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농업 선구자 - 45. 해남 박동인씨>

45. ‘해남 함초’ 박동인 명인

염전 잡초 ‘함초’, 새로운 소득작물로 탈바꿈

대량재배·가공 제품 개발 성공…대중화 선도

약초박물관도 개관…지역농업 가치 향상 기여
 

전남 해남군 박동인 명인은 1996년 해남 해안가에서 자생하는 함초 연구를 시작한 이후 2004년 농식품부 신지식인, 2012년 함초 명인 인증을 받았다. /전남도 제공

예전에는 염전에서 소금 만드는 데 방해가 된다고 뽑아 버리기에 바빴던 갯가의 ‘함초’가 약이 돼 대접을 톡톡히 받고 있다. 대단한 변화다. ‘대단한 해남 사람’ 박동인(65) 명인 덕분이다. 그는 소금기 많은 땅에서 자라는 염행식물 ‘함초’의 가능성을 발견한 후 2012년에 대체의학 함초 분야의 명인이 됐다. 원래 양복 짓는 기술자였다. 특별한 변신이고 성공이다. 그의 활약상을 보니 당분간 그의 열성을 덮을 경쟁자는 없을 것 같다. 그 분야 최고의 자리에 등극한 셈이다. 특히 소금을 먹고 사는 식물이니 그 성분이 보통 식물과 같을 수가 없겠다는 비교적 단순한 생각에서 시작된 그의 연구는 발상의 전환이 가져오는 통찰력의 승리로 꼽힌다.
 

박 명인<오른쪽>은 함초의 대량재배와 가공, 그리고 상품화로 ‘함초 대중화’의 전 과정을 이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남도 제공

■‘소금 먹는 식물, 뭐가 달라도 다르겠지’의문의 통찰력

20여년간 양복점을 운영한 박 명인은 만성 소화불량과 위궤양 등으로 약을 끼고 사는 신세였다. 그러던 어느 날 어린 시절 배앓이 기억을 떠올리게 됐다. 모친이 염전이나 바닷가에서 함초를 뜯어 빚어준 나물로 배앓이가 씻은 듯 나았던 것. 박 명인은 함초를 찾아 먹기 시작했고, 2~3개월 만에 건강을 되찾았다.

당시 박 명인은 바닷가나 염전에 자생하는 잡초 같은 풀, ‘함(鹹)’자라 들어간 이 함초의 성분 등 정체를 백방으로 알아본 결과 식이섬유가 많고 천연 미네랄이 풍부하다는 결론을 얻었다.

건강식을 지향하는 현대인의 식탁에도 필요하고, 대체의학 수준의 꾸준한 수요도 있을 것으로 확신했다.

박 명인은 함초 재배법을 연구해 지난 1996년 대량 재배에 성공했다. 이를 다양하게 가공해 소비자들이 쉽게 먹을 수 있게 했다. 갯벌에 널린 풀이지만 그 효능과 가치를 새로운 시각으로 찾아내 상업화에 성공한 것이다.

현재 박 명인은 함초를 활용해 함초환, 함초된장, 함초소금 등의 건강식품을 만든다. 함초를 대체 의학 분야의 재료로 삼겠다고 작정한 것이다. 그의 이런 생각은 시장의 호응을 받고 있다. 함초의 대량재배와 가공, 그리고 상품화로 ‘함초 대중화’의 전 과정을 이룬 것이다. 최근에는 석창포, 천문동 등의 약용식물을 대량 재배하는 시도를 벌이고 있다. 석창포는 이미 차로 가공해 상품화하기도 했다.
 

함초
전남 해남군의 함초밭 모습. /전남도 제공

■갯벌 자생 ‘함초’, 미네랄 성분 다량함유 확인

함초의 정식 명칭은 ‘퉁퉁마디’다. 퉁퉁마디라는 이름은 마디가 불룩하게 튀어나온 모양 때문에 붙었다. 바닷물이 잘 드나드는 곳 중 비교적 바닥이 잘 굳는 갯벌에서 자란다. 10~30㎝ 크기로 줄기는 원기둥 모양이다.

염생식물인 함초가 칼륨, 칼슘 등 천연 미네랄 성분과 게르마늄, 셀레늄 등 기능성 성분을 많이 함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함초는 점점 그 효과나 활용도가 커지고, 학계나 연구기관의 관심도 증대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전남도보건환경연구원이 함초의 성분을 분석한 결과 비만, 빈혈, 골다공증, 신장질환 등을 예방하는 천연 미네랄 성분인 칼륨이 ㎏당 1천129.2∼6천324.6mg 함유된 것으로 조사됐다. 또 마그네슘 327.9∼425.7mg, 칼슘 237.2∼306.9mg, 철 87.7∼153.6mg을 비롯해 다양한 기능성 성분이 확인됐다.

항암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게르마늄은 ㎏당 12.057∼25.983mg, 피부 노화방지 효과가 있는 셀레늄은 16.838∼124.881mg의 높은 함유량을 보였다.

아울러 아직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11종의 화합물을 분리해냈고. 이중 6종은 지금까지 보고되지 않은 신규 화합물인데 발암 억제 등 황산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살아 숨 쉬는 전시품’ 즐비한 약초박물관

지인들이 붙여준 ‘함초박사’라는 별명이 어색하지 않은 그는 대체의학에 활용할 수 있는 함초 등 우리 지역의 식품들을 모아 2013년 해남읍 해리에 ‘약초박물관’을 세운다. 박씨의 이 박물관은 우리 지역 농업의 가치를 높이는 의미 있는 시도라는 평가를 받았다.

여느 박물관과 달리 살아있는 전시품이 많고, 그 가치가 날로 새롭게 평가되는 품목이라는 특성 때문에 이 특별한 박물관은 상당히 유명하다. 산에서 채취한 약재 등을 활용하는 건강식품 만드는 법을 배울 수 있는 기회도 된다고 한다. 멀지 않은 장흥에 조성되고 있는 한방특화산업 단지 등과 관련해 새로운 가능성을 펴 보일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함초를 열심히 연구하고 시장에 소개한 공로로 박씨는 지난 2004년 신지식인 선정, 2011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상을 받은 바 있다.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공적으로 활용하고 싶은 생각에 지역정치에 나서 해남군의회 의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의 발걸음은 많은 사람들, 특히 청소년들에게 큰 용기와 영감을 주고 있다. 박 명인의 노력과 성공의 경험이 남해안과 서해안에서 함초 재배가 늘고 있는 것과 관계가 있을 것이다. 그가 요즘 소개하는 석창포와 천문동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도 만만치 않다. 재배 희망자가 늘고 건강식품 회사들의 문의도 잦아지고 있는 것이다.

박동인 명인은 “전남에 자생하는 다양한 식물과 약재들의 성분과 효능 등 기능성연구를 보다 체계화하고 상품화해 부가가치를 높이면 농가소득도 높아질 것”이라며 “민간 약재로 쓰이는 다양한 식물의 기능성 연구에 속도를 내고 이를 상품화하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박동인 명인의 함초 건강식품은 해남군 직영 농수산물 온라인 쇼핑몰인 ‘해남미소’에서 구입할 수 있다.

/안세훈 기자 ash@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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