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비엔날레 ‘5·18정신’으로 정체성 확보

올해 행사‘광주 역사와 정신’ 강조 GB커미션 진행

민주화운동 상흔 간직한 전일빌딩도 주요 작품 무대

2018광주비엔날레 ‘상상된 경계들(Imagined Borders)’ 개막이 3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총 43개국 165작가가 참여하는 2018광주비엔날레는 9월 7일부터 11월 11일까지 66일 간 광주비엔날레 전시관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등지에서 열린다.

올해 12회째인 광주비엔날레는 11명 큐레이터의 7개 전시인 주제전과 광주의 역사성을 반영한 장소·특정적 신작 프로젝트 ‘GB커미션’, 해외 유수 미술기관 참여의 위성프로젝트인 ‘파빌리온 프로젝트’로 구성됐다. 특히 어느때보다 ‘광주’를 강조하며 광주 역사와 정신을 표출하는 전시, 품, 프로그램등이 준비되고 있다.

◇광주정신의 승화 GB커미션=GB커미션은 광주비엔날레가 야심차게 준비한 프로그램이다. 광주의 역사성과 정신을 비엔날레에 담아 세계에 확산시키려는 시도로 계획단계부터 관심을 모았다. GB커미션에는 아드리안 비샤르 로하스(Adrian Villar Rojas), 마이크 넬슨(Mike Nelson), 카데르 아티아(Kader Attia), 아피찻퐁 위라세타쿤(Apichatpong Weerasethakul)등의 작가 참여해 광주비엔날레 전시관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구 국군광주병원에 장소특정적 신작을 선보일 예정이다. 광주비엔날레 GB커미션을 통해 새롭게 전시공간을 조망 받고 있는 구 국군광주병원은 9월 7일부터 11월 11일까지 오후 3시부터 6시까지 전시 관람을 위해 30분 간격으로 투어가 진행된다.

프랑스에서 태어난 알제리인 부모를 둔 카데르 아티아는 지난달 23일부터 1주일간 한국에 머무르며 영상 촬영을 진행했다. 카데르 아티아는 개인적 삶의 터전인 프랑스와 이민자 2세로서 이질적인 문화 영역에 기반한 작품을 주로 선보이는 작가다. 이민자와 혼합문화, 개개인과 집단의 정체성 등이 그의 주요 소재이다. 광주비엔날레에서는 인권과 치유에 초점을 둔 작품을 선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카데르 아티아는 허물어진 오래된 집에서 나온 25여 개 고목재 기둥으로 제작한 조각물과 영상을 중심으로 한 설치작업을 선보인다. 광주민주화운동 생존자를 만나 상처로 1980년에 머무른 광주 사람과 현대 세계 사람과의 연결을 시도하면서 현대적인 심리학과 전통적인 민속학 등 다학제적인 접근으로 트라우마에 대응하는 방식에 대해 고찰한다. 영상 시리즈에는 광주트라우마센터 상담자 등 트라우마를 겪었던 사람들을 인터뷰한 작업을 담는다. 현지 리서치 과정을 거쳐 제작된 영상 및 조각을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2전시실에 설치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마이크 넬슨은 6월 26일부터 7월 15일까지 광주에 머무르며 구 국군광주병원의 건축물을 다른 관점에서 재해석하는 시간과 역사에 대한 작품을 제작했다. 태국 현대미술가이자 실험영화 감독인 아피찻퐁 위라세타쿤은 지난 5월과 7월 두차례 광주를 방문하면서 작품을 구체화시켰다. 아르헨티나 출신 아드리안 비샤르 로하스는 일본 점령기에 지어진 광주 최초의 영화관인 광주극장에서 신작 영화 ‘War of the Stars’를 7월 2일부터 7월 7일까지 영화 촬영을 진행했다. 8월 말 광주를 방문해 설치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금남로 전일빌딩도 작품 무대=광주 동구 금남로 전일빌딩은 시각문화 작품 현장으로 탈바꿈한다. 전일빌딩은 5·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과 시위대 사이에 충돌이 있었던 건물이다. 5·18당시 계엄군 헬기에서 진행된 기총소사의 탄흔 흔적들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518 상흔을 고스란히 간직한 이곳에 정연심&이완 쿤 큐레이터의 ‘단층선: 충돌하는 경계들’ 섹션에 참여하는 니나 샤넬 애브니(Nina Chanel Abney)가 건물 전면에 대형 작품을 설치한다. 큰 규모의 회화 작품을 주로 제작하면서 사회·정치적 문제들을 탐구해 온 그는 광주비엔날레에서 미국 작가로서의 정체성과 경험을 바탕으로 정치적 폭력과 합리화를 5·18광주민주화운동과 연관 지어 선보인다.

김만석&김성우&백종옥 큐레이터의 ‘생존의 기술: 집결하기, 지속하기, 변화하기’에 참여하는 옥인 콜렉티브도 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된 슬로건 등 당시 기록물을 재해석한 현수막의 텍스트 작품을 전일빌딩 전면에 설치할 예정이다.

이처럼 2018광주비엔날레에서 5·18을 중심으로 한 광주의 역사와 정신에 초점을 맞춘 건 광주비엔날레의 정체성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1995년 광주비엔날레 태동 당시 국내는 물론 아시아에서도 비엔날레를 개최한 곳이 없었다. 하지만 광주비엔날레 이후 서울, 부산, 전남 등에서 비엔날레를 붙인 전시가 우후죽순 생겨난 데가 방콕, 싱가폴, 상하이 등 아시아권 주요 국가에서도 비엔날레를 개최해 광주비엔날레의 정체성 확립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와관련 김선정 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2018광주비엔날레가 5·18광주민주화운동 정신을 구현하고 브랜드화 할 수 있도록 구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1995년 광주비엔날레가 처음 생길 때만 해도 비슷한 형식의 대규모 미술 행사는 많지 않았는데 지금은 엄청 많은 비엔날레가 생기고 있다”며 “광주비엔날레가 정체성을 가질려면 5·18 광주정신 구현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앞으로를 위해서 1995년 출범한 광주비엔날레의 역사를 되짚어 볼 예정이다”며 “광주비엔날레가 5·18 정신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잊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명식 기자 msk@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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