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시론 - 이상기후와 녹색산업

김성진(호남대학교 초빙교수)

김성진 호남대 교수
지구촌이 기록적인 폭염과 폭우에 신음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11일 예년보다 2주정도 일찍 폭염이 시작되어 전력사용량 여름철 최고기록을 연일 갈아치우고 있다. 일각에서는 역대 최고 폭염인 지난 1994년 못지않은 폭염이 올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상기후는 우리나라뿐 만이 아니다. 일본은 6월말부터 7월초까지 이어진 폭우로 현재 사망자가 216명을 넘어섰고, 설상가상으로 폭염으로 인해 일본열도 전체가 아수라장이 되고 있다. 미국도 폭염에 토네이도까지 겹쳐 큰 피해가 발생하고 있고, 캐나다에서는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으며, 북유럽에서는 연일 이어지는 무더위 속에 곳곳에 산불도 발생했다. 가까운 이웃인 중국 전역에서는 연일 폭우가 이어져 수도 베이징이 물에 잠기고 2만 명이 넘는 이재민이 발생했다.

올여름 지구촌 곳곳에 나타나고 있는 폭염과 폭우 등의 기상이변은 온실가스 증가로 인한 기온상승과 기후변화로 인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학계는 보고 있다. 각국의 기상학자, 해양학자, 빙하 전문가, 경제학자 등 3천여 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는 제5차 평가 종합보고서(2014)를 통해 21세기 기후변화의 가속화 전망을 제시하고 있다. 현재와 같이 지구의 평균 기온상승률이 유지된다면 21세기 말 지구 평균기온은 3.7℃, 그리고 한반도의 평균기온은 최대 6℃까지 상승하게 된다.

IPCC는 지구평균기온이 2℃ 상승할 경우 △10억~20억명 물 부족 △생물종 중 20~30% 멸종 △1000~3000만 명 기근 위협 △3000여 만 명의 홍수 위험 노출 △여름철 폭염으로 인한 수십만 명의 심장마비 사망 △그린란드 빙하, 안데스 산맥 만년설 소멸 등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다. IPCC의 예측대로 금세기 말까지 기온이 3.7℃ 상승하게 되면 인류에게는 재앙이 닥치게 될 것이다. 지금은 기상이변이 그야말로 가끔 발생하는 이변이지만 기후변화가 가속화되면 이변이 상시화되어 인류의 삶은 극한 도전을 받게 될 것이다. 일년의 절반이상을 열대야 속에서 산다고 생각하면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의 지도자들은 인류의 미래생존을 위해 2015년 12월12일 파리에 모여 새로운 기후변화협약체제를 발족시켰다. 파리협정은 국제사회 공동의 장기 목표로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기온의 상승폭(2100년 기준)을 섭씨 2도보다 훨씬 낮게(well below 2℃) 유지하고, 더 나아가 온도 상승을 1.5℃ 이하로 제한하기 위한 노력(strive)을 추구한다”고 합의했다. 이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온실가스를 줄이는 것은 좋은 환경에서 살기위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전 인류의 생존을 위한 필수조건이 되는 것이다.

산업계도 온실가스를 줄이는 방향으로 바뀌지 않으면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 우선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발전부문에서는 화석연료의 사용을 줄여야 한다. 석탄과 석유, 그리고 가스발전의 비중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을 늘리는 방향으로 에너지시장이 큰 변화를 겪게 될 것이다. 스마트그리드 등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시장수요 변화로 인해 세계 신재생에너지 시장은 생각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다음으로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부분은 수송분야인데, 향후 10년 이내에 가장 큰 변화를 겪게 될 분야로 예측되고 있다. 이미 자동차시장은 전기차와 수소차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아직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해 기술력과 시장성에서 1년 이상 뒤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지만 성장잠재력이 가장 큰 분야중 하나이다. 건물분야도 화석에너지의 사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부문이다. 에너지제로 빌딩과 패시브하우스 등과 같은 분야는 에너지와 건축, 디지털가전의 융복합 기술에 의해 스마트에너지시티로 급속한 성장이 기대된다.

다행히 에너지신산업과 친환경미래차, 그리고 스마트에너지시티는 광주시가 미래 전략산업으로 선정하여 산업생태계 조성에 힘을 쏟고 있는 분야이다. 다른 지역과 차별화된 전략을 수립하여 발전시켜 나간다면 침체에 빠진 지역경제뿐 만 아니라 우리나라 경제에도 활력을 불어 넣을 수 있을 것이다. 세계경제포럼(WEF) 클라우스 슈밥 회장은 ‘큰 물고기가 작은 물고기를 잡아먹는 시대에서 빠른 물고기가 느린 물고기를 잡아먹는 시대로 바뀌고 있다’고 했다. 빠르다는 것은 하고 있는 일의 속도가 아니라 방향을 바꾸는 속도를 의미한다. 광주의 지역경제 생태계를 녹색산업으로 신속하게 전환하여 위기를 기회로 활용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녹색산업 육성으로 광주 르네상스 시대를 앞당기는 한편 폭염으로 인한 고통에서도 벗어날 수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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