전, 취재진이 찾은 출렁다리는 강진만 갯내음과 함께 아름다운 미풍이 살갗을 에워싼다.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축복 그 자체다.
 

저두 출렁다리에서 망호 출렁다리로 가는 데크로 조성된 해안도로는 환경친화형이어서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없이 걸을 수 있다.

저두 마을에 도착한 취재진은 저두 출렁다리로 섬 기행에 돌입했다. 물고기 조형물을 지나 중간쯤에 이르니 땡볕에도 바람만은 상큼하다. 잠시 쉬어가는 코스다. 강진만을 끼고 오른쪽으로 눈을 돌리니 여의주 형상의 섬 뒤로 강진읍이 선명하게 들어온다. 더 멀리로는 우두봉이 자태를 드러낸다. 깃대봉과 식름봉도 반긴다. 만덕산 봉우리가 마치 누운 코끼리를 연상케 한다. 다산 정약용이 10년간 기거했다는 백련사도 아련히 보인다. 만덕산 뒤로는 월출산이 위치하고 있다. 주로 가을철, 하늘이 선명할 때 제 모습을 드러낸다.

어느 새 출렁다리를 건넜다. 입구에 ‘향기나는 섬’이라는 문구가 선명하다. 이유를 물었다. 오른쪽 청자타워로 가는 강진만이 한꺼번에 드러난 생태탐방로로 각광을 받고 있는 ‘함께해(海)길’이 산수국 등 야생화 군락지로 가꿔졌다. 길 자체도 흙길로 조성돼 호평이 쏟아진다.

가우도 입구 왼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망호 출렁다리까지는 1㎞도 채 안된 800여m 거리다. 잘 다듬어진 데크 해안도로를 따라 걸으니 해상복합낚시공원이 나온다. 옛부터 여기서는 돔과 황가오리 등이 많이 나온 곳이다. 관광객들을 위해 마련됐다. 낚시터 바로 옆에는 망호출렁다리가 놓여있다. 출렁다리 중간에는 강진만을 내려다 보일수 있도록 투명하다.
 

가우마을 풍경이 한가롭고 정겹기만 하다.

만호항까지 출렁다리를 이용해 오갔다. 광활한 강진만이 시원하게 한 눈에 펼쳐졌다. 주작산과 만덕산, 멀리 완도 고금도까지 보인다. 옛부터 만호항에서는 군산과 장항으로 철을 실어날랐다고 한다. 인근 도암 용해정에서 철이 생산됐기 때문이다.

▶영랑과 다산 혼백‘오롯이’

가우도 입구에서 왼쪽 해안도로를 걷다보면, 망호 출렁다리 중간쯤에 영랑나루 쉼터가 반긴다. 영랑선생이 사색하는 형상이다. 강진읍에서 태어나 독립운동으로 옥고까지 치르면서도 87편의 주옥같은 시를 남겼다. 영랑 선생의 싯구가 가슴 한 켠에 아련하게 파고든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즉 나의 봄을 기들니고 잇슬테요. 모란이 뚝뚝 떠러져 버린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흰 서름에 잠길테요. 이하 중략.” 영랑 선생이 직접 쓰셨던 맞춤법 그대로다. 훨씬 정감이 간다.

선생과 사진 한 컷하고 0.4㎞걸으니 가우 마을 표지석이 있다. 마을 특산품 저온창고를 개장한 마을식당을 지나니 나무 숲에 가려진 분교 터가 아직도 남아있다. 지난 1995년 폐교된 이래 개인이 공매 받아 사유지로 남아있다. 아직도 학교 정문과 울타리가 학교 터임을 보여준다.
 

가우도 폐교 앞에는 다산 선생의 쉼터가 마련돼 있다. 다산 선생이 강진 유배때 자주 찾았다는 이 곳에서 장남 학연이와 만나 부자지간의 애뜻한 정을 나눴다.

폐교 바로 앞 바닷가에는 다산 선생의 쉼터가 관광객들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강진 유배시절, 학자 이전에 지아비이며 아버지였던 이유로 두고 온 가족에 대한 그리움 또한 컷을 것이다. 유배지 생활 5년이던 1805년 겨울, 다산은 장남 학연을 이 곳에서 만난다. 다산은 이 곳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과연 다산은 아들에게 어떤 얘기를 들려줬을까. 곰곰히 생각해 본다.
 

가우도의 명물인 청자타워와 짚트랙. 폭염에도 하강하는 모습만 봐도 흥이 절로난다. 주말이면 하루 500여명이 이용하고 있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청자타워와 짚트랙

가우도의 핫 플레이스다. 세계 최대 규모의 청자타워와 해상 공중하강체험시설인 ‘짚트랙’이 눈길을 끈다. 가우도 정상에 25m 높이로 조성된 청자타워는 꿈과 소망이 담긴 청자타일 2만3천여장을 한장한장 붙여 완성됐다.

‘하늘길’이라 불리는 짚트랙은 서로 다른 높이로 설치된 고정형 구조물에 와이어 로프를 설치해 형성된 경사면에 트롤리를 이용, 별도의 전기적 장치없이 무동력으로 하늘을 나르듯 활강하는 친환경 레저시설이다.

길이는 정확히 973m로 1㎞가량이다. 청자타워에서 출발해 대구면 저두 해안까지 1분 가량 날아간다. 라인은 4개로 네명이 동시에 이용 가능해 가족과 친구, 연인끼리 공중에서 서로 마주보며 내려올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주말이면 500여명이 줄을 서서 이용할 정도로 인기를 더해가고 있다.

▶취재 후기

가우도는 사계절 어느때나 방문해도 좋지만 특히 가을에 가장 좋다. 강진만을 끼고 병풍처럼 펼쳐진 경관이 가장 선명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강진만 한 가운데 있는 섬이라는 특성상 바람이 강하게 분다. 짚트랙이 멈춰설 정도다. 하지만 그래도 확트인 강진만과 갯벌 내음은 방문객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방향제 역할을 한다. 가우도 인근 어디를 가도 남도정취를 느낄수 있어 더욱 좋다.

글·중서부권취재본부/김우관 기자 kwg@namdonews.com 사진·/위직량 기자 jrwie@hanmail.net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