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보다 효가 먼저? - 최부(2)

<김세곤 호남역사연구원장>

1493년 4월에 성종은 최부를 홍문관 교리(정5품)로 임명했다. 성종이 최부의 사헌부 지평 임명을 취소한지 1년3개월만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사간원이 아닌 사헌부가 이의를 제기했다.

4월11일에 사헌부 지평 이종준은 최부가 경연관(經筵官)으로 합당하지 못하다고 아뢰었다. 성종은 “최부는 홍문관에 합당하니, 다시 말하지 말라” 하였다.

그러면서 4월12일에 승정원에 “최부의 일을 이조와 병조에 의논하라”고 전교했다. 이에 이조판서 홍귀달은 “최부는 어명을 받들어 일기를 찬술하고 있었으므로 갑자기 돌아갈 수가 없었던 것이고 일부러 머문 것이 아니라”고 아뢰었고, 병조판서 한치형도 “그 정상(情狀)은 용서할 만하다”고 하였다.

4월13일에 경연을 마치자, 지평 윤장이 “최부가 비록 어명을 받았어도 곧바로 분상(奔喪)하지 않았으니 이미 대절(大節)을 잃었다”고 아뢰었다. 성종이 좌우(左右)에 물으니, 윤필상이 어명으로 오래 머물게 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윤장이 다시 말하기를 “일기를 수찬하는 것은 단지 하루 이틀의 일인데, 8일이나 머물면서 분상하지 아니하고, 친구들과 태연자약하게 대화했습니다. 충신은 효자의 가문에서 구한다 하였으니, 최부는 어버이에게 효도를 다하지 못하였는데 어떻게 임금에게 충성을 다할 수 있겠습니까?”하니, 성종은 “만약 친구를 접대했다면 이는 잘못이다. 본직(本職)을 갈게 하는 것이 옳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4월17일에 홍문관 직제학 송질이 최부의 일을 아뢰었다

“최부가 머문 것은 어명을 중(重)하게 여긴 것입니다. 만약 친구를 접대한 것이 잘못이라고 한다면, 이는 최부가 요청한 것이 아니고 벗들이 스스로 조문한 것이므로 최부가 거절하지 못한 것일 뿐입니다. 인물을 진퇴 시키는 것은 가볍지 않으니, 청컨대 널리 중론(衆論)을 채택하소서”하였다. 이에 성종은 “그대들의 말이 옳다. 내가 장차 의논할 것이다”하였다.

홍문관이 최부를 옹호하자 사헌부는 자기들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했다.

4월18일에 대사헌 이세좌가 차자(箚子)를 올리기를 “지금 들으니, 최부의 동료들이 최부의 억울함을 전하께 호소했다고 합니다. 신 등이 생각하건대, 친상은 진실로 정성을 다해야 하므로 ‘예기(禮記)’에 상(喪)을 들으면 백리라도 달려간다는 글이 있습니다. 그런데 최부는 상(喪)을 들은 후 표류하다가 북경을 거쳐 귀국했으면 즉시 분상했어야 했습니다. 비록 기행 글을 쓰라는 어명이 있었다 하더라도 장례를 마친 후에 일기를 찬술하여 상달(上達)했어도 늦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즐거운 마음으로 붓을 놀려 말을 지어서 그 재주를 파는 것으로써 벗을 접대하고 태연하게 담화하였으므로, 대절(大節)이 이미 훼손되었습니다. 그 나머지는 볼 것도 없습니다. 그 동료들이 구원하는 바가 신 등이 논박(論駁)하는 것과 시비(是非)가 있으니, 가려서 재결(裁決)하소서”하였다.

이어서 아뢰기를 “인물의 진퇴는 큰일입니다. 홍문관은 논사(論思)하는 지위에 있으므로, 다만 인군(人君)의 과실을 논하는 것은 마땅하겠지만, 지금 동료의 일을 계청(啓請)하는 것은 안 되는 일입니다. 홍문관 안에서 먼저 주창(主唱)한 자가 있을 것이니, 청컨대 추문(推問)하소서”하였다. 최부의 일이 홍문관으로 번진 것이다.

이러자 성종은 “최부는 내가 어명을 내렸으니 일기를 바치지 않을 수 없었다. 다만 손님을 접견한 것은 옳지 못한 것 같아 관직을 바꾸어 임명하도록 하였는데, 홍문관에서 용서할 만하다기에 널리 중론(衆論)을 채택하도록 명하였을 뿐이다”라고 전교했다.

이세좌는 “근래에 선비들이 교결(交結)하여 서로 구원하니, 그 폐단이 적지 아니합니다. 홍문관에서는 최부가 지조를 지켰다고 하지만, 대절(大節)이 이와 같다면 어찌 옳다 하겠습니까?”라고 다시 아뢰었다.

이에 성종은 “모든 일은 마땅히 정리(情理)를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지금 경(卿)들과 홍문관에서 말한 바가 같지 아니하니, 마땅히 여러 사람의 의논을 살펴서 처리할 것이다”라고 전교하였다.

이렇게 최부 사건은 점입가경, 확산 일로였다.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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