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공회전·실외기 바람에 ‘덥네 더워’

에어컨 틀기 위해 시동 켠 차량으로 지하주차장 찜통

길거리 곳곳에 설치된 실외기도 보행자들에겐 ‘공포’
 

더위에 차량들과 에어컨 실외기에서 내뿜는 더운 바람으로 인한 인공더위에 시민들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사진은 12일 오후 광주 북구 용봉동 먹자골목 실외기 주변을 지나는 시민들 모습. /정유진 기자 jin1@namdonews.com
12일 오후 광주 동구 대의동에 설치된 실외기 앞을 지나는 시민. /정유진 기자 jin1@namdonews.com
12일 오후 광주 동구 광산동에 설치된 30여대의 실외기에서 열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정유진 기자 jin1@namdonews.com
12일 오전 광주 서구 양동 한 빌딩 앞에 택시들이 시동을 켜고 공회전을 하고 있다 . /정유진 기자 jin1@namdonews.com

30대 정모씨는 최근 쇼핑을 위해 광주 한 대형 유통 마트 지하주차장에 갔다가 불쾌한 경험을 했다. 일부 얌체 운전자들이 에어컨을 틀기 위해 차 시동을 켜면서 나온 매연과 열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옷이 축축해질 만큼 땀을 흘려서다. 정씨는 “안 그래도 더운데 공회전 차량에서 나오는 더위 때문에 더 짜증 나네요”라며 “폭염이 이렇게 기승을 부리고 있는데 남을 위한 작은 배려심도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최근 차량이나 혹은 에어컨 실외기 등에서 나오는 더운 인공 바람으로 인해 불편함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지난 11일 오전 광주 동구 한 유명 백화점. 이곳은 5층 규모의 지하주차장을 보유하고 있었다. 주말인 만큼 각 층마다 수십대의 차량들이 주차 돼 있었다.

주차 차량들 중에 일부는 시동을 켠 채 대기 중이었다. 가뜩이나 더운 날씨에 차량들이 내뿜는 열기까지 더해지면서 내부 공기는 한증막을 연상 시킬 정도였다. 시동을 왜 켜고 있냐는 질문에 한 운전자는 “물건을 교환하러 간 친구를 기다리고 있는데 너무 더워 시동을 끌 수가 없다”고 변명했다.

이러한 얌체 운전자들 때문에 이곳에서 일하는 백화점 직원들의 고충도 상당했다. 이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는 한 여성 주차도우미는 “(공회전)10~20분은 기본이고 차량 운전자에게 시동을 꺼달라고 요청해도 ‘더운데 어떻게 하냐’며 화를 내는 손님들이 대부분”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인공 더위는 지상에서도 계속됐다. 건물 사이 설치된 에어컨 실외기에서 내뿜는 더운 바람 탓이다. 이날 오후 동구 금남로 한 거리. 사무실과 음식점 등 각종 가게들이 빽빽하게 붙어있는 이 곳엔 약 30여개의 실외기에서 동시에 뜨거운 바람이 나오고 있었다. 이날 낮 기온이 37도까지 치솟은 상황에서 실외기 열기까지 더해지자 이 공간은 숨 쉬기조차 쉽지 않았다. 사실상 거대한 열기 터널이 하나 만들어 진 셈이었다. 이곳을 지나던 보행자들도 연신 손 부채를 흔들며 바쁜 걸음을 이어갔다. 직장인 박승희(30·여)씨는 “가만히 있어도 더운데 실외기에서 나오는 뜨거운 바람이 닿으면서 피부가 타들어가는 느낌이다”며 혀를 내 둘렀다.

광주·전남지역에 폭염특보가 32일째(11일 현재) 이어진 상황에서 이처럼 도심 곳곳에 사람이 인위적으로 만들어내는 인공 더위 지뢰(?)로 인해 시민들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선 이러한 행위들이 허술한 단속이나 제도 때문 아니냐는 지적도 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한 자치구 관계자는 “광주지역 공회전 제한지역은 총 110곳 (터미널 3곳·차고지 56곳·주차장 51곳) 이다. 하지만 공회전 차량의 단속은 요즘같은 폭염 날씨일수록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광주광역시 자동차공회전 제한에 관한 조례’에 대기 온도 27℃ 를 초과하거나 5℃ 미만일 경우 냉·난방을 위해 공회전을 한 차량에 대해선 단속 대상에서 제외된다. 실외기와 관련한 규정도 있긴 하지만 현재 같은 상황에선 단속에 나서기가 쉽진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꼭 단속이나 행정적 처분이 아니라 서로가 배려하는 마음이 더 우선돼야 할 것 같다”며 “불필요한 공회전은 줄이고, 실외기도 규정에 맞춰 바람막이나 혹은 지상에서 약 2m 이상 높은 곳에 설치해 보행자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희윤 기자 star@namdonews.com·/정유진 기자 jin1@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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