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화폐, 지역경제활성화의 대안

신현구(광주경제고용진흥원 원장)

얼마 전 광주시내 제조업체들에게 윤활유를 공급하는 사업자를 만났는데 윤활유 납품 실적이 작년의 60%도 안된다고 한숨을 쉰다. 그만큼 공장의 가동률이 감소했다는 것이다. 또한 국세청 국세통계에 의하면 작년 한해동안 광주 시내에서 개인사업체가 29,064개 신규 창업되었고 24,181개가 폐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쪽에서 10개가 신규 창업하지만 다른 쪽에서는 8개 이상이 폐업한다는 것이다.

지역에서 만나는 중소상공인들마다 IMF 때보다 더 어렵다고 하소연이다. 이렇듯 지역경제가 좋지 않은 것은 소비감소와 저성장기조의 구조적인 경기불황에다가 작금의 최저임금 인상 등이 큰 요인이지만 수도권의 확대와 교통·통신의 발달로 인한 부와 자원의 유출도 무시 못할 요인이다. 광주·전남지역의 지역내총생산과 지역내총소득 통계를 보면 2015년에는 지역내총생산은 98조원, 지역내총소득은 91조7천억원이었고 2016년에는 지역내총생산이 102조원, 지역내총생산은 94조원이었다.

지역내총생산과 지역내총소득의 차이만큼 지역의 부와 자원이 외부로 유출된다고 보는데 2015년에는 6조3천억원, 2016년에는 8조원정도가 유출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KTX와 SRT의 개통으로 그 속도와 양이 증가하고 있고 그 중 대부분이 수도권으로 유출되고 있다고 본다.

흔히 지역경제 구조를 ‘구멍 난 항아리’에 많이 비유한다. 여기저기 구멍이 뚫린 항아리에 물을 채울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계속해서 물을 부어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구멍을 메워버리는 것이다. 전자의 대표적인 방법이 모자라는 자금을 해소하기 위해 계속해서 신용(빚)을 늘려가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매우 비생산적인 접근방법일 뿐만 아니라 지속가능하지도 않다. 결국 물이 새나가지 않도록 효과적으로 구멍을 메우는 방법, 즉 지역 외부로 자원이 유출되지 않고 지역 안에서 순환되도록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며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지역화폐다.

지역화폐는 지역 내 자원들의 상호교환을 촉진함으로써 지역이 생산한 부가가치가 지역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일종의 자물쇠 역할을 하며 이를 통해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하고 있는데 가장 일반적인 형태가 ‘고향사랑 상품권’이다. 금년 1월에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고향사랑 상품권’의 경제적 효과분석 결과를 보면, 부가가치에 있어서는 주로 지역주민의 타 지역 구매 대체효과, 관광객의 지역 내 구매효과, 내부 순환에 따른 승수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상품권 유통규모에 비해 지역 소상공인에 대한 소득증대효과가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서 문재인정부의 지방자치단체 지역화폐 발행 지원정책에 힘입어 최근 상품권을 발행하는 지방자치단체의 수나 발행량이 급증하고 있다. 작년 말 기준으로 전국의 60여개 지방자치단체에서 상품권을 발행 중이며, 조폐공사를 통해서 발행된 지역화폐 규모는 작년 한해에만 3,100억원으로 집계되고 있다.

강원도는 광역자치단체 중에서는 가장 먼저 지역화폐인 ‘강원 상품권’을 2017년 1월부터 발행하여, 연간 4조원 규모의 지역자금 외부유출 방지 및 지역경제활성화에 기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남지역에서도 여수시를 시작으로 22개 시·군 중 11개지역에서 2017년 한해에 120억원, 누적액으로는 1,644억원 규모의 지역화폐를 발행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최근 광주광역시가 지역화폐 도입을 공식화하고 실행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수년 전부터 지역화폐 도입을 주장하던 필자로서는 대단히 환영할 일이다. 지역화폐의 성공을 위해서는 우선 민간 가맹점을 많이 확보해야 하고 지역화폐의 신뢰성 확보를 위한 유통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그리고 출산장려금 등 각종 복지수당, 지자체·공공기관과 기업 등 각 기관 단체의 인센티브나 포상금을 상품권으로 지급하고, 유상구매 시 할증 혜택 및 포인트 적립 등 다양한 구매자 인센티브 제공을 통해 판매를 촉진하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시민들의 지역화폐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다.

광주정신은 공동체 정신이다. 그런데 요즘 우리 지역경제를 보면 ‘남의 떡이 크게 보인다’라든지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이 왜 그리 와닿는지 모르겠다. 외국이나 수도권의 제품과 서비스에 대해서는 높은 평가를 하면서 지역의 것에 대해서는 관심도 부족하고 평가절하를 하는 경우가 많다. 솔직히 우리 지역기업들의 상품이 디자인과 포장, 인지도 등에서 다소 부족하긴 하지만 상품의 질에 있어서는 부족한 점이 별로 없다.

우리가 살고 있고 우리 후손들이 살 이 지역에서 뿌리를 내리고 있는 기업과 상품에 대해 우리가 먼저 사랑해주지 않는다면 누가 제대로 평가해줄 것이며, 과연 이 지역의 미래가 있을 것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다시 한번 광주정신이 발현되어 조만간 광주광역시가 발행하게 될 지역화폐가 시민들에게 사랑받음으로써 소상공인을 비롯한 지역기업이 살고 지역경제가 활성화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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