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만에서

민선 7기 지방자치단체장들의 한 달 행보

윤종채(남도일보 동부취재본부 취재국장)

지방이 어렵다고들 한다. 하지만 광주·전남만 할까. 광주가 5대 도시의 명성을 떨쳤던 때는 아득해 보인다. 전남을 이끌고 있는 동부권의 여수·순천·광양, 중·서부권의 목포·나주 등도 예전 같지 않다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아니, 고사 직전이라고들 한다.

이 때문에 민선 7기 광주시장과 전남도지사를 비롯해 27개 시·군·구 지방자치단체장들에 대한 바람과 기대는 그 어느 때보다 크고 높다. ‘지금 이대로는 안 된다’는 지역민들의 절박함에 각 단체장의 초기 행보도 현재까지는 잘 부응하고 있는 것 같다. 취임 한 달을 맞은 시점에 단체장들은 이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결심하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

단체장들은 무엇보다도 목민관으로서의 도덕성을 잃지 말아야 한다.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은 적게는 수백억 원에서 많게는 십수조 원에 이른다. 단체장과 의회의 결정에 따라 주민의 혈세가 낭비되기도 하고 유용하게 쓰이기도 한다. 쓰지 않아도 되는 곳에는 푼돈이라도 아껴야 하고, 반드시 써야 할 곳에는 천금이라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의사결정의 기준은 항상 지역주민과 지역 발전, 나아가서 국가이어야 한다. 지역의 이해에 집착해 국익을 무시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개인이나 소속 정당의 입장에서 결정하거나 전시성 행정을 한다면 다음 선거에서 주민들의 냉정한 판단이 기다릴 뿐이다.

도덕성과 관련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인사 문제다. 단체장의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다 해도 지자체의 모든 일을 직접 나서서 결정할 수는 없다. 좋은 인재를 가려 써야만 믿고 맡길 수 있는 것이다. 단체장이 되면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자신을 써 달라는 사람들이 많이 나타난다. 주위 사람들이 이 사람, 저 사람을 추천하기도 한다. 자기 PR의 시대이니 이를 나무랄 수는 없다. 하지만 훌륭한 인재는 대개 흙속에 묻혀 있는 진주처럼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 그렇기에 개인의 친소 관계나 정파를 초월해 좋은 인재를 발굴하려는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 민선 7기 광주·전남 지자체의 첫 인사를 놓고 곳곳에서 뒷말이 무성하다. 특히 단체장이 바뀐 몇몇 지자체에서는 인적 쇄신을 명분으로 대대적인 물갈이가 진행돼 갈등이 표출되고 있다.

선거를 통해 단체장이 바뀐 지자체에서 물갈이와 보은인사가 되풀이되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신임 단체장이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며 새로운 정책과 비전에 맞는 인물을 요직에 활용해 분위기를 쇄신하겠다는 의지로 대대적인 인사를 단행하는 것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보은인사가 업무 추진 능력과 전문성에 대한 고려보다는 선거 과정에서 기여한 측근을 챙기는 도구로 전락해 단체장에 대한 충성도에 따라 임명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그동안 많은 단체장들은 선거 과정에서 자신의 반대자에게는 관용이나 화합보다는 끝까지 처절하게 무시하는 시정아치나 다름없었다. 전임 단체장과 가깝거나 자신에게 줄을 서지 않은 간부에게는 보복성 좌천 인사를 하고, 상대 후보 편을 들었다고 의심되는 직원에게는 승진에서 아예 배제시키고 말단 한직의 보직을 줘 스스로 물러가게 하는 유치한 방법을 동원하기도 했다. 또 승진 후보자 명부 순위를 무시하고, 측근이나 친인척 되는 직원을 중용함으로써 행정 불신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이 직원을 중심으로 사조직이 결성돼 인사에 까지 관여할 정도로 전횡을 휘둘렀다. 직원들은 자연히 그들의 눈치를 보게 되고, 지역 민심을 이반하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이처럼 조직의 화합을 깨고 또 다른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는 정실 인사는 단체장이 파멸로 가는 길이다.

‘철밥통’에 안주하는 공무원들을 각성시키는 발탁 인사는 능력이 검증되고 성과가 있는 등 여러 가지 요건을 갖춘 적임자여야 한다. 인사가 만사라고 사람을 적재적소에 잘 기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회를 못 잡은 직원들 마음의 상처도 없어야 하고, 묵묵히 일해 온 공무원의 사기가 떨어져서도 안 된다.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에게 돌아오기 때문이다. 그런점에서 이를 막기 위한 제도적 창치는 물론 시민사회단체와 지방의회 등의 충실한 감시기능이 필요하다.

쥐꼬리만 한 권력과 배경을 가졌다고 천년만년 영원히 지위를 유지할 것처럼 으시대는 권력자를 보면 한심한 생각이 든다. 감투 자랑, 돈 자랑, 학벌 자랑, 재주 자랑하는 사람을 보면 가관이다. 이 세상에 영원한 권력, 영원한 부자는 없다. 그래서 권력무상, 재력무상인 것이다. 지방선거 과정에서 민초를 위해 봉사하겠다고 약속해 놓고 당선된 뒤에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 초심을 버린 두 얼굴의 단체장들을 그동안 너무 많이 봐 왔다. 민선 7기 단체장들은 권불십년의 엄중함을 표상으로 삼아 임기 말까지 초심을 잃지 않기를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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