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맥을 넘어 온 마른 열풍

<김재영 광주지방기상청 기후서비스과장>

전국이 온통 ‘○프리카’가 됐다. 지난 1일 서울 낮 최고기온이 39.6℃로 기상관측 이래 가장 높은 기온을 기록했다. 강원도 홍천은 무려 41℃까지 치솟았다. 여름 더위가 자기 고장의 특산품이라고 자랑(?)했던 대구시민들은 홍천에 최고기온 1위 자리를 내어 준 것에 시원섭섭해 할 수도 있겠다. 광주도 지난달 27일 1994년에 기록된 역대 최고기온 38.5℃까지 올라갔다. 지난 7월까지는 올해 더위가 1994년 폭염 이래 2번째로 더운 것으로 기온의 숫자들은 보여 주고 있다.

하지만 이번 더위는 최근의 여름 더위와는 무엇인가 조금 차이가 있다. 올해는 기온에 비례할 만큼 숨이 막힐 정도로 땀이 줄줄 흐르는 푹푹 찌는 더위가 아님이 느껴진다. 낮 동안에는 뜨겁지만 새벽녘에 들어오는 공기에는 간간이 시원함도 묻어 있는 듯하다. 그 이유는 공기 속에 들어 있는 습기의 정도를 나타내는 습도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금년도 광주지역 7월의 평균습도는 79%로 작년에 비해 무려 10%가 낮았을 뿐 아니라 2016년에 비해서도 5% 낮다. 최고로 더웠다는 1994년 7월의 습도는 72%로 상당히 낮았다. 이쯤 되면 습도가 낮을수록 더 더운가 하는 생각이 들 법 하다. 기온이 높다는 것과 덥다는 것은 엄밀하게 말하면 동일어가 아니다. 습기가 우리의 더위 느낌을 다르게 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장마가 끝난 이후에는 우리나라는 북태평양에서 올라오는 ‘덥고 습한’ 남풍의 영향을 받아 푹푹 찌는 무더위를 겪게 된다. 하지만 올해는 티벳 고기압의 영향으로 북동풍의 바람이 자주 태백산맥을 넘어오면서 공기도 변질됐다. 습한 공기는 산맥을 넘어오기 직전에 정상 부근에서 가지고 있는 습기를 비로 빼내면서 건조한 공기로 변한다. 이 건조한 공기는 산맥을 넘어 반대편으로 미끄러져 내려가면서 기온이 올라가는데 산 너머 처음 출발할 때의 기온보다 더 높은 ‘고온 건조한’ 공기로 바뀐다. 푄현상이다.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푄현상의 영향을 받는 곳은 홍천을 비롯한 강원영서지역과 더 멀리는 양평을 거쳐 서울에까지 이른다. 대구의 동쪽에는 큰 산맥이 없어 이러한 영향을 받지 않는다.

이처럼 산맥을 넘어온 공기는 기온은 높게, 습도는 낮게 변하기 때문에 뜨겁기는 하지만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그런 더위 느낌은 아닌 것이다. 작년과 재작년에는 기온과 습도가 높은 습식 사우나형 여름이었다면 금년에는 태백산맥이 가져온 푄현상으로 인해 기온은 상당히 높지만 습도는 상대적으로 낮은 건식 사우나형 여름을 겪고 있는 것이다. 온도계는 습기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지만 신체는 습기에 따라 체감온도로 느낀다. 습기가 낮을수록 피부에서 땀의 증발이 쉽게 이루어져 증발에 필요한 열을 신체에서 빼앗아 가기 때문에 더운 느낌이 덜하다. 이처럼 일상의 습도는 우리 신체가 느끼는 온도와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이번 더위도 말복을 지나면 한 풀 꺾일 것으로 보인다. 귀뚜라미 소리와 함께 곧 올 수밖에 없는 선선함이 또 다른 우리의 복(福)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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